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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웅칼럼] 백구의 자유, 인간의 자유
 
김 진 웅(선문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기사입력  2021/11/14 [08:49]

▲  김진웅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맑은 가을 하늘, 내 마음도 맑다. 따스한 햇빛아래 먼 산을 내다보며 책을 읽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 하지만 아랫집 백구는 그렇지 못한 듯하다. 목줄에 매여 사방 2미터 남짓한 주위만 맴돌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자유는 없다. 넘치는 활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좌우로 왔다갔다 할뿐이다. 그렇게 백구는 하루하루 살아간다.

 

문득 현대사회의 인간도 크게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 목줄을 매고 있는 모습은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줄에 매여 살아가는 모습처럼 보인다. 이 굴레에서 벗어나면 살아가기 어렵다. 한 치의 틈도 없이 잘 짜여진 시스템 속에서 겨우 운신할 수 있을 뿐이다. 현대인들의 일탈은 이에 대한 반향처럼 보인다. 이를테면 주말 유흥가 또는 유명 관광지에 몰려드는 행락객들의 발걸음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픈 몸부림이다. 그러나 다시 월요일이 되면 그들은 모두 일터로 복귀한다. 그렇게 우리 삶의 쳇바퀴는 돌아간다.

 

그게 일상이다. 일상은 목줄 찬 삶이다. 살아있는 목구멍이 유지되려면 목줄에 스스로 목을 내밀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삶은 목매임으로 몰릴 수 있는 위기에 처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빈곤에 몰려 자살하는가. 자신의 생을 스스로 마감하려 하는 사람이 있을까. 2016년 출간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는 정신과의사인 임세원교수가 쓴 책이다. 2010년대 중반 허리디스크 파열로 고통에 시달릴 때 내게 많은 위로를 준 책이다. 임교수 자신도 허리통증으로 극심한 고통을 체험하여 환자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는 마음이 느껴졌고, 그게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그는 진료 도중 조현병 환자의 흉기에 찔려 세상을 떠나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목줄을 매는 삶을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이 스스로 목매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유명 연예인, 정치인마저 사회적 존재로서 목줄이 위태로워지면 자살에 몰리곤 한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이들의 목줄은 금 또 다이아몬드로 된 것처럼 보여 부러움의 대상인데. 아무튼 우리는 목줄 찬 삶의 모습을 당연시 하곤 하는데, 이런 현대인의 삶 자체가 비참함 아닐까. 백구와 별반 다를 게 없는.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비처럼 되는 것이다. 목줄차고도 훨훨 날 수 있는 자유로운 정신적 존재로 사는 것이다. 목줄은 몸을 붙들어 맬 뿐, 정신을 매달 수는 없다. 그런데 정신까지 목매는 삶을 사는 사람도 많다.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면 그렇게 된다. 노예처럼. 자유는 스스로 성취하는 것이다. 좀 더 여유로움이 자유의 조건이 되기도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여유로운 삶과 풍요로운 삶 속에서 목매는 사람도 많다. 정신없이 사는 삶도 위험하다. 자신의 정신을 잃어버리면 스스로 목매는 길로 향할 수도 있다. 더구나 우리는 정신을 혼탁하게 하는 온갖 문명의 기기들에 포위되어 살아간다. 스마트폰, 유튜브, SNS, 인터넷 등, 실체가 없는 이미지들이 늘 정신을 유혹한다. 자신을 정신적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재미에 빠지게 한다. 미디어의 위험성에 대해 닐 포스트맨(Neil Postman)은 <죽도록 즐기기>라는 저서를 통해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 바 있다. 그러니 아무도, 어떤 상황도 정신적 자유를 빼앗지 못하도록 매 순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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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1/14 [08:49]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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