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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고] 야구클럽 경제학
김건아 군포e비지니스고 2학년
 
김건아 군포e비지니스고 2학년   기사입력  2021/11/03 [11:44]

  최근 들어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어릴 때부터 투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사회적 흐름을 염두에 둘 때 이는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우리 사회는 경제활동을 돈 버는 활동이라고 정의했고, 또한 경제교육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번쯤은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혹시 뭘 놓고 왔을 수도 있으니까. '다른 생각'의 출발점으로 '경제활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경제활동이란 인간이 원초적으로 가지고 있는 욕구, 살면서 생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벌이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컴퓨터를 사고 싶어 돈을 버는 것 외에도 딸기가 먹고 싶어 산딸기를 따 먹는다든지 달달한게 당겨서 양봉을 한다든지, 길고 짧은 욕구충족 과정이 모두 경제활동에 속한다. 이러한 경제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우리가 갖고 있는 경제개념의 바늘틈새같은 허점을 성찰해야 한다.

 

  '돈이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 주며 그렇기에 돈을 벌고 또 내는 활동이 유일하고도 가장 합리적인 경제활동이다!'. 이것은 수렵채집과 양봉을 하지 않고도 딸기와 꿀을 먹을 수 있는 21세기 한국에 살면서 갖는 당연한 생각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돈의 지불은 반드시 우리 욕구의 완벽한 충족으로 이어지는가? 돈이 충분하지 않아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에도 끈질기게 돈만 쫓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행동이며 행복으로 향하는 가장 믿음직한 길인가? 혹시 돈으론 해결 못하는 욕구가 있진 않는가?

 

  나는 초등학생때 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본 경험이 있다. 그것은 지인으로부터 얻은 ‘야구공과 글러브’로부터 시작되었다. 야구를 무척 좋아해서 동네 놀이터와 학교운동장에서 친구들, 아빠와 동생과 함께 야구를 했다. 심지어는 집 안에서도 공을 던지고 받으며 놀았는데, 그 당시 우리 집의 구조가 거실-큰방이 탁 트인 채 연결되어 있어서, 한명은 방 끝에 한명은 거실 끝에 자리를 잡고 캐치볼을 했다. 그 좁은 공간 사이로 정확하게 공을 던져 상대방에게 전달하지 못하고 혹여 벽을 맞출 때에는 튕겨 나온 공이 폭탄이 되어 주변에 있는 물건을 부수기도 했다. 그렇게 야구에 재미를 붙이고 실력을 키웠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이 나를 리틀야구단 가입시키고 거기서 더 재밌게 야구를 하라고 했다. 처음 몇 번은 재밌었던 것 같다. 근데 점점 내 마음이 바뀌었다. 야구 연습보단 경기를 더 많이 하고 싶었는데 리틀야구단은 연습을 많이 했다. 그리고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단원들과 친해지지 못했고, 야구경기를 할 때도 소심해져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나는 친구들과 야구를 하고 싶었다. 그럼 더 잘할 수 있고 내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나는 리틀 야구단에서 탈퇴했다. 하지만 내가 살던 지역에는 다른 야구클럽이 없었고 야구를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몇 없었기에, 동네 놀이터에서 캐치볼 하다가 수풀에 공이 떨어지면 그걸 뒤지며 공을 찾는 생활에 만족해야 했다. 

 

  이 이야기는 돈으로 욕구를 완벽하게 해소하지 못하고 또한 그 욕구를 충족시킬 방도를 찾지 못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에 돈이 무슨 소용인가? 돈을 뭉쳐 공으로 쓰지 않을 거라면 말이다. ‘돈’으로 상품을 사는 시장활동 이외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내 야구인생 스토리의 나머지 부분이 그 방법을 보여준다.

 

  난 곧 수풀을 뒤지는 야구 생활을 청산할 수 있게 되었다. 아빠가 발 벗고 나서 동네 사람들을 모아 야구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를 둔 가정들을 찾기 시작했다. 야구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은 상상 이상으로 많았고 결국 야구단이 만들어졌다. 구단 이름은 대야미크로우즈(‘까마귀’라는 뜻인데 아이들 얼굴이 다 새까매서)였고, 홈그라운드는 둔대초등학교였다. 돈을 모아서 야구 장비, 팀 유니폼을 꾸렸고 한달 2만원의 회비는 야구가 끝나고 배고픈 아이들에게 간식을 제공하는 데에 쓰였다. 간식은 부모님들이 각자 순서를 정해서 자신이 맡은 날에 사왔다. 2014년에 시작된 대야미 크로우즈는 지금도 유지되면서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대야미 크로우즈의 역사가 곧 '욕구충족을 위해 행해지는 것으로써의 경제활동‘이라고 말하고 싶다. 야구경기를 하고 싶지만 돈뿐만 아니라 여러 여건에서 '애매'한 상황에 있는 아이들의 욕구충족을 위해서 행동한 결과물이 대야미 크로우즈다. 사람들을 모으고, 공간을 확보하고 돈을 모아 야구장비와 유니폼을 꾸리고 부모들의 협조를 이끌어내 간식을 조달하는 등등의 모든 과정이 경제활동이었다. 돈? 물론 필요했다. 하지만 ’야구 서비스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돈을 사용한 것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야구단을 만들어가는 수단으로써 돈을 사용한 것은 천지차이다. 후자의 경우 돈을 내는 행위가 그 경제활동의 전체를 규정짓지는 않는다.

 

결론적으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으로 대다수의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지만 동시에 ’돈‘만으로 안 되는 것도 무수히 많으며 돈에 의존하는 경제생활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풀어낼 방법도 무수히 많다고 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재테크를 먼저 가르치고 그것만 가르치는 것에 대해선 물음표를 달고 싶다. 그것은 경제생활에 대한 편협성을 증폭시킬 위험이 있다. 성장기에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오히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경제활동은 정말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점과 돈은 철저히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에 대한 가르침이 아닐까?  이 가르침에는 교과서가 필요 없다. 이것은 사회 안에서 저절로 교육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가지, 어른들이 참여하여 아이들의 삶속에서 다양한 방식의 경제활동을 실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 김건아  군포e비지니스고 2학년 (사진=고희정)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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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1/03 [11:44]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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