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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음식이야기] 돼지고기
제18호 지리적표시 농축산물 - 제주 돼지고기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기사입력  2021/07/11 [08:22]

제주 와시믄 혼번 먹어봅써

쫀득허곡 돌코롬허멍 입에 착 돌라붙는 맛이 하여 좋수다.

혼저 먹어봅서양~

 

“제주에 왔으면 한 번 드셔보세요.

쫄깃하고 달콤하면서도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이 정말 일품입니다.

어서 드셔보세요~”

 

제주 사람들은 외지인에게 돼지족발 아강발을 이렇게 소개한다. 아강발은 돼지족발 중에서도 발목 아래 발 부분을 가리키는 제주도 방언이다. 보기에는 볼품없어 보이지만 특유의 맛과 뛰어난 영양으로 이곳 제일의 토속음식으로 손꼽힌다. 

 

아강발은 삶는 것부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하루종일 물에 담가 두었다가 각종 약초들을 넣고 두 번 이상 삶아내는데, 이렇게 하는 것은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애고 깔끔한 맛이 우러나게 하고자 함이다. 두 번째 삶을 때는 2시간 이상 푹 삶는다. 아강발은 일반적으로 삶아 조린 건더기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주 사람들은 우려낸 뽀얀 육수를 국으로 즐겼는데 임산부에게 적극 권장되었다. 실제 아강발은 단백질과 젤라틴 성분이 풍부하여 혈색이 좋아지고 피부미용과 노화 방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여기에다 모유 분비를 촉진하는 작용까지 있으니 산모에게 최고의 보양식일 수밖에.

 

제주 돼지고기는 2007년 횡성 한우에 바로 이어 농축산물 지리적표시 상품으로 등록되었다. 품종이 대부분 통일되어 있는 데다 무공해 사육방법으로 지리적 특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매년 5월 이곳 제주에서는 도새기 축제가 열린다. 지난 99년 세계 공인 돼지 전염병 청정지역으로 선포된 데 이어 2001년 5월에는 세계 최초로 구제역 청정지역으로 승인되자 2003년 도민들이 이를 널리 알리자며 산업축제를 연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이곳 제주에 돼지가 사육되기 시작했을까. 13세기 고려 시대 때 원나라  지배를 받으면서 육식을 즐기는 몽골 군사들에게 먹일 양식으로 말, 소 등 다른 가축들과 함께 들여온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흑돼지로 불리는 흑색 소형종이 주종을 이뤘는데 1984년 전국 소년체전 때 대대적인 변소개량사업을 벌이기 전만 해도 농가에서 화장실 청소부 역할을 하여 ‘똥돼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1960년 성 이시돌 목장에서 외국산 개량 돼지가 처음 수입되어 대량 사육되면서 흑돼지 개체 수가 크게 줄었으나 그 인기는 지금도 여전하다. 대부분이 개량종인 제주산 돼지 사육 수는 지금도 전국 4%를 웃돌며 감귤에 이어 조수입 2위를 차지, 이곳 농가 수입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제주 돼지고기의 가장 큰 경쟁력은 뭐니뭐니 해도 무공해 청정 이미지이다. 그러나 맛과 영양이 더해지지 않으면 그 명성을 이어갈 순 없다. 제주 도새기는 육질이 우수하고 적절한 지방층으로 인해 우리 입맛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평가받는다. 부산 경성대 식품연구실의 연구 결과, 제주산 돼지고기는 단백 아미노산 함량은 높은 반면 지방과 열량은 낮았고 몸에 나쁜 포화지방산 대신 불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높았다. 특히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필수지방산인 오메가3와 고기 맛을 내는 올레인산 함량이 높았다. 실제로 육질 상위등급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4%나 높게 나타나 국내 최고의 품질임을 입증했다.

 

일반적으로 돼지고기의 조성은 수분 55~70%, 단백질 14~20%, 지방 3.5~30%, 탄수화물 0.2~0.5%로서 수분과 지방 함량은 반비례하고 비육(肥肉)의 정도에 따라 지방 함량의 변동 폭이 크다. 리놀렌산, 아라키돈산과 같은 불포화지방산이 쇠고기, 양고기보다 많고 필수 아미노산이 균형 있게 함유된 뛰어난 단백공급원이다. 티아민, 리보플라빈, 판토텐산, 엽산, 피리독신 외 비타민 B군 공급원으로 훌륭한 반면, 상대적으로 비타민 A, C, D, E, K와 칼슘 함량은 매우 적은 편이다.

 

부위별로 살펴보면 안심은 연하고 지방질이 거의 없는 반면 등심(필레)은 살코기 속에 지방 성분이 많다. 엉덩이, 넓적다리살은 지방질이 거의 없는 근육이므로 살코기로 사용하기에 적당하고 어깨살은 근육 사이에 지방이 있고 섬유질이 거칠어 오래 삶아야 제 맛이 난다. 삼겹살(뱃살)은 살코기와 지방층이 교대로 층을 이루어 깊은 맛이 나고, 갈비는 지방층이 두텁고 살코기가 연해 가장 맛이 좋은 부위이다.

 

앞서 소개한 돼지족발은 관절, 연골, 힘줄, 피부 등 여러 인체조직을 이루는 젤라틴 성분의 보고(寶庫)이다. 체내 합성이 되지 않는 젤라틴은 외부에서 직접 섭취해야 하는데 돼지족발의 껍질과 힘줄이 몽땅 이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기름진 돼지고기를 먹을 때 새우젓은 찹쌀궁합이다. 잘 발효된 새우젓에는 단백분해효소인 프로테아제와 지방분해효소인 리파아제가 듬뿍 들어 있어서 고단백 고지방의 돼지고기가 제대로 소화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중금속 오염에 노출된 현장 근로자들은 돼지고기를 자주 먹는 게 좋다. 돼지고기 요리는 중금속 등 체내독소를 제거해 주기 때문이다.

 

반면 돼지고기는 쉽게 상하는 성질이 있다. 상한 고기는 비브리오균의 온상이 되어 식중독을 일으키므로 오래 보존하려면 반드시 냉동 보관하도록 한다. 냉장할 경우에는 고기에 샐러드나 마요네즈를 발라 밀폐 용기에 넣어두면 4, 5일 정도는 끄떡없다. 질긴 고기를 요리할 땐 식초 물에 씻어서 1시간가량 두었다가 사용하면 연해진다.

 

글을 쓰다 보니 삼겹살에 쐬주 한 잔 생각이 간절하다. 오늘 저녁에는 제주산 오겹살을 끊어가야겠다. 그러고 보니 여럿이 둘러앉아 구워 먹는 삼겹살은 단순한 식품이 아니라 가족과 친구, 직장동료 간에 사랑과 애환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매개 음식이란 생각이 든다. 누구든 제주 여행을 간다면 신제주 그랜드호텔 뒷골목에 있는 순화국수집을 찾아가 보시라. 아강발이란 또 다른 매개 음식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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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7/11 [08:22]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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