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식 이야기] 유자농산물 지리적표시 등록 제14호 고흥유자盤中(반중) 早紅(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柚子(유자) 아니라도 품엄 즉도 하다마난, 품어가 반기리 없을세 글로 설워하나이다.
쟁반 가운데에 놓인 조홍감이 곱게도 보이는구나. 유자가 아니라 해도 품어 가지고 갈 마음이 있지만, 조홍감을 품어가도 반기실 부모님이 안 계시니 그것이 서럽구나.
조선 광해군 때 박인로(1561-1642)의 연시조 <조홍시가(早紅枾歌)> 4수 중 한 수이다. 한음 이덕형의 집에 놀러 갔을 때 쟁반 위에 내놓은 조홍감을 보고 중국 오나라 육적의 <회귤고사(懷橘故事)>를 빗대어 돌아가신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내고 있다. 여기서 유자, 즉 귤은 부모님께 바칠 정도로 귀한 과실을 일컫는다.
유자는 한쪽으로 치우친 공 모양이며 지름 4∼7cm이다. 빛깔은 밝은 노란색이고 껍질이 울퉁불퉁하다. 향기가 좋으며 과육이 부드러우나 신맛이 강하다. 원산지는 중국 양쯔강 상류와 인도 티벳인데, 우리나라에는 AD 840년 신라의 장보고가 중국 당나라 상인에게 얻어와 널리 퍼졌다고 한다. 《세종실록(世宗實錄)》 31권에 1426년(세종 8) 2월 전라도와 경상도 일대에 유자를 심게 한 기록이 남아있다.
종류에는 청유자, 황유자, 실유자가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이 주요 산지인데, 한국산이 가장 향이 진하고 껍질이 두텁다. 국내 주요 산지로는 전라남도 고흥·완도·장흥·진도와 경상남도 거제, 남해, 통영 등이다. 이 중에서도 고흥 유자는 지리적 표시제 상품 제14호로 등록될 만큼 그 명성을 떨치고 있다. 고흥군은 8가지 특산품과 9가지 맛, 10군데 볼거리, 즉 八品/九味/十景을 선정해 홍보하고 있는데, 이 중 8품은 유자, 석류, 간척지쌀, 마늘, 참다래, 꼬막, 미역, 순한한우 등이며, 유자가 단연 일품으로 꼽힌다.
지난 2001년 이곳 풍양면 한동리에 3만 평 규모로 조성된 유자공원은 유자나무 숲이 장관을 이루는 고흥의 특별한 명소다. 1962년 정부의 지원으로 유자단지를 조성한 이래 1995년에는 재배면적이 1,500ha까지 늘어났으나 홍보 부족과 수급불균형으로 가격이 하락하여 지금은 500ha 정도를 재배하고 있다. 공원 맞은편에는 특산품 전시판매장이 마련되어 고흥 유자의 역사와 약리효과 등에 관한 자료를 살펴보고 유자차를 사갈 수 있다. 매년 10월 말~11월 초에는 유자축제가 열리므로 한 번 찾아가 보기 바란다.
향기가 뛰어난 유자 덕택인지 많은 스타들이 이곳에서 배출되었다. 가수 비와 만능엔터테이너 박진영이 고흥 출신이고, 축구 국가대표 박지성, 김태영 선수도 이곳 출신이다. 이 정도면 연예인을 꿈꾸는 자라면 무릎팍도사 대신 이곳 고흥 땅을 찾아 끼를 팍팍 받아가야 하지 않을까.
유자는 영양학적인 면에서도 탁월한 식품이다. 주요 성분으로 비타민C가 레몬보다 3배나 많아서 감기와 피부미용에 좋고, 노화와 피로를 막아주는 유기산이 많이 들어 있다. 그 밖에 비타민B와 당질·단백질 등이 다른 감귤류 과일보다 많고 모세혈관을 보호하는 헤스페리딘 (Hesperidin)이 들어 있어 뇌혈관 장애와 중풍을 막아준다. 또 배농(排膿) 및 배설작용을 해서 몸 안에 쌓여 있는 노폐물을 밖으로 내보낸다.
주로 얇게 저며 차를 만들거나 소금이나 설탕에 절임을 하여 먹는다. 과육은 잼·젤리·양갱 등을 만들고 즙으로는 식초나 음료를 만든다. 껍질은 얼려 진공 건조한 뒤 즉석식품으로 이용하거나 가루를 내어 향신료로 쓰고, 종자는 기름을 짜서 식용유나 화장품용 향료로 쓰거나 신경통·관절염 약재로 쓴다. 술을 담그기도 하는데, 기관지 천식과 기침·가래를 없애는 데 효과가 있다. 그러고 보니 버릴 것 하나 없는 실속만점 과실인 셈이다.
추운 겨울, 가족들의 건강과 가정의 화목을 위해서는 따뜻한 유자차 한 잔이 그만이다. 맛있는 유자차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재료_ 유자 10개, 설탕 1컵, 물 1컵
만드는 법_ 1. 먼저 냄비에 설탕과 물을 넣고 절반으로 졸아들 때까지 달여 설탕 시럽을 만든다. 2. 유자를 깨끗이 씻어 반으로 잘라 2㎜ 두께로 썬다. 3. 용기에 유자를 빡빡하게 눌러 담고 설탕 시럽을 부어 유자청을 만든다. 4. 냉장고에 20일 정도 보관한 후 먹기 시작한다. 5. 유자청 2작은 술을 찻잔에 담는다. 6. 물을 끓여 찻잔에 부은 후 잘 섞어 마신다.
<저작권자 ⓒ 군포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댓글
|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