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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식 이야기] 자두
농산물 지리적표시 등록 제59호 김천자두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기사입력  2021/04/28 [06:02]

  瓜田不納履(과천불납리)

  李下不整冠(이하부정관)

  오이밭에서는 신을 신지 말고

  자두나무 아래서는 갓을 바로 잡지 말라

 

  현존하는 중국 선집 중 가장 오랜 것으로 알려진 남조 시대의 <文選(문선)>에 나오는 글귀다. 군자는 모름지기 오해를 살 수 있는 불필요한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詩經(시경)>에도 주나라 시대의 으뜸 꽃나무로 매화와 오얏을 꼽았다. 중국이 원산지인 오얏은 자두를 이르는 순우리말로 여러 고서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을 만큼 친근한 낱말이다. 자주색 복숭아라는 뜻의 자도(紫桃)가 자두로 변하여 1988년 표준말로 채택된 탓에 쓰임새가 많이 사라졌지만, 옥편에서 李를 ‘오얏 리’라 훈을 단 것처럼 한자 읽기에서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내친김에 ‘오얏 리(李)’의 탄생 배경을 살펴보자. 도가의 창시자로 잘 알려진 노자(老子)의 본명은 이이(李耳)인데, 오얏나무 아래에서 태어난 그가 나무 목(木)과 사내아이 자(子) 두 글자를 합쳐 ‘오얏나무 이(李)’라는 성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오얏, 즉 자두는 역사가 오랜 작물 중 하나로서 2천 년 전쯤 로마로 전해진 이래 유럽 및 아메리카 대륙으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장미과 Prunus 속 핵과에 속하는 자두는 전 세계적으로 30여 종의 기본종이 존재하는데, 대표적 품종으로 자색 또는 흑색을 띠는 유럽계 자두(P. domestica)와 황색 또는 진홍색을 띠는 일본계 자두(P. salicina) 등 2종으로 압축된다. 우리나라에서 맛 볼 수 있는 자두는 대여섯 종이다. 6월 말에서 7월 초에 나와 여름이 왔음을 알리는 ‘대석’은 짙은 빨간색에 크기가 작으며 과육이 부드럽고 새콤달콤하다. 7월 중순이 제철인 ‘포모사(일명 후무사)’는 손에 꽉 찰 정도의 크기에 노란색 바탕에 빨간색이 수채화 물감처럼 올라있고 속은 옅은 노란색이다. 과즙이 풍부함에도 씹히는 맛이 제법 있어 우리 입맛에 잘 어울리다 보니 재배량이 가장 많다. 같은 기간 나오는 ‘수박자두’는 겉은 퍼런데 속이 빨갛고 당도가 뛰어나 붙여진 이름이다. 8월 들어 출시되는 ‘피자두’는 이름처럼 겉과 속이 온통 시뻘겋다. 과육이 단단하고 새콤한 데다 색깔도 강해 과일 샐러드로 많이 이용된다. 가을에 접어들면 ‘추희’가 나오는데 자두 중 가장 크고 당도도 높으며 과육이 단단해 자두 중 유일하게 장기보관이 가능하다.

 

  김천 자두가 제59호 지리적표시 농산물로 등록되었다. 우리나라의 자두 재배면적은 3,100 ha 정도로 70% 이상이 경북 지방에서 생산되고 있다. 전국 생산량의 27%를 감당하는 김천시가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수확량의 40%가량이 구성면 양각마을에서 나온다. 이곳 자두가 특별히 맛있는 이유는 분지 지형 덕분이다. 내륙 분지는 여름 기온이 상당히 높아 자두의 맛을 한껏 올려주기 때문이다. 여름철 김천 시내에서 10분 거리인 이 산골 마을을 방문하면 달콤한 향이 온 마을을 뒤덮는다고 한다. 산비탈의 과수원에서 낙과한 자두가 자연 숙성되면서 내는 향수의 향연이라고나 할까. 

 

  우리나라에서 자두가 재배된 것은 삼국시대 이전이다. 1920년대 서양과 일본 등지에서 개량종을 들여오기 훨씬 이전부터 재래종의 기록이 『삼국유사(三國遺事)』 등에 실려 있다. 주 재배지인 경상도 지방에서는 자두를 ‘에추’라 불렀는데 사과나 복숭아에 비해 보잘것없는 과일이라는 비하성 방언이다. 하지만 『동의보감(東醫寶鑑)』에 따르면, ‘오얏이 갈증을 멎게 하고 피로회복과 식욕 증진을 꾀하며 체질개선 및 열독(熱毒), 치통, 이질을 낫게 한다. 잎을 삶은 물은 땀띠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골절이 쑤시는 것과 오랜 열을 다스린다’고 하였고, 민간요법으로도 ‘자두를 절여 장복하면 간장에 좋고 씨는 수종을 내리고 얼굴 기미를 없앤다’고 하였다.

 

  자두의 일반 영양성분을 살펴보면 수분 84.7%, 탄수화물 13.7%, 칼슘 8mg, 인 145mg, 비타민C 5mg 등이 함유되어 있다. 사과산과 구연산 등 유기산이 1~2% 들어있어 신맛이 강한 편이다. 식물성 섬유소와 다량의 펙틴질을 함유하고 있어 쨈과 젤리가 잘 만들어진다. 또 카로티노이드 같은 비타민류와 칼슘, 인, 철, 칼륨 등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고 소량이지만 10여 종의 아미노산이 골고루 들어있다. 항산화 및 생리활성 증진물질로 알려진 폴리페놀의 생과 100g당 함량을 따져보면 자두가 471mg, 사과가 320~474mg, 배가 271~408mg, 키위가 274mg로 다른 과일에 비해 높은 편이다. 유용한 색소 성분인 안토시아닌 함량도 100g당 자두가 33~173mg 정도로 복숭아의 6~37mg보다 월등히 높다. 

 

  이러한 유효성분들로 인해 볼 수 있는 자두의 효능을 정리해 보면,

  1. 각종 유기산 함유로 피로회복 및 식욕 증진 효과

  2. 기미 및 주근깨 제거 및 노화 방지 효과

  3.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 해소 및 다이어트 효과 

  4. 면역기능 강화 및 염증 유발억제 효과

  5.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여 고혈압, 빈혈 및 혈액순환 장애에 도움

  6. 안토시아닌으로 야맹증 및 안구건조증에 도움

  을 준다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가공 여부에 따라 명칭을 달리하는데, 씨를 제거하여 말린 품종을 ‘푸룬(Prune)’이라 하고 말리지 않고 가공한 것을 ‘플럼(Plum)’이라 부른다. 이 중 푸룬은 건자두, 주스, 농축액 등 다양한 형태로 국내에도 소개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매년 과일 영양평가를 통해 푸룬을 매우 영양가 높은 과일로 소개하고 있는데, 2010년 발표에서도 비타민 A가 키위의 9배, 칼륨이 바나나의 2배, 철분이 사과의 13배, 수용성 식이섬유가 사과의 5배 정도가 많은 건강 과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무더위가 한창인 여름철에 맛보는 자두 생과는 쉽게 물러지므로 잘 골라야 한다. 너무 익으면 당도가 낮아지고 새콤한 맛도 덜해진다. 오감 중 시각, 촉각, 후각별로 고르는 법을 소개하면, 1. 시각; 둥글고 뭉턱한 것보다 뾰족하고 푸른빛이 감도는 붉은 자두를 고른다. 2. 촉각; 만져서 무르지 않고 적당히 딱딱한 것을 고른다. 3. 후각; 자두 특유의 향이 강한 것을 고른다. 

  아주 오랜 옛날, 더위와 갈증에 힘들어하던 병사들에게 장군이 “저 마을에 자두나무가 많이 있다”고 고함을 질러 그 소리에 힘을 얻은 병사들이 무사히 행군을 마쳤다는 중국 고사가 전해지고 있다. 말만 들어도 군침을 흘리게 만드는 자두, 여러분에게도 활력소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끝으로 간단히 자두주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자두 1kg, 소주 1.5L, 레몬 1개를 미리 준비한 다음, 자두를 옅은 소금물에 씻어 물기를 빼고 레몬은 얇게 썰어둔다. 입구가 큰 유리병에 자두와 레몬을 담고 술을 부어 무거운 돌로 살짝 눌러 둔다. 2달 후 고운 채에 걸러 병에 담아 밀봉하여 보관하면 된다.     

 

▲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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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4/28 [06:02]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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