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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식 이야기] 수박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기사입력  2021/01/07 [23:22]

제46호 지리적표시 농산물 - 함안 수박

제73호 지리적표시 농산물 - 고령 수박

 

  “저게 뭐니?”

“원두막”

  “여기 참외 맛있니?”

“그럼 참외 맛도 좋지만 수박 맛은 더 좋다”

  “하나 먹어 봤으면.”

 

  황순원의 대표 단편소설인 <소나기>의 한 대목이다. 시골 소년과 서울서 온 윤 초시네 증손녀가 나누는 대화인데, 소년처럼 참외보다 수박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원두막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개울물에 담가둔 수박을 썩둑썩둑 잘라먹던 달디단 수박 맛, 시골 출신이라면 그 맛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수박은 남아프리카가 원산지인 한해살이 덩굴식물이다. 사막의 오아시스로 불릴 정도로 갈증 해소 효과가 좋아 사막 사람들에게 음료 대용 식물로 사랑받았고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에 전해져 ‘서역의 박’이라는 의미로 서과(西瓜)로 불리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조선 시대 <연산군일기(燕山君日記;1450년)>에 수박의 재배법이 기술되어 있고, 고려 때 거란족으로부터 종자를 받아 처음 심었다는 <동의보감(東醫寶鑑)>의 기록이 남아있다. 

 

  열대식물인 수박은 적정 발아 온도가 섭씨 25~30도, 토양은 통기성과 물 빠짐이 좋으며 토양산도는 pH 5.0~6.8이 적당하다. 우리나라 최대 산지인 경남 함안은 이 모두를 충족시키는 입지조건으로 명성을 얻고 있으며 최근에는 경북 고령 수박도 지리적표시 등록을 받았다.

 

  재배 역사가 오랜 수박은 원래 씨를 먹기 위해 재배되었다. 지금도 아프리카, 중국에서는 수박씨로 짠 기름을 식용하고 있고, 중국인들은 콜레스테롤이 많은 돼지요리를 먹을 때면 말린 수박씨를 소금과 함께 볶아 먹기도 한다. 

 

  흔히들 수박은 맛만 있지 영양은 별로인 식품이라고 생각한다. 수박 열매는 91~94%가 물이고 탄수화물이 5~8%라서 단물통 정도로 치부할 만하지만 결코 그렇지 만은 않다. 여기서 퀴즈 하나. 수박과 사과 중 어느 쪽이 비타민C가 많을까. 이구동성으로 신맛이 감도는 사과를 꼽을 것이다. 그러나 정답은 수박이다. 놀랍게도 수박에는 사과의 두 배에 달하는 비타민C가 들어있다. 비타민A의 전구물질인 베타카로틴 역시 과일 중 수박이 으뜸이다. 미네랄을 살펴보면 마그네슘, 셀레늄 등은 복숭아보다 많고 칼슘, 아연, 인, 철 등도 다른 과일에 뒤지지 않는다.

 

  ‘갈증 해소약’으로도 불리는 수박은 대표적인 이뇨 식품이다. 수박에는 오줌의 주성분인 요소(尿素)의 생성을 돕는 시트룰린(Citrulline)이라는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장기능이 약하거나 소변량이 적고 몸이 자주 붓는 사람에게 수박은 매우 유효적절한 식품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수박의 자랑은 라이코펜(Lycopene)이 풍부하다는 데 있다. 라이코펜은 대표적인 항산화제로서 토마토를 언급할 때면 빠트리지 않는 웰빙 성분인데, 수박에 더 많은 양이 들어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이처럼 호화진용을 이루고 있음에도 수박이 베스트 푸드에 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바로 높은 당지수(Glycemic Index) 때문이다. 당지수 70 이상이면 고 당지수 식품으로 분류되는데 수박의 당지수는 72에 달한다. 고 당지수 식품은 혈당치를 급상승시키고 비만의 원인이 되므로 주의를 요한다. 당지수 분야의 권위자 호주 시드니대학 제니 밀러 교수는 “당지수는 좋은 식품과 나쁜 식품을 구분 짓는 중요한 지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일부 식품은 당지수로만 영양평가를 내릴 수 없다. 비록 당지수는 높더라도 당 부하지수(Glycemic Load)가 낮으면 좋은 식품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식품에 함유된 탄수화물의 양을 나타내는 당 부하지수는 10 이하면 좋은 식품으로 간주하는데, 수박은 고작 4인 반면 수박과 동일한 당지수를 가진 베이글 빵은 25”라며 수박은 당지수가 높더라도 당분을 포함한 탄수화물이 무척 적어 현실적으로 혈당치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껏 높은 당지수를 염려하여 수박을 멀리한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수박을 즐길 수 있는 몇 가지 팁. 수박의 유효성분인 라이코펜은 보통 식품의 세포벽 안쪽에 단단히 달라붙어 있다. 토마토를 살짝 익혀 라이코펜을 우러나게 먹는 것도 이 때문. 수박은 익혀먹는 대신 플레인 요구르트를 얹어 먹도록 하자. 라이코펜은 기름에 잘 녹아 유제품의 도움을 받으면 우리 몸에서 더 잘 흡수된다. 수박의 달콤한 맛과 요구르트의 담백한 맛이 기막히게 조화를 이루어 맛도 만점, 영양도 만점이 되는 셈이다.

 

  수박은 재배과정에서 일교차가 클수록 붉은색이 짙어진다. 과육이 노란 수박은 라이코펜의 양이 적으므로 기왕이면 붉은색으로 잘 익은 수박을 고르는 것이 좋고, 수박에는 수분 이외에 과당도 적지 않은데 저온일 때 단맛이 증가하므로 섭씨 2도 이하로 차게 해서 먹는 게 좋다. 

수박의 흰 살 부분은 따로 모아서 노각처럼 무쳐 먹어도 좋고 물에 달여 보리차 대신 마시면 갈증을 호소하는 당뇨 환자에게 좋은 음료가 된다. 

 

  알고 보면 버릴 게 하나 없는 수박. 더이상 물로 보지 않고 수박을 여름 과일의 왕으로 임명하노라.

 

▲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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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1/07 [23:22]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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