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식 이야기] 망개떡

제74호 지리적표시 농산물-의령 망개떡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 기사입력 2020/11/23 [22:01]

[우리 음식 이야기] 망개떡

제74호 지리적표시 농산물-의령 망개떡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 입력 : 2020/11/23 [22:01]

  찹쌀떠~억, 

  망개떠~억

 

  부산에서 중고교를 다녔던 1970년대 때 어둠이 진 골목길에 울려 퍼지던 떡장수 아저씨의 외침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먹을 것이 워낙 귀했던 시절이라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떡을 요리조리 아껴먹던 기억도 생생하다. 떡을 싼 잎사귀가 왜 그리도 커 보였던지, 과대포장이라며 원망했던 그때 그 떡이 바로 망개떡이다.

 

  망개는 청미래덩굴의 경상도 방언이다. 황해도와 경상도에서는 ‘망개나무’라 하고, 호남지방에서는 ‘명감나무’ 또는 ‘맹감나무’라 부른다. 1억 년 전으로 추정되는 화석식물이 발견되어 화제가 되기도 한 청미래덩굴은 밀나물속 백합과 식물의 뿌리줄기이다. 우리나라 황해도 이남의 산기슭 양지, 산비탈, 야산 및 수풀가 반음지에 자생한다. 뿌리는 굵고 꾸불꾸불 옆으로 뻗으며 줄기에 갈고리 같은 가시가 있다. 주로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뿌리를 파서 노두(蘆頭)와 수염뿌리를 제거하고 흙모래를 씻어 버린 후 채로 햇볕에 말리거나 썰어서 햇볕에 말린다.

 

  꽃은 7~8월에 피고 열매는 9~10월에 빨갛게 익는다. 가을에 빨갛게 익은 열매를 따서 입안에 넣으면 달콤새콤한 맛이 금방 침을 돌게 해 갈증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 적색과 백색의 뿌리는 두 가지 모두 약용하는데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백색이 더 낫다고 기록하고 있다. 맛은 달고 싱거우며 성질은 평하고 독이 없다. 간, 위, 비장에 들어간다. 해독하고 습을 제거하며 관절을 이롭게 한다. 매독(梅毒), 근골경련(筋骨痙攣), 동통(疼痛), 각기(脚氣), 정창(疔瘡), 옹종(擁腫), 나력(瘰癧)을 치료한다. 하루 20~40그램을 물로 달여서 복용한다. 외용 시에는 가루 내어 붙인다. 뿌리줄기에는 사포닌, 탄닌, 수지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청미래덩굴 뿌리는 옛날 중국에서도 식량이 부족할 때 허기를 면케 했다는 전설이 있다. 옛날 우나라가 망하자 산으로 피신한 선비들이 청미래덩굴 뿌리를 캐서 먹었는데 요깃거리로 넉넉했다 하여 우여량(禹餘糧)이라고 하고 신선이 남겨놓은 양식이라 하여 선유량(仙遺糧)이라고도 했다. 일본에서는 5월 단오 때 청미래덩굴 잎을 아래위로 두 장 싸서 떡을 만들어 먹는 민속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영향을 받은 증거로 받아들여진다.

 

  한방에서는 이 뿌리를 ‘토복령(土茯笭)’이라 부르고 중국에서는 부인 몰래 못된 짓을 하다 매독에 걸려 죽게 된 남편을 부인이 너무 미워 산에다 버렸는데, 풀숲을 헤매다 청미래덩굴 뿌리를 캐 먹고 병이 완쾌되어 돌아왔다 하여 ‘산귀래(山歸來)’라 부른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도 ‘요사이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나 매독 같은 성병이 많이 유행하고 있는데 약을 조금 써 고친 후에도 이 병이 재발할 때는 토복령을 치료제로 쓰라’고 적고 있다. 한방에서는 지금도 매독 치료제로 사용한다. 

 

  청미래덩굴은 민간약으로도 널리 쓰인다. 근경(根莖)을 엷게 쓸어 말려 두었다가 감기나 신경통에 약한 불에 다려 식전에 복용하고 땀을 내면 거뜬히 낫는다고 하며 매독에도 이렇게 하여 마시고 땀을 내면 오줌으로 그 독이 빠져나가서 낫는다는 것이다. 또 줄기로 젓가락을 만들어 사용하면 몸에 좋다고 여겼고 열매는 검게 태워서 참기름에 개어서 종기나 태독에 바르면 깨끗이 낫는다고 했다. 잎은 차 대용뿐 아니라 담배 대용으로 피우면 좋다고 하였고 봄에 어린순은 나물로도 즐겨 먹었다.

 

  망개떡은 망개 잎에 떡을 싸서 쪄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망개나무는 덩굴성 소관목인 청미래덩굴로서 전국 산야에 지천으로 널려 있다. 그중에서도 경남 의령군의 자굴산 일대는 산을 뒤덮을 기세여서 그 잎을 이용한 망개떡이 일찌감치 이 고장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유래를 살펴보면 멀리 가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힘이 약했던 가야는 강국인 백제에 처녀를 시집보내는 정략혼인을 장려했는데 이때 이바지 음식의 하나로 신랑집에 망개떡을 보냈다고 전해온다. 임진왜란, 일제 시대 때는 산속으로 피신 다닐 때 끼니 대신 떡을 만들어 망개잎에 싸서 흙먼지가 묻지 않게 하거나 오랫동안 보존하도록 한 것이 시초이다.

 

  망개떡은 청미래덩굴 잎의 향이 떡에 베어들면서 상큼한 사과 맛이 나고, 이것이 천연방부제 역할을 하여 여름에도 잘 상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망개 잎은 7~8월에 채취한 것을 배춧잎 절이듯이 소금에 절여 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쓴다. 만드는 법은 토속음식답게 순박하다. 먼저 찹쌀가루를 찜통이나 시루에 충분히 쪄낸 후 절구에서 차지게 될 때까지 찧는다. 절구에 친 떡을 도마 위에 놓고 방망이로 얇게 민 후 설탕, 꿀, 계핏가루를 첨가한 거피 팥소를 넣고 반달이나 사각 모양으로 빚어준다. 이렇게 만들어진 떡을 두 장의 망개 잎 사이에 넣어 김이 충분히 오른 찜통에 넣고 찐다. 이렇게 하면 쫀득한 떡피와 고소한 팥소, 그리고 그윽한 망개 잎의 향이 그만인 망개떡이 탄생된다. 

 

  의령의 망개떡은 여름철 맛과 겨울철 맛이 다르다. 여름에는 생잎에서 배어나는 특유의 상큼한 사과향 맛이 나는데, 겨울에는 단맛이 어우러진 짭짤하고 시원한 맛이 난다. 옛날에는 망개 잎을 채취하는 여름 제철에나 잠시 맛보았을 뿐 겨울에는 잎을 구할 수가 없어 먹을 수 없었으나 지금은 망개 잎을 염장(塩蔵)하여 저장하므로 사시사철 맛볼 수 있다. 단맛을 내세운 서양과자들의 등장과 짧은 보관일수 탓에 망개떡 장수가 사라진 지 오래다. 의령군은 추억을 되살리는 향토 음식으로 망개떡을 제74호 지리적표시 상품으로 등록하여 ‘자연 한 잎, 의령 망개떡’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군내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을 받아 떡피에 올리고당을 첨가하여 더욱 쫄깃하고 말랑말랑한 상태를 유지하고 진공상태에서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떡의 부패를 5일 이상 지연시키는 등 전국 단위 판매를 가능케 하고 있다. 더욱이 대전-통영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전국 어디든 일일 배송이 가능해진 점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우린 정말 순수하게 만들어요. 소금 약간하고 설탕만 넣고 다른 첨가물은 일절 안 써요. 유화제를 첨가해서 잘 안 굳게 할 수도 있지만, 드시는 분들 건강 생각해서 안 넣어요. 어렵지만 고집으로 버텨 나가죠." 자굴산 망개떡을 만드는 전연수 씨의 말이다.

 

  먹을 것이 넉넉해진 오늘날 청미래덩굴은 빨간 열매가 꽃꽂이 장식으로 이용될 뿐 잠시 잊혀진 식물이 되었다. 부활을 꿈꾸는 의령 망개떡으로 입안 가득 순수한 자연과 고향의 향수를 느껴보기 바란다. 

 

▲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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