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기 청소년기관을 운영하면서 실무자들이 느꼈던 어려움 중에 가장 큰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만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동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아이들을 만나오던 실무자들에게 만날 수 없는 상황이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의미했다. 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공공에서 운영하는 청소년기관도 전혀 운영할 수 없었다. 이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비대면 화상이라는 방법이었다. 만나지 않고 프로그램은 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학교수업부터 청소년동아리 활동까지 비대면 화상으로 진행이 되었다.
기관입장에서는 비대면 으로 나마 아이들을 만날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차이가 명백했다. 아이들은 하루에 7~8시간을 모니터 앞에 앉아 있어야 했고 생활리듬이 깨지기 시작했다. 내가 만나고 있는 자전거동아리 아이들을 예로 들면 자고 깨는 시간과 수업 듣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자다가 수업 들어가고 다시 자다가 과제하고 게임하다가 잠드는 것이 반복되어 생활이 엉망이었다. 오랜만에 동아리 모임을 하면 아이들은 몹시 피곤해했다.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아 성장하는 아이들의 건강이 심히 걱정되었다. 물론 가정에서 부모님이 도와주는 친구들은 어려움이 덜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의 상황은 비슷비슷했다.
아이들의 생활리듬의 문제와 더불어 또 다른 문제는 학습격차의 문제이다. 학원에 다니며 공부를 하는 친구들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수업을 따라가는 것이 문제없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결핍은 관계에서 오는 것이었다.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함께 놀던 생활이 사라지면서 아이들의 우울감도 높아졌다. 요즘 아이들의 관계는 예전에 비해 상당히 느슨하다. 자전거동아리를 신청해서 오는 친구들도 처음에는 친한 것처럼 보여도 서로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러다가 라이딩여행을 다녀오면 아이들은 매우 친밀해진다. 자주 만나고 서로 도와주고 때로는 장난도 치면서 관계의 기쁨에 대해 배운다. 이러한 것이 아이들의 성장에 주는 영향은 매우 지대하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은 이러한 소중한 것을 차단하는 결과를 낳았다.
상황이 나아지면서 동아리모임을 5명 정도로 쪼개서 진행하면서 아이들이 그 시간을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보게 되었다. 아이들은 다음에 언제 만날 건지 또 무슨 활동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전에 없는 관심을 보였다. 이번에 진행된 군포청소년지원네트워크 워크숍에서도 코로나 상황에서 잘 대응했던 사례를 나누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나온 것은 대면을 했던 일이었다. 대체식을 전달해주며 아이들의 가정을 방문하게 되어 좋았다는 이야기, 워크쓰루로 아이들과 만나 근황을 물으며 방역물품을 전달했던 경험, 가정방문을 하고보니 아이들뿐 아니라 가정의 어려움도 알게 되어 지원을 해줄 수 있었던 일 등등. 잠깐이지만 오프라인 만남을 한 것이 코로나상황에서 잘 했던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온라인으로 워크숍을 진행했지만 간식을 드라이브 쓰루로 전달받고 작은 선물을 배달받고 마음을 나누었던 것이 모든 실무자들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코로나가 우리의 생활을 많이 바꾸어놓았지만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비대면 워크숍을 잘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 전에 쌓았던 관계와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대규모 행사를 하는 것으로 사업의 성과를 보여주는 시대는 이제 지나간 것이 아닐까? 소규모 모임을 잘 만들어 나가는 것. 그리고 아이들이 걸어서 모일 수 있는 가까운 곳에 모임을 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전국적으로 대규모 사업을 벌여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내가 사는 마을에서 이웃들과 마음을 모으고 우리 마을의 아이들을 살필 수 있는 작은 공동체들을 긴밀하게 연결하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좋은 어른들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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