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우리 속담이다. 전래동화 <콩쥐팥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팥과 함께 콩은 우리 음식문화의 대중을 이룬다. 무슨 일이든 근본에 합당한 결과를 바라야 한다는 삶의 지혜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콩(Soybean)은 콩과에 속하는 1년생 식용작물로 생육 기간은 75∼200일에 이르지만, 일반적인 재배품종은 90∼160일 범위에 속한다. 최적의 생육온도는 25∼30℃이고 파종기와 발아기에는 15∼17℃ 이상, 개화·결실기에는 밤 온도가 20∼25℃가 알맞다. 수분이 충분한 중성·약산성 토양에 부식·인산·칼리·석회 등이 풍부하고 배수가 잘되는 사양토나 식양토가 알맞다. 강원도 인제군이 콩을 지리적표시 농산물로 등록하였다. 이곳은 생육 기간인 7~8월의 평균기온이 23.4도이고 생육 후기인 8∼10월의 일교차가 평균 12.6도로 높아 활발한 광합성이 꼬투리 결실을 좋게 하며 콩의 비대를 촉진, 단백질 함량이 높은 콩을 생산해낸다.
콩은 <시경(詩經)>에 숙(菽)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하는데, 숙의 꼬투리가 나무로 만든 제기인 두(豆)와 비슷하여 숙은 두가 되어버렸다. 그러다가 알갱이가 작은 콩 무리가 들어오게 되자 이것을 소두(小豆), 본래의 콩을 대두(大豆)라 구별 짓게 되었다. 콩의 원산지는 옛 고구려 땅인 중국 동북부 지방이다. <관자(管子)>에 제나라 환공이 만주에서 콩을 가져와 중국에 보급시켰다는 기록이 있고, 함경북도 회령군의 청동기시대 유적에서 콩이 출토된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유럽에는 1690년경 독일에 처음 전파되었고, 미국에는 1804년경에 소개되어 1900년경부터 널리 재배되기 시작하여 현재 세계 총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콩은 ‘밭에서 나는 소고기’로 불릴 정도로 단백질의 양이 농작물 중에서 최고이며 구성 아미노산의 종류도 육류에 비해 손색이 없다. 콩은 100g당 열량 400㎉, 탄수화물 30.7g, 단백질 36.2g, 지방 17.8g, 비타민(비타민 B1, B2, 나이아신 등), 무기질(칼슘, 인, 철, 나트륨, 칼륨 등), 섬유소 등이 들어 있는 영양식품이다. 비타민 C는 거의 없지만 콩나물로 재배될 때 싹이 돋는 과정에 변화가 생겨 비타민 C가 풍부한 식품이 된다.
콩의 주요 효능으로 체중 감량, 골밀도 증강, 유방암 발병률 감소 등을 들 수 있다. 콩의 풍부한 식이섬유가 급격한 혈당 상승을 억제하여 당뇨병 예방에 도움이 되고 콩의 사포닌 성분이 비만 체질을 개선한다. 또 콩을 많이 먹으면 치매를 방지하고 머리가 좋아진다. 이는 콩의 레시틴이 뇌세포의 활동에 관여하는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원료가 되기 때문이다. 항암작용과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적이고 장 기능을 개선하여 배변을 원활하게 하는 데도 기여한다. 특히 검은콩 껍질에는 글리시테인(glycitein)이라는 항암 물질이 들어 있어 암 예방에 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성질이 차서 소화기관이 약하거나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동물실험에서 콩 단백질을 먹은 쥐는 우유 단백질을 섭취한 쥐에 비해 체지방이 평균 20%, 체중은 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콩이 다이어트에도 좋다는 실험결과이다.
콩을 언급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성분이 이소플라본(Isoflavon)이다. 콩에 함유되어 있는 이소플라본은 골밀도를 높여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 항암효과도 있으며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심장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매일 50∼100㎎의 이소플라본을 섭취하는 것이 좋은데 두부 1모에 150㎎, 두유 1팩(200㎖)에는 30㎎, 된장 15g에는 5.5㎎가량의 이소플라본이 들어 있다. 한편 쥐의 눈처럼 생겨 서목태(鼠目太)라고 불리는 쥐눈이콩에는 이소플라본 성분이 일반 콩보다 5∼6배 많다. 쥐눈이콩에 함유되어 있는 인 중합체 폴리포스페이트(polyphosphate)는 자외선에 의한 피부 노화를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심혈관 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여러 연구에 따르면 규칙적인 콩 섭취는 저밀도지방단백질(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낮춤과 동시에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고밀도지방단백질(HDL) 콜레스테롤을 높인다. 풍부한 불포화지방산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또 콩에는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오메가-3 지방산도 많이 들어 있다. 일명 노란콩 또는 흰콩(백태)으로 불리는 대두는 오장을 보해 주고 경락의 순환을 도우며 장과 위를 따뜻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대두를 '두시(豆豉)'라 하여 울화증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이라고 했다.
콩은 날로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되지만 익혀 먹으면 65%, 두부로 먹으면 95%, 된장으로 먹으면 80% 정도 소화 · 흡수가 된다. 그 때문인지 오래전부터 장을 담그거나 메주를 쑤는 가공기술이 발달하였다. A.D 290년에 발간된 <삼국지위지동이전(三國志魏志東夷傳)>에 '고구려인은 장 담그고 술 빚는 솜씨가 훌륭하다'고 적혀 있고, <삼국사기(三國史記)>에는 신라 신문왕이 김흠운의 딸을 왕비로 삼을 때 보낸 예물 중 '시(豉)', 즉 메주를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한편 우리 전통 된장은 '바실러스 서브틸러스(B. subtilis)'라는 세균과 자연계 국균을 이용하는 데 반해 일본 된장인 미소(みそ)는 '아스퍼절러스 오리제(A. oryzae)'라는 순수 국균만 사용한다. 그런 이유로 우리 된장이 구수하고 짠 데 반해 일본 된장은 달고 담백하다.
메주콩을 쑤어 아랫목에 놓아 담요나 이불을 씌워 2∼3일간 따뜻하게 보온시킨 청국장(淸國醬, 일명 담북장)은 납두균(納豆菌)이 번식하여 끈끈한 향기를 가진 발효물질로 변한다. 다 뜨게 되면 끈끈이 실을 내는데 이는 아미노산인 글루탐산이 여러 개 합친 것과 과당의 중합물인 프락탄(fructan)이 엉겨서 된 것이다. 납두균의 작용으로 소화력이 높아질 뿐 아니라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작용도 한다. 또 납두에는 두뇌 영양물질인 레시틴이 풍부하여 뇌세포간의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원료가 된다. 청국장의 포자는 찌개로 끓였을 경우 10분 이상 생존하므로 혈전 제거 효과를 기대한다면 생으로 먹는 것이 가장 좋으나 여의치 않으면 조리과정 마지막에 청국장을 넣고 1∼2분 정도 살짝 끓이는 것이 현명하다.
두유(豆乳, soybean milk)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과 일본 등에서 콩 음료로 마셔 온 것이다. 가정에서 두유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면, ① 콩을 물에 담가 하루 정도 불린다. ② 불린 콩을 삶는다. ③ 삶아서 껍질 깐 콩 1/2컵, 물 150㎖(콩 분량의 1.5배 분량)를 넣고 믹서로 간다. ④ 각자의 취향에 따라 약간의 소금 또는 설탕을 넣어 마신다.
두유는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100㎖당 4.4g)이며 콜레스테롤이 전혀 없으므로 혈관 건강에 유익한 식품이다. 웰빙 성분인 이소플라본이 풍부하여 특별히 폐경기 여성에게 좋은 음료이다. 안면 홍조, 우울감, 기억력 감퇴 등 갱년기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콩국수는 예나 지금이나 입맛이 없고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 여름이면 더위에 지친 심신에 활력을 주는 보양식이다. 여름에는 땀으로 체내의 질소가 다량 배설되므로 단백질 보충이 필요한데 콩은 칼로리나 지방질, 당질은 적은 반면 단백질이 풍부한 저지방 고단백 식품이라서 피로회복을 돕고 혈관을 튼튼하게 하며 동맥경화 예방 및 노화 지연에 도움이 된다.
남미 에콰도르의 작은 마을 빌카밤바(Vilcabamba)는 질병이 없는 '면역의 섬'으로 알려져 있는데, 건강 장수의 비결은 바로 유기 재배한 콩이었다. 원광대 보건대학원도 우리나라 장수마을을 조사한 결과, 콩과 마늘을 많이 섭취한 주민들이 오래 산다고 발표하였다. 세계 각지에서 콩이 각광을 받고 있다. 콩 심은 데 콩 나듯 콩을 많이 먹으면 무병장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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