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긴 제목의 책은 처음 대한다. 세어보니 21자다. 저자는 왜 이렇게 긴 제목을 달았을까. 부제처럼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려니’ 말이 길어진 걸까. 저자 장기민은 한양대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한 뒤 국민대에서 공간디자인과 경제학을 공부했다. 지금은 여기저기서 ‘디자인경제학’을 전파하고 있다. 디자인경제학?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마케팅을 공부한 나로서도 낯선 용어이다. 디자인에 경제학을 가미시킨 그의 언변이 어떨지 책장을 넘겨 보자.
그러한 궁금증은 프롤로그에서 살짝 드러난다. 홍대 앞에 벅적대는 젊은이들 대부분이 홍대생이 아닌 이유는 확실한 타깃층에 핫한 장소이어서이다. 다시 말해 젊은이들이 몰려와 지갑을 열 정도로 업종, 영업방식, 디자인 등이 잘 디자인되어 비즈니스의 목적을 이루어 가고 있어서다. 이런 관찰에서부터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활경제 속의 디자인경제가 곧 홍익(弘益)이라는데 무슨 근거로, 무엇을, 누구를 이롭게 하는 걸까.
우선 ‘넓은 세상을 보는 이로운 접근법’이 디자인경제라고 말한다. 홍대 앞은 서울대입구, 한양대, 고려대, 숙대입구 등 다른 여타 대학 앞과 달리 단순히 통학 길로 보지 않는 데 있다. 이는 Hot place라는 인식이 더 강해서인데, 인식은 판단을 내리게 한다. 영화 <기생충>에서 언급된 ‘짜파구리’ 덕분에 농심의 해외 매출이 급상승한 것처럼 문화를 살리면 경제도 살아난다. 명품 라벨 하나만 붙여도 명품 백은 비슷한 크기와 재질, 외형의 일반 백의 수십 수백 배 가치를 지닌다. 흔히 사람들은 ‘디자인’을 외형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데코레이션 정도로 인식하지만, 디자인의 진가는 ‘의미 부여’에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디자인경제는 7가지를 이롭게 한다고 역설한다. 첫째, 알라딘이 보여준 중고서점경제, AI를 이용한 4차산업 디자인경제, 코로나로 인한 바이러스경제, 세계문화를 주도하는 BTS경제가 나라를 이롭게 한다. 둘째, 가성비 가심비를 내세우는 연비경제, 함께 쓰는 공유경제, 호캉스 대신 집캉스를 즐기는 공간경제, 활용의 범위를 넓힌 드라이브 스루 경제, 한강공원의 편의점경제가 생활을 이롭게 한다. 셋째, 손실을 최소화하는 소통경제, 신세계와 손잡은 스타벅스의 관계경제, 골동품처럼 오래될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중고거래경제, 현실에 안주해 몰락한 코닥의 선택경제 등이 관계를 이롭게 한다. 넷째, Off와 On-line를 허무는 공간경제, 쓰레기도 돈이 되는 공감경제, 위기를 겪어보지 않아 코로나 안전불감에 시달리는 서구인의 경험경제, 카메라 시장을 죽여버린 스마트폰의 SWITCH경제, 우연한 실수로 만회한 실수경제가 소득을 이롭게 한다. 다섯째, 복수 대신 뒤집기를 선택하는 리버스경제, 흐르는 물살에 올라타는 체인지업경제, 브랜드 주기를 단축한 현대차의 업데이트경제, 감정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이모티콘경제 등이 생각을 이롭게 한다. 여섯째, 특색있는 문화가 있는 골목경제, 감천문화마을의 도시재생경제, 환승역이 살려낸 지하철경제, 입주만으로 지역을 살리는 스타벅스경제 등이 동네를 이롭게 한다. 일곱째, 카카오톡의 독점경제, 맞춤서비스로 성공한 넷플릭스경제, 남들과 다른 발상의 마켓컬리경제, 물난리에도 고객을 놓치지않는 배달의민족경제, 카드만 만들지 않는 현대카드경제, 가구 같은 냉장고의 디자인믹스경제가 비즈니스를 이롭게 한다.
다양한 사례들로 해서 디자인경제가 세상을 이롭게 함을 충분히 인지하게 된다. 하지만 ‘경제’라는 말을 남발함으로써 경제학적 가치는 오히려 떨어지는 감을 느꼈다면 나만의 생각일까. 경제의 사전적 의미가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생산ㆍ분배ㆍ소비하는 모든 활동. 또는 그것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사회적 관계’를 말함이니 수긍해야겠지만, ‘돈이나 시간, 노력을 적게 들인다’는 뜻도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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