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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식 이야기] 인삼
백삼/수삼/홍삼/흑삼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기사입력  2020/06/29 [23:59]

농산물 지리적표시 등록 제19호 고려홍삼

농산물 지리적표시 등록 제20호 고려백삼

농산물 지리적표시 등록 제21호 고려태극삼

농산물 지리적표시 등록 제39호 고려수삼

농산물 지리적표시 등록 제47호 고려인삼제품

농산물 지리적표시 등록 제48호 고려홍삼제품

농산물 지리적표시 등록 제102호 고려흑삼

농산물 지리적표시 등록 제103호 고려흑삼제품

 

 

  財上平如水(재상평여수)

  人中直似衡(인중직사형)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

 

  최인호 소설에 인용되기도 했던 조선 최고의 인삼 상인 임상옥의 말이다. 자신의 인삼을 불태워버림으로써 중국 상계를 굴복시켰던 상도(商道)를 여실히 보여준다. 

 

  예로부터 인삼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특산품이었다. 중국의 삼칠인삼(三七人參), 일본의 죽절인삼(竹節人參) 등 다른 나라 약초도 있지만, 약효가 뛰어나기로 유명했던 한국 인삼을 구별 짓기 위해 고려인삼(高麗人蔘, Korean ginseng)이라 명명하고 외국 삼의 ‘參’과는 달리 ‘蔘 ’자를 쓰고 있다. 

 

  원래 인삼은 대부분 자연산을 채취한 산삼(山蔘)이었다. 산삼 가공품에는 한 차례 찐 증삼(蒸蔘), 껍질을 벗겨 말린 건삼(乾蔘), 익혀서 색깔이 흰 백삼(白蔘)도 있었다. 『고려도경(高麗圖經)』에서는 춘주(春州; 지금의 춘천 일대) 삼이 좋다고 했지만, 경상도 나삼(羅蔘)을 진품으로 치기도 했고 조선 시대에는 두만강, 백두산 일대의 강삼(江蔘)을 최고로 여겼다. 강원도 인제 일대의 기삼(麒蔘)이나 함경도, 평안도 일대의 산악지대에서 나오는 북삼(北蔘)도 유명했다. 모두 산삼이었다.

 

  우리 고유의 이름은 ‘심’인데 지금은 산삼채취인들의 은어로만 일부 남아있다. 산삼채취인을 ‘심마니’, 산삼을 발견했을 때 지르는 함성 “심 봤다” 정도에서 명맥이 유지되고 있을 뿐이다. 고려인삼은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인삼을 통칭하는 말로서 중국 문헌상으로는 1500여 년 전 중국 양나라 도홍경이 저술한 의학서 『신농본초경집주(神農本草經集注)』에, 한국 문헌으로는 『삼국사기(三國史記)』,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 올라있는 인삼 기록이 가장 오랜 것이다.

 

  『신농본초경에서』는 365종의 약물을 상/중/하 3품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인삼은 단연 상품에 속한다. 인삼의 약효에 대해서는 “오장을 보호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눈을 밝게 하고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장수할 수 있다.”고 표현하고 있어 오늘날 과학적으로 입증된 인삼의 효능과 잘 부합된다. 한방처방서인 『방약합편(方藥合編)』에서도 인삼이 배합된 처방의 94%를 보제(補劑) 또는 화제(和劑)로 분류하고 있어 보약 또는 강장제로 인삼을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북위 30-48도 지역에 자생하는 인삼은 재배지에 대한 선택성이 강하여 아무 데서나 잘 자라지 않는다. 또한 기후나 토질 등 자연환경에 따라 그 형태나 약효에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데 동일 위도상의 중국, 미국, 일본 등지에서 재배되는 인삼에 비할 바가 못 될 정도로 고려인삼은 그 모양과 효능이 뛰어나다.

 

  인삼은 가공하는 방법에 따라 수삼, 백삼, 홍삼 등으로 나뉜다. 갓 수확한 생삼을 수삼, 4년생 뿌리의 껍질을 벗겨 햇볕에 말린 것을 백삼, 6년생 뿌리를 껍질째 수증기로 쪄서 말린 것을 홍삼이라 부른다. 이 중 섭씨 95도 정도의 고온에서 2~3일에 걸쳐 여러 번 쪄내 말린 홍삼은 이런 과정을 통해 인삼의 주요 약리 성분인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 성분이 풍부해진다. 본래 수삼에는 없거나 미미했던 항암 성분, 항당뇨 성분, 항염증 성분, 항산화 성분, 간기능 해독성분, 중금속 해독성분 등 10여 가지가 새로 생겨나거나 함유량이 몇 배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홍삼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123년(고려 인종1년)에 고려를 다녀간 송나라 사신 서긍이 저술한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서 엿볼 수 있는데 “백삼이 좋긴 한데 여름을 지내면 좀이 먹으므로 솥에 쪄야 보존성이 좋다”라고 적고 있어 홍삼의 역사 또한 일천 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거상 임상옥이 등장하기 전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백삼을 고집했고 홍삼은 중국이나 왜에 수출하는 가공품쯤으로 여겼다. 오죽했으면 정조는 홍삼을 가삼(假蔘;가짜삼)이라 불렀을까. 홍삼에 관한 과학적인 연구는 1950년대에 이르러서야 급진전을 보였다. 

 

  오늘날 인삼의 기본적인 약리작용을 ‘적응소 효과’로 보는 학설이 유력한데, 이는 생체가 가지는 비특이적인 저항력을 증대시켜줌으로써 병적인 상태를 정상화시켜 준다는 개념이다. 즉 인삼의 사포닌 배당체 물질이 부신피질호르몬의 일종인 글루코코르티코이드(Glucocorticoid)의 분비를 촉진 시켜 각종 스트레스에 대한 부신피질 기능 강화에 유효하다는 것이고, 대뇌피질을 자극하여 콜린 활동성을 높임으로써 혈압강하, 호흡촉진, 과혈당 억제, 인슐린작용 증대, 적혈구 및 헤모글로빈의 증가, 소화관운동 항진 등의 작용이 있음이 밝혀졌다. 그 밖에 생체단백질 및 DNA 합성 촉진작용, 항암작용 등이 속속 밝혀지면서 인삼의 학명인 ‘Panax(=Pan 모든+Axos 의학) Ginseng’, 즉 만병통치약으로서의 진면목을 과학적으로 입증받고 있다. 이런 장점으로해서 건강기능식품 총매출액의 36%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애호하는 No.1 건강식품이 되었다.

 

  그런데 홍삼이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을까? 답은 ‘아니다’이다. 왜냐하면 인삼의 주성분인 사포닌을 제대로 흡수하려면 프라보텔라오리스라는 장내 미생물에 의한 사포닌 분해효소가 작용해야 하는데 한국인 37.5%는 아예 이 효소가 없거나 있어도 개인차가 극심하다는 것이다. 한방에서는 체질의 문제로 보기도 한다. 홍삼은 열성 약재여서 소음인에겐 잘 맞는 대신 태음인에겐 효과가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으며, 소양인과 태양인이 홍삼을 복용하면 열이 너무 올라 도리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원광대 약대 김재백 박사는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여 장내 미생물의 사포닌 분해과정 없이도 체내 흡수가 가능한 발효홍삼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한편 홍삼이나 백삼의 흡수율을 높이기 위한 또 하나의 방편으로 식후 4시간 이내에 먹는 것을 삼가야 한다. 식후에는 장내 미생물이 식사를 통해 들어온 당을 먼저 분해하기 때문에 식후에 바로 먹는 홍삼은 그만큼 분해가 덜 되어 흡수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홍삼을 먹는 동안에는 카페인, 혈압약, 에스트로겐, 정신병 치료제 등을 함께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홍삼은 혈압과 신경을 항진시키는 작용이 있으므로 이들 약과 함께 먹을 경우, 약효가 너무 강해져 부작용을 호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름 보양식인 삼계탕에 들어있는 인삼 뿌리는 대추처럼 독소를 빨아들이므로 먹지 말아야 한다는 속설에 대해서는 낭설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선 닭에는 독성이 없다. 닭의 냄새를 없애주고 인삼의 유효성분이 닭의 영양소와 궁합을 이루므로 다 먹는 것이 좋다. 

 

▲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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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6/29 [23:59]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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