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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민주당의 시간이 왔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결과에
 
조영훈 정치학 박사   기사입력  2020/04/21 [05:43]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과 그의 위성정당이 180석을 얻었다. 진보개혁으로 간주되는 의석은 190석에 달한다. 진보를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이토록 초현실적인 성적표를 보고 엄습하는 감정은 기쁨보다는 두려움이다. 더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질 것 같기 때문이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한다. 좌·우 균형이 중요하다는 뜻일 테지만, 진보개혁진영이 자신들에게도 한 공간을 열어달라는 읍소인 경우가 많았다. 세계에서 가장 동질적인 민족이 내전을 치르고 따로 국가를 차린 남한에서 진보 혹은 좌파가 발붙일 곳은 없었다. 반공을 국시로 하는 군부독재가 경제개발에 성과를 내며 북한과 체제경쟁에 승리했다. 민주화되고 얼마 안 돼 3당이 합당했다. 진보의 지역적 기반은 호남으로 고립됐다. 

 

이러한 악조건에서 정권교체 자체가 선(善)이기에 야합소리 들으며 DJP 단일화를 밀어붙였다. 기적같은 재집권을 이뤄낸 노무현은 무엇을 하기 보단 무엇을 안하겠다는 개혁만 하기에도 힘이 벅찼다. 다시 집권한 보수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김대중·노무현 시대를 하나의 얼룩 정도로 여겼다. 세탁하고 멸균해서 지워버리려고 했다. 무리한 일이기는 하나 어려운 일도 아닌 듯이 보인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2016년 총선에서 이른바 진박(眞朴)들의 발광은 그럴만한 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민주당이 이겼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다. 민주당은 대선에서 이겼고, 지선에서 이겼고, 총선에서 이겼다. 갈수록 크게 이기고 있다. 초현실적인 느낌이 난다. 현기증이 난다. 

 

180이라는 숫자가 굉장하긴 해도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1990년에 3당 합당한 민자당은 218석을 가졌고, 2008년 총선으로 한나라당(친박연대)과 자유선진당을 합하면 192석에 달했다. 다만 보수한테만 가능한 숫자였다. 민주당으로서는 꿈도 꾸기 어려운 의석이 실현된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승리의 규모보다도 승리의 시점이다. 대통령 임기의 중간에 치러진 선거이다. 집권당이 아무리 잘해도 한 곳에 힘을 몰아주기 싫은 것이 대중의 심리이다. 많은 사람이 촛불항쟁부터 시작된 도도한 흐름을 이야기하지만, 사후적 설명에 불과하다. 결국 코로나19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전시에 국민은 국가를 중심으로 결집한다. 그렇게 인기없던 부시 대통령도 9.11 테러가 나자 중간선거에서 대승했다. 그만큼 이번 선거결과는 구조적인 것이 아니라 국면적인 데서 비롯한다. 

 

민주당이 져야할 선거에서 이겼으니, 이제는 질 일만 남았을까? 세 번 안타치고 또 안타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지만, 다음 선거는 대선이다. 총선은 대선에 종속된 변수이지만, 대선은 독립변수이다. 지금의 기세로 보수가 집권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 일이 일어나서도 안 된다. 민주당을 지지해서가 아니다. 현재의 권력구도에서 민주당이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하면 헌정위기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동질적인 민주당이 180석을 보유하고 있는데, 다른 어느 정당이 집권해도 통치력을 가질 수 없다. 많은 사람이 대통령이 굉장히 강하고 국회는 허울뿐인 걸로 여긴다. 허나 의회의 지지세력을 갖지 못한 대통령은 참으로 무력한 존재이며, 그래서 위험한 존재가 된다. 제도정치 안에서 힘을 갖지 못한 대통령은 거리에서 세력을 모으게 된다. 관료를 앞세워 통치하려는 대통령과 관료를 불러다 길들이려는 의회 사이에 국정은 산으로 간다. 대통령과 의회 간에 충돌은 제어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민주당은 대선에서 이길 것이고, 이겨야 할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한테는 앞으로 10년에 가까운 집권기가 열릴 것이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세가 부족하다고 핑계 댈 일이 없어졌다. 그래서 무서운 일이다. 민주당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의석을 가졌을 뿐더러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시간을 가졌다.

 

이 기회를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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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4/21 [05:43]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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