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대야미 속달동 주민 신선임 씨와 가족들이 지난 1월 이란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왔습니다. 신선임 씨의 ‘이란여행기’를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에 연재합니다.
야즈드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숙소에 바로 들어가기 아쉬운 마음에 아이들과 카페에 들어갔는데 개미 한 마리 안 보이던 골목길과 대조적으로 카페는 자리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북적였다.
담배 연기가 자욱해서 나가자고 재촉했더니 아이들이 향이 좋다며 안으로 나를 잡아끈다. 향의 실체는 바로 물담배였다.
대부분의 테이블에는 물담배 기구가 놓여 있었고 다들 기구 주변에 모여 돌아가며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젊은 여성 두 명이 선뜻 우리와 합석할 뜻을 비추자 우리는 덥석 자리에 앉았는데 물담배를 한 번 경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물어보니 계피향이었고 입을 대는 튜브에 대고 먼저 흡입을 하면 코와 입으로 연기가 나오게 된다. 담배가 별로 강하지 않고 연기가 생각보다 많이 나서 계속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였지만 몽롱해지는 느낌도 있고 애들이 호기심을 누르지 못해 그만 두어야 했다.
마침 오늘이 중국과 이란의 아시안컵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나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주변에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모두 우리와 대화하고 싶어 했고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서 간단한 얘기를 주고받았다.
어느새 우리 주변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합석을 하니 우리가 앉은 자리가 빼곡해졌다. 한국 드라마의 주인공 남자가 너무 멋있다며 배우 이름을 부르며 소리를 지르는 여자도 있었고 자기 사촌이 코리안 컵 보디빌더 대회에서 수상을 했다는 사진을 보여주는 남자도 있었다.
남녀가 한데 어울려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퇴폐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싶겠지만 남녀 간에 쉽게 어울리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였고 억압이나 구속이 없는 일반 젊은이들의 모습과 다름없었다. 아이들도 그 분위기가 좋았는지 계속 있자고 해서 이란 축구팀이 중국을 3:0으로 이기고 4강 진출이 확정될 때까지 사람들과의 대화를 이어 나갔다. 우리는 물론 이란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옆에 앉아 있던 23살의 아리따운 아가씨 골나츠Golnaz에게 머리가 길어 아름답다고 했더니 기꺼이 히잡을 살짝 걷어 머리칼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머리칼을 숨기고 있어 아쉽다고 하니 나라의 법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다며 너희 나라로 데려가 달라며 농담을 한다. 히잡과 차도르까지 두른 여인들을 보면서 가졌던 선입견을 잊을 수 있었던 야즈드의 마지막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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