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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칼럼] 칸의 영화, `기생충` 봉준호의 지하실 미학
대야미 마을 미디어 프로젝트 진행
 
박명호 미디어교육 강사   기사입력  2019/06/19 [00:35]
▲ 박명호 미디어교육 강사     

 어느 작가가 이야기했다.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가 아닌, 계급에 대한 이야기라고. 겉으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비슷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 사회에는 계급이라고 하는 부조리한 피라미드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현실을 외면하거나,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그런데 부조리한 계급의 문제를 영화를 통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는 감독이 있으니 바로 봉준호 감독이다. 감독은 신작 <기생충>에서 두 가족의 대비를 통해 그 계급의 이야기를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고 영화적으로 다룬다. 이번 <기생충>은 가장 명예로운 영화제로 여겨지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이라고 하는 최고의 상을 받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영화에는 대조되는 두 가족의 모습이 나온다. 호화로운 저택에서 부족할 것 하나 없이 살아가는 박사장의 가족과 반 지하에서 살아가는 전원 백수 가족. 두 가족은 계급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마주 칠 일도 없는 사이이다. 그런데 전원 백수 집안의 장남인 기우가 친구의 소개로 박 사장의 딸 영어 과외 선생으로 들어가게 됨으로써 이 기묘한 만남으로 드라마가 시작된다. 사실 기존의 봉준호의 영화에 비하면 작은 사건이다. <살인의 추억>에선 마을에서 시체가 발견된다거나, <괴물>에선 한강에 괴물이 나타난다거나 큰 사건이 일어나는 반면, 이번 <기생충>에서는 너무도 작은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보다 더 섬세하게 연결되어있는 관계망과 감정선으로 인해서 더 볼거리가 많고 풍성한 영화가 된다.

 

 역시나 봉준호 감독은 공간을 잘 활용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 공간은 주제를 드러내는 미학적인 공간이면서도 동시에, 영화적 재미를 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의 영화에서는 언제나 그렇듯이 지상에는 평범한 삶이 펼쳐지지만 지하실이라고 하는 낯선 공간에서는 무언가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그것이 영화의 중요한 사건과 연결된다. 사실 그러한 모티프는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에서도 등장한다. 아파트 지상의 풍경은 일상적이지만, 지하 보일러실은 뭔가 기이하고 낯설게 그려낸다. <살인의 추억>에서도 역시 지하실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형사들의 추악하고 이중적인 모습을 잘 보여준다.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옥자>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회사 사무실과 달리 지하에서 끔찍한 돼지 실험이 이루어지는 양면성을 보여준다. 옥자는 매스컴에서는 화려한 스타이지만 지하실에서는 끔직한 실험 대상일 뿐이다. 이번 기생충도 지하실의 미학이 여전히 나타난다.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 더 흥미롭고 영화적 재미를 준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씬 생일 파티 장면에서는 지상의 화려한 축하 파티와 지하의 끔찍한 살육전이 대비되어 교차 편집으로 그려지는데 그 콘트라스트는 매우 강렬하고 영화의 주제를 가장 강렬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영화가 ‘계급의 이야기’라는 것을 서사를 통해서 뿐 아니라, 미장센을 통해 전달한다. 그 중에 당연히 가장 중요한 숏의 디자인은 첫 숏과 마지막 숏에서 등장하는 틸트다운Tilt down 숏일 것이다. 창문의 숏에서 카메라가 내려가면 그 아래에 앉아 있는 기우의 모습이 보인다.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는 한국 청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숏이기도 하다. 그리고 영화에서 가장 스릴 넘치는 장면이기도 한 박사장 부부가 쇼파에서 애무하며 사랑을 나누는 동안, 기택의 가족들은 테이블 밑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숨어있는 장면도 흥미롭게 디자인 되어있다. 그 숏의 설계는 두 가정의 계급을 미학적으로 보여준다. 그때의 카메라 워킹 역시도 수직 틸트 다운으로 이루어진다. 소파는 상층부에 있고, 카메라가 수직으로 내려가면 테이블 밑에 기택의 가족이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두 가족의 계급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설국열차의 꼬리칸과 앞 칸의 대조보다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것 중에 하나는 계급의 이야기를 ‘냄새’라고 하는 모티프를 통해서 드러냈다는 점이다. 사실 영화라고 하는 것은 시각과 청각을 통해서 체험을 시키는 매체인데, 이 영화는 묘하게도 냄새까지도 느껴지게 한다. 박사장 부부가 기택의 가족에게 풍기는 냄새를 다양한 방식으로 묘사하는데, 그 냄새가 관객에게까지 느껴지게 된다. 감독은 아마도 영화의 매체적인 한계를 넘어서서 관객들이 오감을 통해서 영화를 체험하도록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아주 미약하지만 세월호의 메타포를 떠오르게 하는 장면들이 존재한다. 물의 재난이라든지, 소녀의 죽음이 그렇다. 그러나 그것을 직접적으로 연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느 정도는 감독의 의도가 반영되어있다고 느껴진다. 물의 재난 이후에 주민들이 체육관에 모여 있는 모습과 그 와중에 음악을 틀고 유세를 하는 정치인의 우스꽝스러운 풍경은 세월호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유난히 많이 등장하는 대사는 “계획이 있느냐?”에 대한 이야기이다. 기생충처럼 살아가는 하층부의 사람들은 대부분 계획이 없다. 그저 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주어진 하루를 버티는 것이 전부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계획을 가진 이가 있으니 바로 기우이다. 그는 핵심 사건 이후에 부자가 되어서 아버지를 지하실에서 나오게 하는 계획을 갖게 된다. 그런데 그런 기우의 계획이 희망적이기보다는 허황되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이토록 명료한 주제를 이야기하면서도 영화적 재미를 주고, 게다가 상징으로 가득한 예술적인 숏을 통해 다양한 해석의 즐거움을 주는 영화감독이 세계에 또 있을까? 그가 칸 영화제에서 최고의 상을 받는 것은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여겨진다. 그런 소중한 감독이 동시대에 있어서 영화를 사랑하는 입장에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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