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대야미 속달동 주민 신선임 씨와 가족들이 지난 1월 이란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왔습니다. 신선임 씨의 ‘이란여행기’를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에 연재합니다.
오늘은 이스파한에서의 마지막 날, 저녁을 일찍 먹고 시오세 폴 다리에 나왔다. 시오세 폴 다리는 아치가 33개가 있다는 의미인데 카주 다리보다 길고 이스파한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손꼽힌다.
엊그제 이맘 광장에서 우연히 알게 된 한국인 여성 사업가를 여기서 만나기로 했는데 일정이 지체되었다고 해서 지금 그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기로 했다.
자엔데 강가의 강변도로를 따라가는데 건물이나 시가지의 모습이 우리가 며칠간 지냈던 이스파한의 모습이 아니었다. 주요 관광지들이 몰려 있던 올드 타운에 비하면 여기는 한강변을 따라 늘어서 있는 서울의 고급 주택가와 빌딩을 떠올리게 했다.
고급 양탄자 가게와 가구점의 규모와 전시품들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고급 레스토랑과 카페도 즐비하다. 우리와 같은 도보 관광객들은 이스파한의 이런 면을 알지도 못하고 떠나게 될 것이다.
카스피해와 인접한 이란 북부의 길란주 라시트에 살고 있는 김인순 씨는 한국에서 온 엄마와 만나 이란을 여행 중이었다. 든든한 아들 둘에 운전사까지 동반한 가족 여행이었다.
충남 성환에서 오신 친정어머니는 순박한 시골 촌부의 모습이었는데 볼거리 화려한 여행 보다는 딸과 손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워 보였다. 함께 식사를 할 때 입맛에 안 맞아 힘들어 하셨는데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넘어설 만큼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리라 여겨진다.
인순 씨는 자신의 정체성을 4개의 역마살로 설명했다. 국내를 돌아다니는 것을 역마살 하나, 외국으로 여행 다니는 것을 역마살 둘, 아예 외국에 정착해서 사는 것을 역마살 셋, 외국에 나가 있어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직업을 갖는 것을 역마살 넷이라고 할 때 자신은 영락없이 역마살 넷이라고 한다.
옆에 계신 어머니에게 여쭤 보니 아이일 때부터 그랬다고 어딜 돌아다니는지 금방 없어지는 아이여서 속을 많이 태웠다고 했다. 인순 씨는 사람은 생긴 대로 사는 것이라고 지금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해했다. 자기처럼 기가 센 사람은 5000미터가 넘는 북쪽의 알부르즈 산맥과 남쪽의 자그로스 산맥이 적당히 그 기운을 눌러줘서 좋다는 우스개 소리를 하다가도 이란인과 유창한 페르시아어를 구사하는 인순 씨의 모습이 참 멋져보였다.
한 편 나의 역마살은 두 개쯤 되겠다고 생각하니 뜨끔했다. 우리 집 천장이 남의 집 마당이 되는 산 속 마을 마술레를 여행 일정에 두었는데 라시트에서의 재회를 기약하며 헤어졌다.
# 독자가 내는 소중한 월 1천원 구독료는 군포시민신문 대부분의 재원이자 올바른 지역언론을 지킬 수 있는 힘입니다. # 구독료: 12,000원(년간·면세)/계좌 : 농협 301-0163-7916-81 주식회사 시민미디어
<저작권자 ⓒ 군포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