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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철칼럼] 종북좌파 등의 표현 명예훼손?
심규철의 일상법률 이야기 (24회)
 
심규철 변호사   기사입력  2019/06/14 [13:32]
▲ 심규철 변호사   

  대법원 2018.10.30.선고 2014다61654판결을 중심으로 하여 이에 관한 법리를 살펴보고자 한다.

 

들어가는 말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자신과 정치적 입장이나 견해가 다른 사람에 대하여 비판이나 비방이 늘어가고 있고, 그에 상응하여 이에 대한 법적 대응도 늘어가는 상황 속에서 어디까지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비판의 영역이고, 어디서부터 법의 간섭이 시작되는 명예훼손의 영역인가 하는 문제는 표현의 자유가 점점 더 중요시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긴장된 주제임이 틀림없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최근 명예훼손과 관련한 그 간의 판례를 변경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중요성을 감안하여 전원합의체 판결(대법관 9:5로 의견이 갈림)로 정리한 사건이 있어서 이를 소개하기로 한다.

 

사안의 개요

 

  원고 이 아무개는 민주노동당 및 통합진보당 소속의 국회의원 및 당대표로 재직하였고, 원고 심 아무개는 그 남편으로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며, 피고들은 주식회사 조선일보 등 언론사이거나 기자· 정당인 등이다.

 

  사안의 내용은 모 언론사 대표로 활동한 피고1이 2012.3.21.부터 같은 달 24일까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원고들은 oo동부연합 그 자체이다. oo동부연합은 종북·주사파이다. 원고 심 아무개는 oo동부연합의 브레인이자 이데올로그이고, 종북파의 성골쯤 되는 인물로서, 6·25남침론을 부정하는 <국가보안법의 전제인 북한에 의한 무력남침, 적화통일론의 허구성>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는데, 이는 주‘사파 oo연합의 입장이다. 원고 심 아무개가 oo동부연합의 종북담론을 만들어냈고, 원고 이 아무개가 대학 1학년 때부터 oo동부연합이 원고 이 아무개를 찍었고, 원고 심 아무개가 원고 이 아무개에게 대중선동 능력만 집중적으로 가르쳐서 아이돌 스타로 기획하였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하였고 이를 다른 피고들인 언론사의 기자들이 받아 소속 언론에 게재하고, 특정 정당의 제19대 국회의원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이 비슷한 내용을 담아 성명을 발표하게 된 사건이다.

 

명예훼손과 관련한 형법의 규정

 

  이 사건은 형사 사건이 아니고, 명예훼손으로 인한(민법 제750조 이하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건이지만 민법상 명예훼손 등을 형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과 동일하게 보는 것이 법률용어의 일관성과 법체계의 통일성 관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대법원은 보고 있다.

 

  그런데 형법상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고 사실의 적시가 없이 단순히 인신공격적이고 모멸적인 표현을 한 것에 불과하다면(예컨대 “사기꾼”,“도둑놈”이라는 표현만 있을 뿐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없으면) 모욕죄에 해당하므로 명예훼손과는 별도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명예훼손죄에 대하여도 적시한 사실이 진실인지 허위인지에 따라 법정형을 달리하고 있으며(형법 제307조 제1항,제2항), 적시한 사실이 진실이고(설혹 진실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진실하다고 믿은 데 대해 상당한 이유가 있고)오로지 공익에 관한 때(알 권리 차원에서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할 내용인 때)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하지 않는 것으로 하고 있어(형법 제310조) 특히 언론사의  보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판결의 요지

 

  가. 이 사건에 대하여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피고들의 행위에 대해 “남북이 대치하고 있고 국가보안법이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특정인이 ‘주사파’로 지목되거나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한다는 ‘종북’으로 지목될 경우 또는 주사파나 종북 세력으로 인식되고 있는 ‘oo동부연합’에 속해 있는 것으로 지목될 경우 그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를 하여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사람으로서 반사회세력이라는 부정적이고 치명적인 의미를 갖게 되어 그에 대한 사회적 명성과 평판이 크게 손상될 것이므로 이로 인하여 명예가 훼손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결론적으로는 이 사건 피고들의 원고들에 대한 위와 같은 표현은 ‘사실의 적시’(事實摘示)가 아니라 ‘의견의 표명’에 불과하다고 보아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또한 대법원은, 원심은 이 사건 표현행위가 사실인지 허위인지 판단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 사건 표현행위에 사실의 적시가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公人인 원고들에 대한 의혹의 제기나 주장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만한 구체적 정황의 제시가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하여 피고들의 행위를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이하에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 나타난 명예훼손과 관련한 대법원의 주요 입장을 소개하기로 한다.  

 

  나. 기사 중 어떤 표현이 사실의 적시인지 의견의 진술인지를 가리기 위해서는 표현의 문언과 함께 기사 전체의 취지, 배경이 된 사회적 흐름과의 연관 하에서 표현이 갖는 의미를 살펴 판단하여야 하고 또한 표현의 진위를 결정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도 살펴보아야 한다.

 

  다. 표현행위로 인한 명예훼손책임이 인정되려면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명예는 객관적인 사회적 평판을 뜻한다. 누군가를 단순히 ‘종북’이나 ‘주사파’라고 하는 등 부정적인 표현으로 지칭했다고 해서 명예훼손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그러한 표현행위로 말미암아 객관적으로 평판이나 명성이 손상되었다는 점까지 증명되어야 명예훼손책임이 인정된다.

 

  현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사용된 표현 뿐만 아니라 발언자와 상대방이 누구이고 어떤 지위에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극우’든 ‘극좌’든, ‘보수우익’이든 ‘종북’이나 ‘주사파’든 그 표현만을 들어 명예훼손이라고 판단할 수 없고, 그 표현을 한 맥락을 고려하여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피해자의 지위를 고려하는 것은 ‘공인 이론(공적 인물론)’에 반영되어 있다.

 

  공론의 장에 나선 공적 인물의 경우에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고 그러한 비판에 대해서는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서 극복해야 한다. 발언자의 지위나 평소태도도 그 발언으로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판단할 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라.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부정확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표현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표현들 모두에 대해서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일정한 한계를 넘는 표현에 대하여는 엄정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지만, 그에 앞서 자유로운 토론과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하여 표현의 자유를 더욱 넓게 보장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자유로운 의견 표명과 공개 토론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잘못되거나 과장된 표현은 피할 수 없고, 표현의 자유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생존에 필요한 ‘숨 쉴 공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명예훼손으로 인한 책임으로부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는 이른바 ‘숨 쉴 공간’을 확보해 두어야 한다. 부적절하거나 부당한 표현에 대하여는 도의적 책임이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도 있고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도 있다. 도의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사안에 무조건 법적 책임을 부과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표현의 자유를 위해 법적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중립적인 공간을 남겨두어야 한다.

 

  마. ‘종북’이라는 말은 과거 민주노동당의 ‘평등파’가 자당의 정책이나 이념적 방향에 대하여 북한에 대한 자주성과 독자성이 없다는 취지로 ‘자주파’를 비판하면서 사용된 이래,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태도를 뜻하는 것이었지만 그 이후 종북이라는 표현은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국가·반사회 세력이라는 의미부터 ’북한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 정부의 대북강경정책에 대하여 비판적인 견해를 보이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따라서 ‘종북’이라는 말은 대한민국의 대북정책이나 북한과의 관계 변화, 북한의 대한민국에 대한 입장 또는 태도 변화, 서로 간의 긴장 정도 등 시대적, 정치적 상황에 따라 그 용어 자체가 갖는 개념과 포함하는 범위도 변하며 또한 평균적 일반인뿐만 아니라 그 표현의 대상이 된 사람이 ‘종북’이라는 용어에 대하여 느끼는 감정 또는 감수성도 가변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종북’의 의미를 객관적으로 확정하기가 어렵다.

 

  이 사건 표현행위에 사용된 ‘주사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사파’라는 용어를 사용한 기사가 문제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2002.12.24.선고 2000다14613판결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바 있으나 위 대법원판결은 단순히 용어의 통상적인 의미만을 근거로 사실 적시로 본 것이 아니라 해당 표현의 문언과 함께 기사 전체의 취지,보도 당시인 1994년을 기준으로 해당 표현이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갖는 부정적 의미를 살펴보고, 표현의 진위를 결정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도 살펴본 다음 사실 적시로 판단한 것이지 단순히 ‘주사파’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는 이유로 사실 적시로 판단한 것이 아니다.

 

  위 대법원판결이 선고된 이후 십여 년이 지나는 동안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발전하고, 그 동안 표현의 자유가 계속 확대되어 온 시대적·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 ‘주사파’라는 용어에 대한 평가도 달라져야 한다. 이사건에서 ‘주사파’라는 용어는 ‘종북’이라는 용어와 병렬적으로 사용되어 통합진보당의 운영이나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 경선 과정을 둘러싸고 원고들이 취한 정치적 행보나 태도를 비판하기 위한 수사학적 과장이라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이 또한 ‘사실 적시’가 아니라 ‘의견 표명’으로 볼 여지가 있다.

 

  바.이 사건 표현행위 당시 원고 이 아무개는 국회의원이자 공당의 대표로서 공인이었고, 그의 남편인 원고 심 아무개도 그 간의 사회활동 경력등을 보면, 공인이나 그에 준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원고들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에 대하여는 광범위한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원고 이 아무개는 면책특권을 누리는 국회의원으로서 ‘oo동부연합’이라는 표현 등에 대하여 대응하여 이를 반박하고 비판하는 등 상호 정치적 공방을 통하여 국민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

 

  또한 기록에 따르면 이 사건 표현행위의 내용의 뒷받침할 만한 관련 언론보도도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언론보도 내용이나  당시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 등이 이 사건 표현행위를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맺는말

 

  대법원은 표현의 자유를 넓게 인정하려는 경향을 이 판결로 나타냈다고 본다. 같은 ‘주사파’라는 표현에 대하여 2002년 대법원 판결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나, 이 사건에서는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보았으나 그렇다고 대법원이 명예훼손에 관한 판례의 태도를 변경한 것은 아니다. 특정한 표현 자체로 명예훼손이 반드시 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표현행위가 행하여진 대상, 표현행위의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개별적인 판단을 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여진다.

 

<외부기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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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6/14 [13:32]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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