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대야미 속달동 주민 신선임 씨와 가족들이 지난 1월 이란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왔습니다. 신선임 씨의 ‘이란여행기’를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국경의 장벽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임을 실감한다. 바람도 자유롭게 다니고 새들도 날아다니는 국경을 왜 인간은 넘어갈 수 없는 것일까? 목적지에 가려는 사람을 가게 놔두고 들어오는 사람을 막지 않는다면 이런 비자와 관련한 절차도 필요 없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애초에 비행기 놓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경계를 정해 놓고 사람이 오가는 것을 그저 제한하기 위함이라면 아예 없애버리면 되지 않을까? 자신이 태어난 국가가 아니라 원하는 곳을 선택해서 살면 큰 문제가 생길까? 국가 간의 경계가 사라진다면 다른 문화나 인종에 대한 차별 없이 서로 어울려 살 수 있지 않을까?
폴란드 크라쿠프에는 2차 대전 당시 쉰들러의 공장이 있었다. 쉰들러는 유태인들을 숨겨주고 안전한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으로 유명한데 그 공장 건물은 현재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박물관에는 당시 유태인들의 게토 생활을 잘 복원해 놓고 있다. 도시의 한 구역에 장벽을 세우고 그 안에 유태인들을 모두 몰아서 강제로 살도록 구획한 곳이 게토이다. 게토의 장벽은 유태인들을 유태인이 아닌 사람들로부터 경계 짓고 분리하려는 의도에서였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멕시코 장벽을 세울 예산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연방 정부를 셧다운 shut down 했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중남미 이민자들을 물샐틈없이 막아 자국민들을 지켜내려는 미국 대통령의 의도는 알겠으나 그 장벽을 세우는 천문학적인 돈으로 중남미 국가의 경제적 안정을 지원해 주기 위한 비용으로 투자하는 것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미국에서 멕시코로 가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사람들의 이동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는 할까라는 의심도 든다.
이제 호텔로 돌아와 여장을 풀고 쉬고 있는데 갑자기 테헤란에 예약해 둔 숙박업소에 생각이 미쳤다. 일정이 연기되었음을 빨리 알려야 했다. 그런데 나의 구글 메일이 작동하지 않는 거다. 호텔 직원에게 문의했더니 중국에서는 구글이 안 된다고 했다.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하지만 굳이 그렇게 막아놓아야 하나 싶다.
몇 번을 시도하다가 한국에 있는 남편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테헤란 숙소와 연락도 닿았고 이제는 마음 편하게 호텔의 안락한 침대에 몸을 맡긴다. 힘든 하루를 보내면서 국경을 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보이지 않는 국경의 장벽이 얼마나 높은지를 실감했다. 거기에다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중간 경유지의 국가에 체류하며 우리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막막함을 느껴보는 체험은 덤이었다.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던 나라에서 이틀을 보내야 한다고 했을 때는 뿌리가 뽑힌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래도 이 경험은 여행의 일부일 뿐이고 나는 다시 돌아갈 곳이라도 있지만 나라를 잃고 떠돌고 있는 난민들의 삶은 어떠할까? 몸에서 중요한 무언가가 빠져나가고 뿌리가 뽑힌 듯한 그런 느낌 아닐까? 내 마음은 잠시나마 우리 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요르단 출신의 로아에게 가닿을 수 있었다.
Alsnaid Roa Ahmad. 내가 이란으로 간다고 했을 때 히잡을 빌려주었던 눈이 크고 미소가 예쁜 그 아이는 항상 히잡을 쓰고 다니고 급식으로 나오는 고기는 할랄 식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절대 손대지 않을 정도로 무슬림으로서의 의무를 다 하는 요르단 난민이었다. 고통을 체험함으로써 타인의 처지에 잠시라도 서 볼 수 있는 것. 이것은 여행자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면서 여행이 줄 수 있는 값진 경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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