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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바이칼, 시베리아를 가다] 박샤 란포체 다짠에 가다
아프리카에서 시작한 싸이베리아 여행기 (16)
 
신선임 안산선부중학교 교사   기사입력  2019/02/07 [10:06]

[편집자주] 대야미 속달동 주민 신선임 씨와 가족들은 지난 겨울 아프리카 여행에 이어 이번 뜨거웠던 여름에 러시아 바이칼 일대를 다녀왔습니다. 이에 매주 토요일 러시아 여행기 ‘생명의 바이칼, 시베리아를 가다’를 연재합니다.


 

울란우데로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이번에는 도시 내에 있는 박샤 란포체 다짠으로 향했다. 배차 간격이 짧은 97번 버스의 종점이다 보니 접근성이 좋은 데다 높은 언덕에 위치해 있어 도시의 전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이칼 호수로 흘러들어가는 셀렝가 강이 보이고 울란우데 시가지도 손에 잡힐 듯하다.

 

▲ 높은 언덕에 위치해 전망이 좋은 박샤 린포체 다짠     © 군포시민신문

 

울란우데 시는 위치면에서 매우 흥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러시아의 극동에 위치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유럽까지 이어지는 세계 최장의 열차이다 보니 열차의 시발역에서 출발하는 동아시아인들은 런던, 베를린, 바르샤바 등지에서 줄곧 달려온 유럽인들과 러시아라는 광활한 공간에서 조우하게 된다.

 

특히 여기 울란우데 역에서는 몽고 내륙으로 들어가는 몽골횡단열차 TMGR(Trans Mongolia Railway)로 옮겨 탈 수 있는데 몽골의 울란바토르를 거쳐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의 많은 도시와 연결된다. 따라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와서 몽골, 중국 등의 내륙으로 여행하려는 유럽인과 아시아인들이 모여드는 곳이 바로 울란우데이다.

 

▲ 다짠의 둘레를 도는 길-많은 이들이 시계 방향으로 이 길을 돈다     © 군포시민신문

 

몽골과 중국에서 더 내려가 베트남과 태국으로 기찻길이 이어져 여러 다양한 사람들의 무수한 이야기가 숨어 있을 여행에 우리도 합류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설레고 기대되는 여행이다. 분단되어 허리가 잘린 것도 억울한데 혈관처럼 뻗어있는 유라시아 대륙의 그물망 속에 합류하지 못하는 것도 참 서러운 일이다. 심장의 펌프질로 혈관에 혈액이 일시에 공급되듯이 끊어진 철도를 다시 이어 철도를 달리게 함으로써만 비로소 우리 민족의 생명력을 획득하고 유라시아 대륙의 일원으로서 당당히 설 수 있을 것이다.

 

날이 좋은 토요일 오후라 다짠에서 결혼식이 많은가 보다. 여기저기 잘 차려입은 신랑 신부들과 하객들의 표정이 밝아 보인다. 마니차를 굴리는 사람들과 천에 복을 비는 글을 적어 매달아 놓는 사람들로 붐빈다. 언덕에 위치해 있어 바람도 힘차게 부니 그들이 빼곡하게 써넣은 염원의 깃발들이 바람에 펄럭이며 날아가 하늘에 가닿을 수 있기를...

 

▲ 사람들의 염원을 담은 깃발이 빼곡히 꽂혀 있다     © 군포시민신문

 

예비 신랑 신부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던 부리야트 남자가 남편에게 말을 건넨다.

 

"저는 이름이 알렉세이에요. 한국에서 오셨어요?" 여기 와서 오랜만에 듣는 영어다. 이렇게 이방인에게 마음을 열어주는 사람이 있어 여행은 한층 정겹다. 한 호스텔에서 읽은 글귀가 생각난다. Be Happy. Smile Wide. Travel Hard. (행복하라. 방긋 미소 지어라. 열심히 여행하라)

 

오늘 밤 이르쿠츠크로 가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게 되니 러시아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다니엘이 소개해 준 레닌 거리의 에뜨노 카페 Ethno Cafe에서 저녁을 먹으며 우리 가족 여행의 성공을 자축했다. 식당에서 나와 광장을 걸어가 보니 1920년에 세워진 공산주의 혁명 전사자 기념탑이 보인다. 탑은 네 면으로 되어 있고 한 면의 동판에 일본, 한국, 중국, 몽골어로 글귀가 적혀 있다. 한글로 쓰인 글귀는 이러하다. '공산쥬의로 분투하다가 젼사한 동무들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이역만리 러시아 땅까지 와서 이념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한국인들. 그들의 희생은 이렇게 한 줄의 글귀로나마 남아 있다. 민족을 위해서든 이념을 위해서든 다시는 고향 땅을 밟아 보지 못하고 산화한 조선인 젊은이를 위해 조용히 묵념한다.

 

▲ 기념탑의 한 면에 새겨진 일본어, 한국어, 중국어, 몽골어 글귀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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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2/07 [10:06]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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