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이후 이념 양극화가 더 심화'라는 기획기사가 <내일신문> 9월 7일자 머리기사로 게재됐다. 정권이 보수진영을 자극하자 진보진영도 결집하는 반작용을 일으켜 사회적 합의가 불가능한 구조로 치닫는다는 내용이다.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한국리서치가 한국사회의 이념성향을 조사, 분석한 결과 한국사회의 이념갈등이 갈수록 격화되는 가운데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세대간의 반목이 더욱 극명해진다고 한다. 문제의 심각성은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와 같은 가치중립적 사안도 이념적 잣대로 재단함으로써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오히려 사회적 충돌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2012년 8월 20일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박근혜는 수락연설에서 “이념과 계층, 지역과 세대를 넘어,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모두 함께 가는 대통합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사회가 극복해야 할 최대의 난제는 이념갈등이다. 이념의 정치적 도구화가 계층-지역-세대간의 반목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촉매제 노릇을 하는 탓이다. 그 연유로 그의 반대자-비판자도 그가 말한 국민대통합에 대해 공감했을 듯싶다. 그런데 그의 임기가 반환점을 넘어선 시점에서 돌아보면 업적은 보이지 않고 종북타령만 귓가에 쟁쟁하다. 집권세력이 종북몰이에 열중한 바람에 국민대통합은 실종되고 그 자리를 국민대분열이 차지한 형국이다.
집권세력이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불통과 독선에 빠짐으로써 한국사회는 갈등과 반목을 넘어 대립과 분열로 진통한다. 이명박 정권이 ‘잃어버린 10년’, ‘좌파정권 10년’ 타령을 늘어놓더니 남북관계가 극도로 악화됐다. 친정권적 인사가 아니면 모조리 ‘좌빨’이라고 매도해 색깔공세를 퍼부었다. 정권말기가 가까워지자 좌파, 좌빨은 강도가 낮다고 생각했는지 종북으로 강세를 높여 공격했다. 이어서 박근혜 정권도 남북긴장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종북척결을 더욱 소리 높여 외치는 형세다.
내년 4월 총선거는 가까워지는데 경제상황이 악재로 떠올랐다. 내수침체-수출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전세대란이 겹친 데다 가계부채의 적색경보가 요란하다. 집권세력이 위기적 경제상황에 대한 국민불안을 호도하고 지지기반을 결집시키려고 대대적 이념공세에 나선 모습이다.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그것을 말한다. 당장 선거전략으로도 주효하지만 보수진영의 장기집권을 위해서도 유효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차세대 이념교육을 강화해서 장기적 지지기반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그 차원에서 이명박 정권의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개정이 지지기반 결속이란 측면에서 성공적이라고 분석한 것같다.
이명박 정권의 ‘2009 개정 집필기준’은 ‘이승만 정부의 독재’, ‘박정희의 5․16 군사정변과 1인 장기집권체제’, ‘전두환 신군부의 정권장악’,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친일파 청산’을 삭제했다. 그 자리를 ‘자유민주주의가 장기집권 등에 따른 독재화로 시련을 겪기도 했으나…’라는 궁색한 논리로 대체했다. 이것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권의 독재를 합리화-정당화하려는 의도이다. ‘독재화’라는 생소한 단어에서도 그 의도를 드러냈다. 또 독재연장을 위한 장기집권을 ‘장기집권 등에 따른 독재화’라고 모순적 논리로 변호했다. ‘친일파 청산’ 삭제도 이승만-박정희의 친일행각을 염두에 둔 것으로 유추된다.
‘2015 고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을 보면 박근혜 정권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숨은 의도가 보인다. 근현대사 비중을 축소해 감추고 싶은 친일-독재를 최소화하려고 기도한다. 상하이 임시정부의 법통성을 뺏다. 독립운동의 본산인 임시정부와 대한민국을 단절함으로써 소위 뉴라이트가 주장하는 ‘건국절’을 제도화하려는 불순한 기도를 드러낸다. 시대별 사회-경제사도 뺏는데 해방이후 현대사에서만 경제-사회분야를 별도로 다룬다. 이것은 ‘정부주도의 경제개발계획을 기반으로 이룩한 경제발전의 과정을 서술한다’라는 집필기준에 맞춰 박정희 정권의 경제치적을 미화하려는 시도가 분명하다.
해방이후 미군정의 시급한 과제는 치안유지였다. 그 까닭에 일제부역을 불문하고 군인-검찰-경찰-법원 출신을 발탁했다. 친일파들이 다시 득세하면서 일제가 남긴 공장, 가옥, 건물 등 적산재산을 불하받아 축재했다. 군벌통치체제 아래서 정경유착을 통해 신흥재벌들이 탄생했다. 이들이 결탁해 정치권력을 장악함으로써 형성된 거대한 기득권 세력에 수구언론이 가세했다. 그 까닭에 친일-독재세력과 그 수혜계층은 4-19혁명, 6월항쟁과 같은 사회변화는 그들의 기득권을 위협한다고 판단한다. 그 연유로 보수세력은 진보진영의 반발과 반대를 무릅쓰고 끊임없는 이념공세를 통해 사회분열을 획책함으로써 지지기반을 결속하고 확장한다. <저작권자 ⓒ 군포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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