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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만나는 생명이야기
[기고] 산울어린이학교 겨울계절학교
 
신호섭 산울어린이학교 교사   기사입력  2019/01/21 [09:12]

2019년 1월 산울어린이학교 겨울계절학교가 열렸다. 그 배움의 길에서 만난 (사)자연과 함께하는 사람들(대표 이금순)의 생태 선생님들! 겨울에도 만날 수 있는 여러 생명에 대한 이야기이다.

 

겨울에 만날 수 있는 생명들을 만나러 가기 전, 내일 할 만들기를 위해 잘 마른 볏 집을 염색하기로 했다. 씨를 싹틔우고 자라서 사람이 먹기까지 사람의 손을 88번 거친다는 이야기, 그렇게 자라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고, 또 무엇인가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우리가 쉽게 사서 사용하고 버리게 되면 쓰레기가 될텐데, 이렇게 사용하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썩어서 땅에 거름이 될 벼의 이야기를 들으니 자연은 참 자연스럽다는 생각이다.

 

천연염색은 천의 종류와 매염제의 성분에 따라 다르다. 치자는 면을 염색하면 노란색으로, 비단을 염색하면 더 진한 노란색으로 나온다는 이야기, 그리고 천연색소로 쓸 수 있는 황토로 염색한 양말을 신고 걸으면 발에서 냄새가 안난다는 이야기다.

▲  볏 집을 염색하는 방가지똥 선생님   © 군포시민신문


겨울 생명을 만나러 가기 위해, 동생반(8-10살)과 형님반(11-14살)으로 나누어 진행했다. 동생반들이 처음으로 만난 것은 소나무 앞이었다. 소나무 피부가 벗겨져 있었고, 그 부위에 송진방울들이 맺혀있었다. “송진이라는 것으로 상처를 스스로 치료하기도 하고, 방부제 역할을 하며 다른 생명들 활동을 방해하기 때문에 소나무 아래에는 다른 식물들이 잘 자라지 않고, 송편 찔 때 솔잎을 밑에 깔면 살균이 되어 더 오래 보관이 가능하다”는 질경이 선생님(최인화 팀장)의 설명이다.

▲  소나무 앞에서 설명해 주는 질경이 선생님   © 군포시민신문


돼지감자밭 돼지감자 아래 납작 엎드린 붉은 빛깔 도는 식물(달맞이꽃)이 겨울을 나기 위해 색이 짙어져 빛을 더 흡수하고, 키를 낮춰 추운겨울 이겨낸다는 이야기와 탱자나무 앞에서 호랑나비번데기가 나간 빈번데기방과 무당거미알집 그리고 박주가리 씨를 찾았다. 

 

우리 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정난종 묘역에서는 우리 마을을 둘러보고, 벌렁누워 하늘을 보고 잠시 눈감고 낙엽 밟는 소리 듣고 학교로 돌아왔다. 

▲  정난종 묘역에 벌렁누워 하늘을 보고 낙엽 소리를 듣는 중   © 군포시민신문

 

형님반은 방가지똥 선생님(이금순 대표)이 담당해 주었다. 나무는 잎눈이 있어서 겨울이 지나 잎이 나올 때가 되면 잎눈에서 잎이 나오는 것이 풀과의 차이다. 겨울을 잘 보내려고 겹겹이 쌓여져 있고 그 틈을 털로 보호해 주고 있다.  

▲  돋보기로 뽕나무 겨울눈을 살펴보고 있다   © 군포시민신문

 

그리고 소나무를 뱅뱅 감고 있는 칡덩굴을 잘라 잎이 있다가 떨어져나간 흔적인 엽흔과 겨울눈을 관찰했다. 그리데 엽흔은 다양한 사람의 얼굴 표정처럼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가는 길에 만난 분홍색 무당거미알, 추운겨울 안전하게 지내려고 거미줄로 잘 감싸주고, 혹시 누군가 공격할 수도 있으니 나뭇잎도 한 장 올려놓아 잘 숨겨두고 있었다. 그리고 갈대는 갈치저수지에 있는데 꼭 벼처럼 물이 있는 곳에 사는 것이 갈대고, 땅에 사는 것이 억새인데, 억새는 정말로 억새서 잘못하면 손이 베일수도 있다.

 

여러 생명들이 겨울은 어떻게 나는지, 자신의 씨앗을 퍼뜨리기 위해 어떤 모습을 바꿔 가는지,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식물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생명이라는 것은 참 놀라운 것을 배운 하루였다.

▲ 칡덩굴에서 욥흔과 겨울눈을 설명해 주는 방가지똥 선생님    © 군포시민신문

 

둘째날, 동생반은 솔방울과 잎갈나무열매에 하늘빛을 칠해서 액자를 만들었다. 질경이 선생님의 설명에 집중하는 아이들과, 새롭게 놀이를 만들어내는 아이들의 상상력은 정말 대단하다. 그리고 액자에 들어갈 사진을 찍는 표정도 자연과 함께 자연스러웠다.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놀이가 정말 많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형님반은 자연물로 자연도화지를 만들기로 했다. 방가지똥 선생님은 밖으로 나가 어제 구해놓은 벚나무와 억새, 갈치저수지에서 구해오신 갈대, 미리 꼬아놓은 새끼줄, 시간이 부족해서 미리 준비 해놓은 마끈으로 도화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살아있는 나무는 스스로를 지킬 힘이 있을 때 벌레를 내쫒기도 하고 상처가 나면 회복시키기도 하지만 죽은 나무는 그럴 수가 없다. 그런데 껍질에 벌레가 생기기도 하고, 벌레가 갉아 먹으면 오히려 더 오래 보관이 안 되서 껍질을 먼저 벗겨주기도 한다.

▲ 자연도화지를 만드는 아이들    © 군포시민신문

 

껍질을 다 벗긴 벚나무는 등나무에 새끼줄로 묶어 고정하고, 고정한 다음 우리가 만들 자연도화지의 크기를 함께 정하고 그 크기만큼 아래에 또 하나의 벗겨놓은 벚나무를 고정한다. 고정할 때 마끈과 새끼줄을 이용해 촘촘하지만 일정한 간격으로 묶는다. 그리고 구해놓은 억새, 갈대, 볏집을 위로 아래로 위로 아래로 번갈아가며 꽂아 넣는다. 가마니 짜는 방법인 것이다. 그리고 한 번씩 잊지 않고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어 촉촉해서 부스러지지 않게 한다. 그렇게 한명은 오른쪽에서 한명은 왼쪽에서 번갈아가며 하다보면 멋진 도화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방가지똥 선생님은 이렇게 촘촘하게 만들면 '발'같은 모양이 만들어지고 그곳에 우리학교 주변에 환경을 멋지게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잘 휘어지는 칡과 이런저런 모양을 만들 수 있는 짚풀로 만든 여러 가지 것들을 도화지에 꽂아 넣기만 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아름다운 공간을 아름다운 자연으로 표현한 설치예술이 된다고 했다.

 

자연에서 이것저것 찾아 멋지게 표현하는 것, 그것이 놀이가 되는 것, 우리가 추구하는 삶과 다르지 않다. 우리 아이들이 채워나갈 자연도화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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