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바이칼, 시베리아를 가다] 울란우데아프리카에서 시작한 ‘싸이베리아 여행기’ (13)[편집자주] 대야미 속달동 주민 신선임 씨와 가족들은 지난 겨울 아프리카 여행에 이어 이번 뜨거웠던 여름에 러시아 바이칼 일대를 다녀왔습니다. 이에 매주 토요일 러시아 여행기 ‘생명의 바이칼, 시베리아를 가다’를 연재합니다.
새벽에 울란우데에 도착한 것은 금요일이었다. 이제 여행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알혼 섬에서 전혀 세탁을 못해 짐가방은 빨래로 가득찼고 섬에 머물렀던 마지막 날 비가 와서 아이들 운동화도 젖어 있었다. 어제는 하루 종일 버스를 타고 이르쿠츠크에 도착하였고 밤늦게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와서 새벽에 내렸으니 우리는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공항에서 겪은 일도 있고 해서 택시 타기를 주저하며 날이 밝을 때까지 역 앞에 있는 음식점에 들어가서 샤슬릭을 주문했는데 이른 시간이라 입맛이 없다. 마침 식당에 있다가 주섬주섬 일어나는 할머니가 있어 도심에 있는 레닌 두상을 찍은 사진을 보여줬더니 가까운 곳이라며 같이 걸어가자고 하신다.
할머니는 키르기스탄 분이고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데 당신의 dom(집)에 와서 꼭 자고 가라고 두 손을 포개어 자는 흉내를 낸다. 예약해 놓은 집이 있다고 안 된다고 손짓해 보지만 전달이 안 되고 할머니는 답답한지 전화 번호를 주고 떠났다. 현지인의 집에서 묵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이 되지만 우리는 이제 새로운 모험을 하기에 모두 지쳐 있었다.
레닌 두상이 위치한 소비에트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벤치를 보고 침낭을 꺼내어 누워 버린다. 우리는 서로의 흉한 몰골이 너무 웃겨서 놀리기까지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두상이라고 하는데 레닌 동상은 엄청나게 크다. 재미있는 것은 볼셰비키 혁명이 시작된 모스크바나 상트 뻬떼르부르크와 같은 유럽 쪽 러시아에는 공산주의를 선전하는 동상들이 대부분 파괴된 반면 왕당파와 백군이 장악하며 붉은 군대에 대한 저항이 계속적으로 일어났던 동쪽 러시아에는 이러한 공산주의 선전물이나 동상이 건재해 있다.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찬양이라기 보다 굳이 무너뜨리기 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하는 그들의 무심함으로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소비에트가 무너진 지 벌써 30년이 다 되어가니 한 때는 화려했을 광장도 빛 바랜 영광이 드리워진 듯한 모습이었다.
부리야트 공화국의 수도 울란우데에 온 만큼 부리야트인들이 거리에 많이 보인다. 어쩌면 이렇게 닮았는지 우리 스스로가 이방인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다행히 예약한 아파트 주인은 우리가 오전에 입실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고 우리는 그 혜택을 잘 누렸다. 세탁기에 빨래를 돌리고 샤워도 하고나서 침대에 드러눕자 어느새 노독도 가신다.
아파트 앞에 역사 박물관(Исторический Музей)이 있었지만 오후 반나절이 온전히 남았으니 도심에서 6km 떨어진 인류학 박물관(Этнографический Музей)에 가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여름 한 철만 개방하는 야외 박물관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사실 박물관이라는 건물 안에 전시되어 있는 전시물의 모습이란 유리관 안에 잘 모셔져 있는 박제로 보인다. 눈부시게 밝은 조명 아래 속속들이 치부를 드러내야 하는 과거의 유물들은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낱낱히 해부된다. 수치화 될 수 있는 물체로 분석되면서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이 처음 불어넣었던 숨결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으니 전시물을 매개로 하는 과거와의 대화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저 분석되고 정리된 지식을 담은 문장으로 기술될 뿐이니 전시물이 묵묵히 담지해 온 장구한 시간이 불러일으킬 만한 상상력은 고갈되고 그저 백과사전적인 지식을 채워준다.
택시를 타고 달리니 금새 도심을 벗어나 자연적인 풍광이 나타난다. 곳곳에 라마교 사원인 다짠이 나타나고 울창한 숲이 위치한 박물관의 모습이 보인다. 리스트뱡에서 타이가 숲을 향해 달리다가 만난 딸쯔이와 야외 박물관이라는 면에서 닮아 있다. 부리야트 인들의 전통 무덤과 집, 돌로 만든 토템, 목조 가옥과 배의 모형 등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는데 17세기 이후에 들어온 러시아 인들의 가옥도 보인다. 나무로 만든 교회는 매우 아름다웠는데 웅장하면서도 나무로 되어 있어 정갈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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