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바이칼, 시베리아를 가다] 자전거를 타고 알혼섬을 달려아프리카에서 시작한 ‘싸이베리아 여행기’ (8)[편집자주] 대야미 속달동 주민 신선임 씨와 가족들은 지난 겨울 아프리카 여행에 이어 이번 뜨거웠던 여름에 러시아 바이칼 일대를 다녀왔습니다. 이에 매주 토요일 러시아 여행기 ‘생명의 바이칼, 시베리아를 가다’를 연재합니다.
어제 보아 둔 자전거 대여점에 가서 자전거 네 대를 빌렸다. 이번 여행을 위해 그동안 자전거 타기 연습을 해 둔 터였다. 후지르(Хужир) 마을에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5km를 가게 되면 해변(편의상 표기)이 나오고 거기서부터 전망이 훌륭하다고 알려 주신다.
일렬로 가는 우리의 자전거 행렬 옆으로 투어 차량들이 연신 흙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간다. 우리가 자전거를 타고 출발한 시간이 섬 북부 투어가 시작되는 10시와 공교롭게 일치해서 우리는 흙먼지 속을 뚫고 오르막을 오르게 되었다. 옆에 난 작은 오솔길은 좀 나을까 싶어 갔더니 길이 모래투성이다. 조금만 가다보면 자전거가 균형을 잃고 쓰러진다. 그렇게 모래밭에서 푹푹 넘어지기를 십 여 차례 드디어 하란쯔이(Харанцы) 마을에 도착했다.
해변의 넓은 모래사장 위로 캠핑장이 들어서 있다. 이렇게 차가운 물속에 발만 담그고 있기도 어려운데 족히 150m는 떨어져 보이는 하란쯔이 섬으로 헤엄쳐 가는 사람들도 보인다. 눈앞에 보이는 저 섬은 새들의 천국. 갈매기들이 요란하게 주위를 날고 있다. 아예 바닥에 드러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고위도 지역에 사는 백인들의 피부색이 옅은 것이 비타민 D 합성과 관련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햇빛을 쐬는 일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니 만큼 일광 시간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에 사는 그들의 옅은 피부색은 비타민 D의 합성을 용이하게 해 줄 수 있는 자연 적응에의 결과물이 아니었을까? 피부색에 따른 인종 차별이니 하는 논란도 무지에서 온 발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일광욕이 굳이 필요 없는 우리는 발만 담그고 놀았다. 물은 그 자체만으로 즐거운 놀잇감이다. 아이들은 널려 있는 자갈로 물수제비뜨기도 하고 누가 더 깊이 들어가는지 내기라도 하듯 바지를 최대한 걷어 올려본다. 물에 빠져도 깔깔대고 물장구를 쳐도 절로 웃음이 나온다. 사람이 많고 캠핑 텐트도 숱하게 쳐 있는데 해변에는 쓰레기 하나 보이지 않는다.
해변 모래밭을 겨우 빠져나와 언덕 위로 난 오솔길로 올라가니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난다. 여기에는 하늘과 호수 그리고 우리밖에 없다. 혹시나 하고 가장자리로 가 보니 깎아지른 천 길 낭떠러지이다. 어쩜... 보호 철책 하나 없다. 물가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스텝의 언덕 위에 서 있으니 눈앞에 섬의 지형이 펼쳐진다. 바얀 슌겐(Баяан Шунге) 해변 저 앞에 펼쳐져 있는 작은 바다, 몰로예 모례(Молое Море). 이제 좁게 난 오솔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내달린다. 내리막 길에서도 기어를 조이지 않고 바퀴가는 대로 바람가는 대로 내달린다. 입에서는 노래가 절로 나온다.
‘바람에 내 몸 맡기고 그 곳으로 가네. 너의 목소리가 그리워도 뒤돌아 볼 수는 없지.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섬 북부 투어를 하는 관광객들은 경치가 좋은 곳이 나올 때마다 미니버스에서 우루 몰려 나와 이리저리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은 다음 다른 좋은 경치를 찾아 다시 버스에 오른다. 내일 예약한 투어가 저런 식이라면 안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르스꼬예 호수(озеро Нурское)에서 수영을 즐길 수도 없고 사간-후슈운(мыс Саган-Хушун)의 삼형제 바위와 하보이 곶(мыс Хобой)의 절경도 놓치겠지만 내 다리를 동력삼아 바람에 몸을 맡기고 가는 길이 아니라면 나에게는 의미가 없어 보였다.
인포메이션 센터에 돌아와 당장 섬 북부 투어를 취소하고 몰로예 모례와 주변 섬을 둘러보는 보트 투어로 바꾸었다. 해 보지 않은 투어임에도 가지 말 것에 대한 확신이 섰던 것은 자전거 타는 맛을 알아버린 사람의 과감함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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