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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바이칼, 시베리아를 가다] 소피아와 친해진 이유
아프리카에서 시작한 ‘싸이베리아 여행기’ (6)
 
신선임 안산선부중학교 교사   기사입력  2018/10/29 [07:06]

[편집자주] 대야미 속달동 주민 신선임 씨와 가족들은 지난 겨울 아프리카 여행에 이어 이번 뜨거웠던 여름에 러시아 바이칼 일대를 다녀왔습니다. 이에 매주 토요일 러시아 여행기 ‘생명의 바이칼, 시베리아를 가다’를 연재합니다.


 

러시아 마피아 같고 KGB 같은 놈. 수려한 경치에 담백한 사람만 만나다가 어제 그런 놈을 맞닥뜨린 것이다. 남편을 마중하러 시내에서 공항으로 가는데 잡은 택시가 250루블이었다. 인구 70만이 안 되는 이르쿠츠크는 공항에서 시내까지 가는 길이 9km에 불과하다. 남편을 만나 다시 시내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호객하는 택시가 있어 잡아타게 되었다. 가격을 물었더니 미터로 간다고 말해서 안심하고 탔는데 미터기가 보이지 않아 두리번거리니 휴대폰에 미터기가 있다고 슬쩍 보여준다. 의심이 가기는 했지만 며칠 만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거라 차 안에서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고 그냥 넘어간 것이 화근이었다.

 

▲ 택시(사진=픽사베이)     © 군포시민신문

 

목적지에 도착하자 그가 제시한 금액은 4750루블(8만 원) 이었다. 그 정도 거리의 일반적인 금액이 230루블 정도이니 거의 20배를 부른 것이다.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보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는다. 예전에 탄자니아에서 버스 요금의 두 배를 요구한 운전사는 이놈에 비하면 애교 수준에 불과하다. 공항에서 처음 도착한 외국인들이 얼마나 많이 사기를 당했을까?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영어와 우리말을 섞어가면서 소리를 질렀다. 노우와 니에뜨를 반복하면서 말이다. 그도 지지 않고 나에게 응수했다. 그가 나에게 들이민 휴대폰 미터기는 킬로미터당 500루블이라고 적혀 있었고 4750루블로 찍혀 있었다. 사기 집단이 조작해 만든 앱이 아닐까 한다. 그런 얼토당토않은 숫자를 들이대면서 돈을 내놓으라는데 이런 강도 같은 놈에게는 한 푼도 주고 싶지 않았지만 300루블을 꺼내어 이것밖에 더 줄 수 없다고 말하며 그냥 내려 버렸다.

 

급하게 내리느라 장을 봐 온 계란들이 바닥에 떨어져 3개가 깨져 버리자 나도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다. 경찰을 부르든 끝까지 가겠다는 생각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말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어디서 그런 배짱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그도 계속 버틸 심산이었던지 돈을 줄 때까지는 트렁크를 열어주지 않으려 했다. 남편에게 여권이 어디 있는지 물으니 주머니에 있단다. 잘 됐다. 그렇다면 아예 짐을 버릴 각오가 되었다.

 

좀 이따가 숙소 주인인 소피아가 달려왔다. 소피아에게 상황을 설명하자 이제 러시아 사람들이 싸우는 꼴이 되었다. 소피아 말이 아주 악질에게 걸려들었다고,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머리를 절래 흔들었다. 내가 경찰에 신고할 것을 채근하자 소피아 말이 경찰이 우리 편이 아닐 수도 있지만 혹시나 모르겠다고 신고 전화를 했다. 소피아가 뒤에서 차 번호를 찍는 시늉을 하자 30분 동안 꼼짝 안 하던 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리는 드디어 그놈을 쫓아 보낸 것이다. 발 빠르게 달려가 트렁크에 실린 짐도 꺼냈다. 불의 앞에 아니 돈 앞에 체면 가리지 않는 한국 아줌마를 네가 몰라보았구나.

 

만난 지 얼마 안 되는 한국 아줌마와 러시아 아줌마는 금방 친해진 느낌이었다. 소피아가 물었다. “얼마 줬니?” “300루블” 소피아가 잘 했다면 등을 토닥여 준다.

 

‘너한테는 1루블도 아깝지만 아까 택시에서 들은 빅토르 최의 노래 ‘혈액형’ 값이다. 이노무스끼야!’

 

 다음은 숙소예약 사이트 Airbnb에 소피아가 나에 대해 남긴 코멘트다. 번역하기 낯간지러운 말이지만 남겨본다.

 

“Seonim is a super-woman and super-mom, because she travels alone with two children and she so perfectly solves any problems. I was really impressed by the calm and friendliness of this lovely woman. She is some of the sweetest and most polite guest I've ever had! Seonim respected the house rules and left the apartment in great clean condition. Highly recommend!”

 

"선임은 수퍼우먼이면서 수퍼맘이다. 그녀는 두 아이만 데리고 홀로 여행하는데 어떤 문제가 생겨도 너무나 완벽하게 해결해 낸다. 나는 이 매력적인여성의 침착하고 다정한 태도에 진실로 감명을 받았다. 그녀는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게스트 중에서 가장 참하고 예의바른 몇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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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0/29 [07:06]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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