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바이칼, 시베리아를 가다] 딸찌 야외 박물관아프리카에서 시작한 ‘싸이베리아 여행기’ (5)[편집자주] 대야미 속달동 주민 신선임 씨와 가족들은 지난 겨울 아프리카 여행에 이어 이번 뜨거웠던 여름에 러시아 바이칼 일대를 다녀왔습니다. 이에 매주 토요일 러시아 여행기 ‘생명의 바이칼, 시베리아를 가다’를 연재합니다.
리스트비얀카에서 47km 떨어진 이르쿠츠크로 돌아가는 길은 타이가 숲으로 난 2차선 도로를 달리는 길이고 지도상으로 보면 바이칼이 흘러 나가는 유일한 하천인 앙가라 강의 하구에서 출발하여 물을 따라 이어지는 길이다. 그 도로 중간에 위치한 딸찌 박물관(Mузей Тальцы)을 가려면 시외버스를 타고 가다가 일부러 중간에 내려야 한다. 가던 길을 중간에 내려야 하니 번거로울 수도 있겠지만 그 수고로움에 값할 만큼 꼭 한 번 가 볼 만한 곳이기도 하다.
“왜 내려 엄마, 여기 아무 것도 없잖아” “막 잠들려고 했단 말이에요. 에이 또 박물관이야.”
딸찌에서 내리겠다고 운전기사에게 미리 일러두었지만 양 옆으로 차가 쌩쌩 달리는 국도 변에 내리자 나도 생뚱한 마음이었다. 박물관으로 접어드는 자작나무 무성한 숲 속에 들어서자 아이들의 투덜거리는 소리도 수그러들었다. 우리는 마치 18세기 타이가의 한복판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온 것 같았다.
딸찌 박물관은 앙가라 강에 댐을 건설함으로써 수몰 위기에 처한 300여개의 전통 목조 가옥들을 옮겨 놓은 야외 박물관이다. 17~20세기에 걸쳐 지어진 가옥들에서 역사적, 건축적, 민족적 흔적을 더듬어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러시안, 부리야트, 예벵키, 토팔라 등 시베리아의 주요 네 민족의 생활을 비교하며 엿볼 수 있었는데 나무로 기둥을 높이 세우고 나무껍질을 둘러쌌으며 내부에는 가로대를 세우고 중간에 솥을 걸어 불을 피운 예벵키의 여름집, 동물을 잡기 위해 깊이 파 놓은 함정 등을 둘러보면서 타이가 숲에서 살았던 이들의 거친 삶이 신산하게 느껴진다.
여기서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만날 수 있었는데 무척 반갑게 느껴졌다. 내가 단체 여행객에 대해서 갖는 선입견이란 인솔자가 이들을 마치 물가에 내놓은 아기 오리들인 마냥 생각한다는 점이다. 여행객이 조금이라도 다치거나 길을 잃을 새라 조바심을 내는 여행사 가이드 때문에 이들은 버스에서 내려서도 멀리 가지 못한다. 숲 속에 외따로 난 길로 접어드는 우리 뒤로 몇 명이 따라 붙자 바로 가이드가 부른다. “거기 가시는 데 아니에요.”
실망하며 발길을 돌리는 그들을 뒤로 하며 의기양양 걸어가던 우리 앞에 탁 트인 강이 나타난다. 바이칼 호수가 이르쿠츠크 쪽으로 흘러들어가는 앙가라 강 줄기이다. 이 멋진 풍경을 마음껏 보지도 못한다니... 나에게 있어 여행이란 제한되고 틀이 짜 있는 일상을 벗어나 자유로이 다니며 유람하는 것인데 이 넓은 곳에서 내 발 가는대로 못 가는 것도 과연 여행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사실 가이드가 없으니 건물 하나하나에 대한 정보도 자세히 알 수는 없고 자의적인 해석만 하며 지나가기도 하지만 내 의지대로 발길이 닿는 그 곳에서 바라보는 내 눈이 세상을 향해 열려지고 있다.
광장으로 걸어 나가니 지역 공예가들이 수준 높은 작품들을 뽐내고 있다. 내 검지 크기만한 마뜨로시카를 꺼내보니 무려 10개이다. 직접 만든 거냐고 물으니 지금 작업 중이던 나무를 보내준다. 손재주가 예사롭지 않다.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그 노력과 솜씨를 높이 사서 부르는 가격으로 물건을 샀다. 얼마 전에 결혼한 동생네에게 선물로 주어야겠다. 늦은 나이에 결혼해서 아이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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