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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바이칼, 시베리아를 가다] 환바이칼 열차
아프리카에서 시작한 ‘싸이베리아 여행기’ (3)
 
신선임 안산선부중학교 교사   기사입력  2018/09/22 [09:41]

[편집자주] 대야미 속달동 주민 신선임 씨와 가족들은 지난 겨울 아프리카 여행에 이어 이번 뜨거웠던 여름에 러시아 바이칼 일대를 다녀왔습니다. 이에 매주 토요일 러시아 여행기 ‘생명의 바이칼, 시베리아를 가다’를 연재합니다.


  

아침부터 바쁘게 서둘렀던 것은 환바이칼 열차(Round Baikal Railway)를 타기 위해서였다. 환바이칼 열차는 관광 열차로 운행되기 때문에 이르쿠츠크 역이나 이 상품을 취급하는 현지 여행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밖에 없다. 그저께 이르쿠츠크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집주인 율리아에게 물어보았더니 예약이 마감되었다고 어두운 얼굴을 한다. 객실차 두 량만 운행하는 데다 여름 성수기까지 겹쳤으니 열차 티켓을 촉박한 기간에 사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시티 센터에서 떨어진 기차역까지 일부러 찾아가서 헛수고 하고 싶지 않아 열차 탑승을 포기하고 시내 구경을 나섰던 길이었다. 여행자들에게 가장 반가운 사인은 Tourist Information Center를 의미하는 대문자 ‘I’ 이다. 보통의 경우 이 사인이 그려진 곳에 들어가면 해당 도시 지도를 받을 수 있고 와이파이를 무료로 쓸 수 있는데 여기서는 푹신한 소파에 앉아 차와 쿠키까지 얻어먹을 수 있다. 친절한 직원에게 혹시나 하고 환바이칼 열차 티켓을 물었더니 기다려 보라며 세 좌석이 남았는데 호수에 면한 창가 좌석이 다른 두 자리와 떨어져 있다고 했다. 나는 단번에 대답했다. “니에뜨 쁘로브리엠(нет проблем 괜찮습니다)”

 

▲ 스타일리시한 복장으로 여행하는 일본인 관광객     © 군포시민신문

 

환바이칼 노선은 엄격히 말해 슬류쟌카(Cлюдянка)역에서 포트바이칼(порт. Байкал)에 이르는 84km를 가리키지만 바이칼 관광 열차 패키지는 이르쿠츠크에서 슬류쟌카 역까지의 일반 열차 운행 및 환바이칼 노선 운행 후 포트 바이칼에서 리스트비앙카까지의 페리 승선 그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이르쿠츠크로 돌아오는 것을 포함한다. 즉, 아침 7시 30분에 이르쿠츠크 역을 출발하여 밤 10시에 다시 돌아오기까지 하루 온종일 걸리는 관광 상품이며 점심 도시락과 가이드 안내가 전체 비용에 포함된다.

 

먼저 슬류쟌카 역까지는 기차를 타고 세 시간이면 도착하게 되는데 작고 소박한 역이지만 환바이칼 열차의 출발점이라는 면에서 유명세를 얻은 곳이다. 우리가 타고 온 두 량의 꼬마 기차는 이제 환바이칼의 구 선로로 갈아타게 되는데 구 선로에는 전기 공급을 위한 전차선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지 증기기관으로 연결되었다. 슬루쟌카 역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려니 ‘뚜우~’하는 증기기관 특유의 소리로 승차 신호를 보낸다. 예전에 증기선을 타 본 적은 있지만 증기 기관차는 처음 타 보는 것 같다.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며 출발 준비를 하는데 하늘거리는 야생화를 배경으로 쾌청한 맑은 하늘이 바이칼로의 여행에 든든한 지원군이다. 가이드를 담당하는 연세 지긋한 러시아 아주머니는 관광객에게 설명하는 모습이 매우 열정적으로 보이지만 러시아어를 모르니 이해 할 길이 없다. 관광 안내소에서 산 바이칼 안내 책자를 통해 이 구간에 관한 지식을 얻어 본다.

 

▲ 환바이칼 열차 구간(사진=구글지도)     © 군포시민신문

 

1902년 시작된 공사는 2년 3개월에 걸쳐 완성되는데 슬루쟌카에서 포트바이칼에 이르는 84km의 구간에만 200개의 교량과 39개의 터널이 있을 만큼 공학적 관점에서 보면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공사 중 하나였다고 한다.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이러한 지형에 철도를 부설하고 운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암반 투성이의 바이칼 연안 지대에 교량을 건설하고 선로를 부설하기 위해 엄청난 폭파 작업이 요구되었다. 또한 위험성이 높은 지역이라 품질 규격을 강화하여 다른 구간에 비해 중량이 무거운 레일을 사용하였고 킬로미터 당 침목의 수도 더 많이 놓였다.

 

‘러시아의 철제 혁대에 물린 황금 버클 장식’이라고 이 구간을 일컫는 말은 시베리아 횡단열차 구간 중에 가장 어려운 철도 공사였기에 돈이 많이 들었지만 가장 아름다운 노선임을 뜻한다고 한다. 우리가 탄 기차는 경치가 수려한 곳이나 난공사가 이루어졌던 구간에 정차하면서 휴식 시간을 갖게 되었다. 바이칼과의 첫만남은 고요하고 맑다는 인상을 남겼다. 끊임없이 흐르지만 항상 있는 그대로의 모습인 물처럼 기찻길에 면한 목조 가옥들도 원래 그대로의 모습인 양 풍경처럼 서 있다. 호수가라고 해서 요란하게 상업 시설이 들어서 있는 경우는 없었고 평화롭고 한적한 느낌이었다.

 

▲ 열차가 얼마간 정차한 후 호수가로 와서     © 군포시민신문

 

원래 내가 배정받은 기차 내의 좌석이 호수가 면해 있는 차창 쪽이었다. 기차의 한 쪽 면은 내내 호숫가를 보며 달리는 쪽이라 6시간을 가는 기차에서 어떤 좌석에 앉을지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데 러시아인 아주머니가 가족들과 함께 이미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게 아닌가? 불쾌한 기분을 누르며 그냥 통로 쪽에 앉게 되었다. 아주머니는 미안했던지 차장이 러시아어로 내게 안내할 때마다 간단하게 영어로 통역해 주었다.

 

옴스크에서 온 아주머니는 휴가를 맞아 맞은편에 앉아 있는 남편과 16살 아들과 함께 바이칼 여행 중이었다. 바이칼이 처음이라는 이들에게 들뜰만한 가족 여행이기도 하련마는 아저씨는 내내 잠만 잤고 아들은 말이 없었다. 아주머니는 친근하고 얘기하기를 좋아하는 터라 휴대폰 화면을 넘겨가며 그간의 여행사진이나 잘 꾸며놓은 자신의 정원 사진을 보여주었다. 갑자기 아주머니가 나에게 중국 뻬이징에 가 본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 아들이 아파서 베이징에 있는 병원에 가야 된다며 내 대답을 듣지도 않고 말을 이었다. 그제야 나는 이 가족에 드리워져 있는 무언가 무거운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아픈 아들을 둔 어머니, 그 고통의 무게를 조금은 알기에 좀 전에 좌석 문제로 내가 가졌던 불쾌함의 감정이 부끄러움이 되어 올라왔다. 어떤 것이 조금 더 이익이 될지 아니면 손해가 될 지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며 살고 있는 나에게 바이칼의 물은 차별 없이 구별 없이 차창 밖으로 유유자적 흘러간다.

 

기차가 정차하면 30분 이상 쉬어가게 되는데 사람들마다 특유의 행동 양식이 있다. 가이드의 말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따라다니며 열심히 설명을 듣는 사람,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열심히 사진을 찍는 사람, 정차하기가 무섭게 호수 방향으로 내달려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어느새 수영복으로 갈아입고는 물속으로 뛰어드는 사람. 어쩜 그렇게 또 감쪽같이 원래 옷으로 갈아입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 터널 옆에서     © 군포시민신문

 

나는 아이들과 증기 기관차를 구경하러 열차 앞쪽으로 향한다. 오늘은 여기 날씨치고 꽤 더운 날씨인데 계단을 타고 올라간 화차 안은 찜통이다. 석탄으로 끊임없이 불을 때어 물이 끓도록 하고 그 증기의 힘으로 움직이는 만큼 화부 두 세 명은 삽질을 계속하고 있고 증기 기관도 요란한 소음을 내면서 작동하고 있다. 화차 안 벌겋게 달아오르는 불꽃을 보니 용광로가 따로 없다. 그만큼 벌겋게 달아 오른 화부들의 얼굴과 목은 온통 땀투성이다. 100년 전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할 수 있었던 수백 명이 넘는 노동자들의 목숨을 바친 희생과 땀으로 우리는 지금 증기 기관차라는 낭만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30km의 속도로 달리던 완행 기차는 어느덧 종착역인 포트 바이칼에 도착하였다. 내려서 페리로 갈아타고 리스트뱐카(Листвянка)에 도착하는데 여기에 숙소를 구해둔 우리는 이르쿠츠크 행 버스에 올라타는 일행들에게 작별을 고한다. 알혼 여행에 대한 정보를 주었던 울산에서 온 분들, 페리에서 자리를 양보해 준 중국인 두 분, 활기차고 열정 넘치는 러시아인 가이드 아주머니. 옴스크에서 오신 아주머니는 뭐라도 주고 싶은지 핸드크림을 꺼내어 선물이라며 건넨다. 아들의 병이 빨리 낫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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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9/22 [09:41]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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