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학교는 구원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는 학교폭력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다.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나타난 피해학생 응답률은 1%대로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지표와 달리 실제 단위학교의 학교폭력 심의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조치 결정에 불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조치결정에 불복한 재심, 행정심판, 행정소송이 점점 늘고 있다.
학교폭력예방 대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그간 교육부의 학교폭력예방 대책은 지표 관리와 가해자 엄벌주의로 일관해왔다. 지표관리는 피해응답률을 낮추기 위한 것이었고, 가해학생을 엄벌함으로써 경각심을 일깨워 학교폭력을 예방한다는 취지였다. 피해응답률을 낮추기 위해 전수조사 방식을 택했고, 실태조사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실태조사 참여율을 시•도교육청 평가지표로 활용하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특히 가해학생 조치결정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는 학부모 반발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학교폭력 예방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교사 패싱’논란은 예외가 아니었다. 대책 수립은 OO대학교 연구소에 의뢰하였고, 여기서 나온 대책은 현장에서 느끼는 방향과는 사뭇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 보니 학교를 지원할 구체적인 방안은 늘 부족했다. 현장감 떨어지는 대책은 학교현장에 업무폭탄으로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의 획일적인 대책이 아닌 시•도교육청 실정에 맞는 대책 수립이 절실하다. 시•도교육청에 권한을 위임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전경험이 풍부한 현장교사들의 지혜가 사장되고 있는 현실이 가장 안타까울 뿐이다.
경기도교육청은 금년 3월부터 현장에 숨어있는 고수를 발굴하여 지역사회 인력풀과 연계한 지원청 단위의 학교폭력갈등조정자문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당사자 간 첨예한 갈등을 중재를 통해 해결하고 궁극적으로는 가•피해 학생 당사자 간의 관계회복을 통해 건강한 학교공동체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은 학생들 사이의 틀어진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갈등을 조정하고 화해의 길로 안내하는 교육적 노력을 하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어야 한다는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지금의 대책은 근시안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갈등과 폭력은 구조적인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의 대책은 폭력행위 현상만을 바라보고 있다. 즉 행위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다. 행위의 맥락, 행위자의 성장 배경과 환경, 그리고 우리교육의 경쟁시스템 등의 복합적 원인이 내재하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가해 학생을 엄벌하고, 모든 문제 해법을 교사 역량 강화에서 찾으려는 방식은 이미 유효기간이 한참 지났다. 학교가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종합적인 지원시스템이다.
학교는 피해학생의 치유와 가해학생의 선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 학교는 사법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는 교육적이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치유와 선도를 통해 관계를 회복시켜주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에 재량권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법률이 학교 자체의 해결을 가로막고 있다. 법률 제17조 제1항은 “가해학생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조치를 할 것을 학교의 장에게 요청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를 학교폭력으로부터 구해야 한다. 관련 법령 개정을 위한 노력, 심리상담, 치유, 복지, 법률 지원 등 종합적인 지원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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