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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혁재칼럼] ‘3김정치’의 빛과 그림자
 
손혁재 경기시민사회포럼 대표   기사입력  2018/06/26 [09:57]
▲    손혁재 경기시민사회포럼 대표

JP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5.16 쿠데타의 주역이었고 국무총리를 두 번이나 지냈다. 대통령은 못되었지만 그가 남긴 정치적 발자취가 크기에 그의 정치적 공과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 5.16 쿠데타와 유신에 대한 비판은 그의 과가 크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DJP 연대를 통한 최초의 여야간 평화적 정권교체에 대한 기여를 들어 공을 높이 평가하기도 한다. 무궁화훈장 수여에 대해서도 찬반 논란이 있다.

 

김종필 전 총리를 김대중, 김영삼 두 전 대통령과 묶어 '3김’이라 부른다. '3김’이라는 말은 특정 지역의 압도적 지지를 기반으로 한 패거리 정치로 한국정치를 망쳤다는 부정적 뉘앙스를 갖고 있다. 그러나 '3김’은 우연히 성이 같았을 뿐 서로 다르다. 총칼을 앞세워 민주주의를 압살하고 군부정치의 막을 올린 정치군인의 원조 JP를 오랫동안 독재와 맞서 싸운 DJ나 YS와 같은 부류로 묶는 건 잘못이다.

 

이들이 '3김’이라는 말로 묶인 건 유신체제가 무너진 뒤 신군부가 권력을 장악하면서부터이다. 이른바 '3김정치’를 맨 먼저 비판하고 나선 건 박찬종 홍사덕 전 의원이다. 신군부는 대중적 지지도와 신망이 있는 '3김’을 가장 두려워해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꺾어버리려 했다. 한 김(DJ)은 내란혐의를 씌워 죽이려했고, 한 김(JP)은 부패혐의로 재산을 뺏고 쫓아냈으며, 또 한 김(YS)은 정계를 은퇴시켰다.

 

양김(DJ와 YS)이 줄기차게 민주화투쟁을 할 때 JP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신군부는 양김을 탄압했으나 국민의 눈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양김 진영에 속한 두 사람의 양김 비판은 신군부에게는 반가운 일이었다. 정치적 영향력이 거의 없던 두 사람의 '3김’(주로 양김) 비판은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두 사람은 갑자기 거물급이 되었고 그 이후 '3김청산론’은 정치 발전의 전제조건인 것처럼 퍼져나갔다.

 

▲ 2015년 2월 이완구 전 총리가 JP를 예방했다.    (사진=국무총리실)

 

'3김’이 정치지도자가 됐던 시기에 정치의 중심은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양김은 박정희 독재와 장기집권, 인권탄압에 대해 저항했지만 JP는 충성을 했다. 신군부 출신의 전두환 대통령 때도 양김은 신군부와 싸웠다. JP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6월 항쟁으로 직선제 대통령선거가 치러지자 JP도 출마했고, '3김’은 나란히 낙선했다. 그 뒤 JP는 YS와 함께 3당합당을 통해 노태우에게 투항했다. 다른 한 김(DJ)은 거기에 맞섰다.

 

이처럼 '3김’이 한국정치를 다 움직인 건 아니다. 한국정치를 '3김’이 좌지우지한 건 3년 남짓이다. YS집권 뒤 정계를 떠났던 DJ가 복귀하고, YS 밑에 있던 JP가 쫓겨 나와 새살림을 차린 1995년부터 YS가 대통령에서 물러난 1998년까지이다. DJ가 정계은퇴 중에도 실질적으로 정치를 했다 쳐도 5년에 지나지 않는다. DJP 공동정부 때에도 양김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경쟁자는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였고 YS는 힘이 없었으므로 '3김시대’라 볼 수 없다.

 

'3김정치’가 우리 정치의 원죄처럼 인식되는 건 잘못이다. 한국정치의 후진성에 대한 책임을 양김에게 물어선 안 된다. 수십 년 동안 지속된 군부에 의한 장기집권과 민주주의의 후퇴, 정치적 경쟁자에 대한 탄압, 국민의 주권과 인권 유린, 언론 탄압, 지역감정 유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대통령들이 주범이다. 3김 가운데 양김(YS와 DJ)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온몸으로 싸워 왔다.

 

독재의 하수인이었던 JP를 반독재민주화투쟁을 이끈 DJ, YS와 나란히 놓으면 안 된다. 특히 DJ는 YS처럼 변절하지도 않고 일관된 길을 걸어왔다. 민주주의를 탄압하던 사람을 나이가 비슷하고 비슷한 시기에 정치를 했다고 탄압에 맞서 싸우던 사람들과 하나로 싸잡아 평가하면 안 된다. JP는 정치를 오래 했고, 권력에 가까이 있었으며, 그를 따르는 패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공과를 따져볼 때 경륜이나 원로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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