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완섭 칼럼] 감자

건강과 식품(6회)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 기사입력 2018/06/24 [08:01]

[신완섭 칼럼] 감자

건강과 식품(6회)

신완섭 K-Geofood Academy 소장 | 입력 : 2018/06/24 [08:01]

제89호 지리적표시 농산물-서산팔봉산 감자

제93호 지리적표시 농산물-고령 감자

감자(甘藷)는 가지과의 다년생 식물로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이 생산되는 작물이다. 남미 안데스 지역이 원산지이지만 재배 적응력이 뛰어나 해안가에서부터 5천 미터 고산지대까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부터 눈 덮인 그린란드까지 자라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1570년대 신항로를 개척한 에스파냐에 의해 처음으로 유럽에 도입되었으나 맛없고 흉측한 모양새 때문에 악마의 작물로 외면 받다가 18세기 이후 급격히 늘어난 인구를 부양할 구황작물로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영국의 곡물 수탈에 시달리던 아일랜드에서는 일찌감치 주식으로 자리 잡기도 했으나 19세기 말 유럽을 강타한 감자마름병으로 인해 100만 명이 굶어죽는 대기근을 겪기도 했다. 

 

▲ 감자 (사진=픽사베이)     © 편집부

 

조선시대 때 편찬된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1824~25년경 청나라를 통해 전래되었다. 산삼을 캐기 위해 숨어들어 온 청나라 사람들이 식량으로 몰래 경작한 것이 시초. 초기에 불렸던 ‘북저(北藷)’라는 명칭은 북에서 온 감자라는 뜻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200년 앞서 1603년 네덜란드 상인들에 의해 전파되었는데, 자카르타에서 가져온 것이라 하여 ‘자가이모’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2013년 충남 서산 팔봉산 감자와 경북 고령 감자가 나란히 지리적표시제로 등록되었다. 감자하면 강원도가 연상되지만 강원도는 전역이 온통 감자밭 투성이인지라 대표 주자를 내세우기가 좀 거시기한 반면, 해양성 유기질 사질토와 낙동강 연안 충적토에서 최고의 우량 감자를 생산해 온 두 곳이 먼저 감자 주산지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어쩌면 감자바위라 놀림당하는 걸 싫어하는 강원 사람들의 정서가 반영된 탓인지도 모르지만 감자옹심이, 감자범벅, 감자전 등 감자요리의 지존 자리를 꿰차고 있으니 감자는 여전히 강원도의 힘을 반영하고 있다.

 

▲ 서산 팔봉산 감자  

 

감자가 자라기에 가장 적당한 온도는 섭씨 20도 전후이다. 1920년대 초 강원 회양군 난곡면에서 농업연구를 하던 독일인 매그린이 이런 기후 조건에 잘 맞는 품종(난곡1~5호)을 개발하여 도내의 화전민들에게 보급하면서 쌀 대신 감자가 주식이 되었다. 반으로 쪼갠 씨감자를 3월 하순에서 5월 상순 사이 심어서 싹이 트면 2대쯤 포기를 남기고 솎아준다. 심은 지 석 달도 안 되는 6월 하순~7월 상순에 수확의 기쁨을 누리게 되지만 75% 정도로 수분 함량이 많아 장기 보관이 어려운 게 문제. 감자에는 솔라닌과 차코닌이 주를 이루는 글리코알칼로이드 라는 독성화합물이 들어있다. 물리적인 위해(危害)나 광선, 시간의 경과에 따라 그 성분이 증가하며 껍질 바로 밑에 주로 함축된다. 이때 특히 생으로 먹게 되면 독성으로 인해 두통, 설사, 구토 등이 나타나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도입 초창기에는 임진왜란 때 일본에서 들여 온 고구마와 혼용하여 불려졌다. 아직도 함경도와 황해도에서는 고구마를 단감자, 양감자, 왜감자 등으로 부르며, 한때 전라도와 충청도에선 고구마를 감자라 부르고 감자는 하지감자라 구분했다. 제주에서는 지금도 고구마를 지칭하는 감자와 감자를 지칭하는 지슬 혹은 지실이란 방언이 쓰여 지고 있다. 명칭뿐만 아니라 헷갈리는 게 또 있다. 감자는 엄연한 뿌리 식물인 고구마와 달리 줄기가 변성되어 만들어진 덩이줄기 식물이다. 또한 고구마 보다 단맛은 덜하지만 혈당지수(Glycemic Index)는 높은 편이라 혈당으로의 전환이 빠르고 에너지로 쓰이지 못한 잉여 당분이 지방으로 축적되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감자는 매우 유용한 식물이다. 녹말 13~20%, 단백질 1.5~2.6%에 비타민C가 매우 풍부하다. 지방질이 거의 없는 알칼리성 고단백 식품인 것이다. 감자의 효능을 살펴보면,

 

1. 알칼리성 저칼로리식. 감자의 알칼리 성분은 사과의 2배인 6.7로서 농산물 중 최고수준이고 주식 중 유일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100g당 열량이 같은 양의 쌀밥 145kcal의 절반인 72kcal에 불과해 적게 먹고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어 다이어트식으로도 추천된다.

 

2. 비타민C의 보고. 감자에는 100g당 비타민C가 23mg 들어있어 일일권장섭취량 50mg를 달랑 감자 2개로 해결할 수 있다. 이 양은 사과의 2배에 해당되면서도 가열 조리하더라도 일반 과일 야채와 달리 96% 이상이 잔존하여 영양소 파괴가 거의 없는 특징을 띤다. 

 

3. 성인병 예방. 성인병 예방에 좋은 이유는 감자에 많이 함유된 칼륨과 식이섬유 덕분이다. 감자의 칼륨은 나트륨보다 12배나 더 많아 소금섭취가 많은 한국인의 칼륨:나트륨의 이상비율(1:1)을 균형적으로 맞춰주어 나트륨의 체내흡수를 막아준다. 쌀밥이나 흰빵, 면류보다 많은 감자의 식이섬유는 콜레스테롤 및 당의 흡수를 저해하여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혈당치의 상승도 막아준다. 

 

4. 빈혈 예방과 치료. 가장 흔한 빈혈은 철분 부족으로 오는 철결핍성 빈혈이다. 이럴 경우 철분을 많이 섭취해 줘야 하지만 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배설되어 버린다면 별 소용이 없다. 감자에 많은 비타민C는 철과 결합하여 장에서의 흡수를 도우므로 빈혈 방지에 큰 도움을 준다.

 

5. 한국인에게 필수적인 건강식품. 쌀밥(=탄수화물)을 주식으로 하는 식사에는 예외 없이 체내 분해를 위해 수분이 동원된다. 하지만 남아도는 수분은 노화를 유발하고 성기능을 저하시킨다. 알칼리성 식품인 감자는 몸의 붓기를 빼 주고 체질의 산성화를 막아준다. 탄수화물의 소화 흡수에 관여하는 비타민B1 역시 사과의 10배, 밥의 2~3배가 많고 쌀밥에는 거의 없는 콜린, 메치오닌 같은 영양소가 들어있어 우리에게는 필수적인 식품이다.

 

감자는 주식 또는 간식, 굽거나 찌거나 기름에 튀겨 먹어 그 요리법이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전분이 적은 서양감자는 바싹바싹 튀김용으로 어울리는 반면 전분이 많은 우리 감자는 쫀득쫀득 지짐용으로 더 잘 어울린다. 그러다보니 맥도날드 포테이토는 모두 수입산 감자(버뱅크 품종)를 사용한다. 

 

끝으로 감자의 맛과 영양을 살리는 조리 시 4가지 원칙도 알아보자.

첫째 가능한 껍질을 벗기지 말고 요리할 것.

둘째 자를 때는 공기에 닿는 면적을 적게 하여 큼직하게 자를 것.

셋째 비타민C가 물에 녹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른 뒤에는 물에 씻지 말 것.

넷째 산화방지를 위해 기름에 튀기기보다 볶아 먹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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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운 2018/08/06 [12:43] 수정 | 삭제
  • 저는 전라도 고창에서 70년대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렸을 적 감자를 하지감자라고 불렀던 것이 맞습니다. 고구마는 그냥 고구마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감자라는 말이 감저에서 왔다는 말이 있는데 이게 맞는 것 같습니다. 어렸을 적, 젓가락에 2~3개 끼워서 여름에 소금에 찍어 먹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