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수리산밋 사람들의 삶터풀터'에서는 매주 금요일 군포의 옛 삶터 풍경 사진을 소개한다.
‘처가와 변소는 멀수록 좋다’라는 속담이 있다. 옛 시절에는 그러했다. 전통 민가에서는 변소는 멀리 있을수록 좋았다. 그래서 대부분 변소를 바깥에 두었다. 옛 시절엔 정월이나 시월에 고사를 지낼 때 냄새나는 변소에다도 떡을 갖다 놓았던 기억이 난다. 변소귀신은 시기심 많고 심술 굳은 측신(廁神)으로 변소처럼 터부시 할 수 없는 민간신앙이었다. 이처럼 터부시 되던 변소이지만 인생사와 농사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장소이기도 했다.
사진 속 변소 지붕위에 핀 박꽃을 보니 ‘해산 바가지’가 떠오른다. 박꽃처럼 흰 박을 만들어 생명을 출산한 어미가 먹을 쌀을 씻고 미역을 씻었다 하니, 신령함이 느껴진다. 변소도 그 지붕 위 무성한 박도 예사롭지가 않다. 냄새나는 변소 앞에서 귀한 사진을 찍은 것을 보니 아마도 ‘변소와 박’의 의미를 알아서 인가 보다. <저작권자 ⓒ 군포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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