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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칼럼] 트럼프, 조약(treaty)으로 북한 체제보장?
 
김동민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외래교수   기사입력  2018/06/09 [14:40]
▲  김동민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외래교수   

“북한과 미국 정상이 오는 12일 싱가포르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에 관한 합의를 이뤄낸다면 이를 '협정'(treaty)으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일 북미 정상 간의 합의가 협정으로 미 의회의 비준을 받을 경우 이행의 안정성이 담보될 수 있는데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쉽게 번복하기가 어려워 체제 보장을 원하는 북한 정권의 구미를 당길 것으로 보인다.”

 

별로 주목받지 못한 연합뉴스 6월 4일자 기사다.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요구하는 체제보장의 확실한 방법으로 의회(상원)의 ‘조약’비준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서 treaty는 협정이 아니라 조약이다. 조약(treaty)은 국가들(nations) 사이에 서명한 공식적인 합의를 의미한다.

 

협정(convention)은 제네바 협정(the Geneva Conventions)처럼 조약보다는 덜 공식적인 합의를 의미한다. 협정은 정부 차원의 합의지만, 조약은 한미상호방위조약(Mutual Defence Treaty Between the ROK and the USA)처럼 의회의 비준을 거친 것으로 국내법 수준의 구속력을 갖는다. 조약은 정권이 바뀌어도 효력이 지속된다. 당연히 북한은 구속력이 강한 조약을 원할 것이다. 구미를 당기는 수준이 아니라 확실한 비핵화 실현의 조건으로 조약 비준을 요구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진=청와대)  

 

트럼프가 처음에는 일괄타결을 주장하다가 단계적 해결로 바뀐 이유도 북한의 요구와 의회 비준을 고려한 태도 변화일 수 있다. 절대적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미국 상원의 분포는 공화당 51명, 민주당 47명, 무소속 2명인데 조약은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공화당은 대체로 긍정적인데 민주당이 동의해줄까?

 

북한이 핵무기와 ICBM을 개발한 유일한 목적은 체제보전이었다. 남한에서 진행되는 무수한 한미합동군사훈련은 북한 침공을 전제로 한 핵 공격 훈련이다. 나날이 발전하는 신형무기를 구비할 수 없는 가난한 살림에 낙후된 재래식 무기로는 감당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훈련이다. 대문 앞에서 자기 집을 털 연습을 시시때때로 하고 있는데 태평할 사람은 없다. 가장 강력한 무기 하나는 구비해놓아야 한다. 핵 억제력만이 북한 체제의 보전을 위한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핵무기는 궁극적으로 미국과의 협상용이었다. 북한의 목적은 미국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지 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핵무기의 소형화와 ICBM의 확보였다. 작년 한 해 북한은 핵을 싣고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ICBM을 확보하기 위해 급피치를 올렸다. 급하게 된 건 미국이었다. 미국 국민들은 현실적인 위협으로 실감하기 시작했다. 현재 북미정상회담을 지지하는 여론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미국이 먼저 협상을 타진했을 수도 있다.   

 

중요한 변수는 군수산업의 로비다. 미국의 군수산업의 입장에서는 한반도에 긴장상태가 지속돼야 한다. 그래야 군사훈련을 지속하면서 무기를 팔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군에게 한반도만한 군사훈련 장소도 드물다. 전쟁이 일어나면 더 좋다.

 

그동안에 북미 사이의 합의를 번번이 뒤집은 것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었고, 그 배경에 군수산업의 로비가 있었다. 소위 재무부 매파들이다. 북한이 미국을 불신하는 배경이다. 미국이 북한을 믿지 못 한다는 것은 지어낸 얘기로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다. 사람들은 증거를 무시하고 생각하던 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렇게 만드는 데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 천하의 오바마도 ‘전략적 인내’라는 허울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그것을 트럼프가 하는 것이다. 미국에는 군수산업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군수산업을 거느린 복합기업들도 있다. 제조업이나 정보통신산업 등에게 한반도 평화는 북한에 잉여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다. 꽤 매력적인 시장이기도 하다. 이제 그들이 움직일 수 있는 때가 된 것이다. 트럼프가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고자 하는 추진력의 배후다.

 

중앙일보 5월 30일자에는 코미디 같은 칼럼이 하나 있었다. 서울대 경제학부 김병연 교수의 ‘비핵화, 빨리 확실히 끝내는 법’이었다. 그런 게 있었어? 그걸 왜 이제야 밝히나? 이런 도통한 분을 이제까지 몰랐다니. 뭔가 봤더니, “핵과 미사일 하나당, 핵물질 t당 얼마씩 지불할지 사전에 정하는 것이다. 더 많이 없앨수록 보상액이 커지기 때문에 모두 포기하는 것이 북한에도 이익이다.”라는 게 그 비결이었다. 북한이 바라는 건 경제적 지원이라는 맹목적 믿음이다.

 

세상에 쓰잘 데 없는 것이 경제학이요 경제학자들이다. 비준 수준에서 체제보장을 해주고 제재를 풀어주면 북한 경제는 저절로 만사형통일 것이다. 북한은 미국에게 경제지원 따위는 바라지 않는다 했고, 트럼프도 경제지원은 없다고 했다. 북한에 들어가기를 기다리는 자본이 줄을 서 있다. 따라서 미국 상원의 조약 비준도 가능성이 높다 하겠다.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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