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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혁재칼럼] 뜨거운 단상, 차가운 단하
 
손혁재 경기시민사회포럼 대표   기사입력  2018/06/08 [11:31]
▲   손혁재 경기시민사회포럼 대표

제7차 동시지방선거의 법정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12곳에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까지 함께 치러져 ‘미니 총선’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선거의 열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선거판은 뜨겁지만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무덤덤하다. 여당이 워낙 강세고 야당이 지리멸렬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자유한국당이 조금 반짝거릴 뿐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그리고 정의당은 거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정책과 공약도 실종되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무상급식’으로 상징되는 보편적 복지를 둘러싼 정책 경쟁이 있었다.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집권 한나라당이 북풍을 불러일으키려 하자 야당은 ‘평화’프레임으로 맞섰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직후 치러진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정책대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한나라당 후보들은 ‘박근혜 눈물’뒤에 숨어버렸다. 한나라당은 참패 예상을 깨고 박근혜 마케팅으로 좋은 성적을 냈다.

 

이번 선거에서도 정책 경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당은 대통령 인기에만 기대고 있고,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깎아내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전세계가 박수를 치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위장평화 쇼’라고 독설을 퍼붓는다. 복지정책은 ‘퍼주기 복지 쇼’라 몰아붙인다. 오죽하면 홍 대표가 입을 열 때마다 표가 떨어진다고 후보들이 지원유세를 거부하겠는가.

 

▲ 군포시장 후보들의 유세전. (왼쪽 위부터) 더불어민주당 한대희 후보, 자유한국당 최진학 후보, 바른미래당 김윤주 후보, 무소속 안희용 후보     © 군포시민신문

 

지방선거 지원유세를 중단하면서 홍준표 대표의 막말 대행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자신에 대한 당내 비판을 ‘연탄가스’니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며 아랑곳하지 않던 홍 대표가 물러선 건 심상치 않은 선거 기류 때문이다. 홍 대표의 막말이 보수를 결집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지지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막말이 빠진 자리를 뒤늦게 정책과 공약이 채우더라도 자유한국당이 기대하는 ‘샤이 보수’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선거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안다고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2014년처럼 예상을 깨고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어렵다. 자유한국당은 보수정치세력의 최대 패배라는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 2006년 지방선거 때 열린우리당의 패배보다도 더 크게 질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가 고공행진 중이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도 자유한국당을 압도한다.

 

홍준표 대표는 여론조사가 왜곡되었다고 억지를 부린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높은 지지는 왜곡이 아니다. 야당의 존재이유는 소금과 등불의 역할을 하는 데 있다. 집권세력의 부패를 막는 소금이어야 하고, 집권세력에 실망한 시민들에게 어둠 속의 길을 안내하는 등불이어야 한다. 그런데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은 소금의 역할도 등불의 역할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정치가 양 날개로 날기 위해 보수정치세력이 합리적이고 건전해져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지금처럼 여전히 낡은 정치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어서는 보수정치를 끌어가지 못한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방치하거나 협조한 데 대해 진정한 반성도 사과도 없이 비판만 해서는 유권자를 설득할 수 없다. 보수정치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색깔론과 막말을 멈추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박근혜 실정의 그림자를 지우고 새롭게 태어나는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지방선거를 자유한국당은 스스로 포기했다. 역대 지방선거를 보면 지방권력에 대한 ‘주민의 선택’이 아니라 중앙정부에 대한 ‘국민의 심판’만이 있었다. 이번 지방선거는 ‘국민의 심판’이 먹히지 않는 구도이다. 그런데도 심판을 들고 나온 자유한국당의 선거전략은 유권자의 호응을 받지 못했다. 단상이 뜨거운데 단하, 특히 보수적 유권자들이 차가울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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