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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받아야 할 아이들의 본성
평생엄마의 즐거운 육아이야기 시즌2 (20화)
 
강문정 ‘깜빡하는 찰나, 아이는 자란다’ 저자   기사입력  2018/05/09 [09:42]

호주로 오기 전 어린이집 아이들과 다섯 달 정도 그림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기까지 각양각색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던 일을 계속 하고 싶어 하는 아이, 누워서 듣고 싶은 아이, 친구와 장난치고 싶은 아이. 안 듣고 싶어 하는 아이...

 

그림책 읽기가 시작한다는 종을 울려주면 우선 관심 있는 아이와, 모범생 기질이 있는 아이들 먼저 선생님 앞으로 모여 앉는다. 그리고 나머지 아이들은 놔두고 모여 있는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기 시작했었다. 그러면 무슨 이야기가 펼쳐지나 궁금한 녀석들은 관심을 보이고 그때까지도 딴 짓 하는 녀석들이 꼭 있다. 이야기가 끝나고 질문을 주고받는 시간이 되면 딴 짓 하던 녀석들도 신기하게 이야기 내용을 다 알고 대답했다. 안 듣는 것 같지만 다 듣고 있었던 것이었다.

 

▲  그림책을 읽어주는 시간,아이들은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기까지 각양각색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곳 호주 어학원 교실에서도 어린이집 아이들의 모습과 닮은 풍경은 종종 볼 수 있다. 지난주에 어학원에 새로운 학생 4명이 우리 반에 들어왔다. 모두 브리질리언이고 그중 3명의 이름이 가브리엘이다. 브라질 사람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흥이 많기로 소문이 나 있다. 이들은 어디서나 축구 이야기이고, 시시때때로 춤을 추고 몸동작이 커서 교실을 들썩들썩하게 만들어버리는 통에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솔직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얼마 전 수업시간의 일이다. 수업이 좀 지루했는지, 3명의 가브리엘 중 한명이 선생님을 불렀다

 

선생님 부탁이 있어요, 제가 칠판을 사용해도 됩니까? (물론 영어로 말함)

 

선생님은 흔쾌히 승낙을 하셨다. 신이 난 가브리엘은 건들건들 윙크까지 하며 칠판으로 나갔다. 칠판에 뭔가 썼다. 우린 호기심에 가득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우리를 향해

 

영어로 How are you는 브라질말로 ********, ~~여러분 따라해 봐

선생님 역할을 하는 엉뚱한 가브리엘 때문에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었다.

 

교실에서는 바르게 앉아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떠들면 절대 안 되고, 숙제는 꼭 해야 하고, 노트 필기는 잘해야 된다고 배운 나는 이들의 모습이 못마땅했다. 그런데 2주 동안 같이 공부하고 이야기를 나눠보니 참 매력덩어리들이다. 이들의 공부하는 스타일이었다. 참 멋진 아이들이라는 걸 알았다. 어릴 때부터 교실에서의 자유로움과 자기표현에 망설임이 없는 것이 몸에 익은 듯 했다.

 

이들은 레벨 테스트에서 항상 상위성적을 받는다. 수업시간 내내 정신없이 나대지만, 선생님이 질문을 하면 적절한 대답을 잘 했다. 선생님 말 잘 듣고, 칠판 뚫어져라 쳐다보고, 예습복습 잘하는 나는 테스트에서 50% 넘기는 것이 버겁지만, 테스트에서 상위권은 이들이 다 차지했다. 그래서 우리 한국 학생들끼리 숙덕거렸다.

 

저것들은 맨 날 정신없는데, 정신들이 있네

 

▲ 수업 중, 선생님 역할을 하는 엉뚱한 가브리엘 때문에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사진=강문정)

 

아이들은 태도가 어떻든 어떤 자세를 취하든, 자기가 관심이 있으면 빠져들어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 정신 바짝 차리고, 똑바로 앉아, 선생님 말 잘 들으며, 가르쳐 주는 대로 받아들이는 교육을 받은 나는, 50살이 넘은 지금도 수업시간에 내 생각을 표현하기보다 바른 자세로 가르쳐 주는 대로 듣기만 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고, 변화되는 속도대로 아이들은 자란다. 어른이 만들어놓은 생각 상자 속으로 아이를 가두는 일은 이들의 미래까지도 가둬두는 일임을 우린 알아야 한다. 아이들은 자기만의 방식대로 받아들이고 표현하며 자라고 있다.

 

그들의 본성을 존중해 주는 방법을 찾는데 우린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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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5/09 [09:42]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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