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학입시 제도 개편을 둘러싼 논쟁이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교육부에선 수능 개편을 유예하면서 4차에 걸쳐 대입정책 포럼, 전문가 자문 그리도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였고, 이를 토대로 4월 11일 대입제도를 국가교육회의에 이송하면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급기야 국가교육회의 산하의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해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의제를 정한 뒤 TV토론과 국민 여론수렴 등의 공론화 절차를 밟기로 했다.
대입제도를 논할 때 주요 근거는 ‘공정성’과 ‘변별력’이다. 박제된 공정성의 신화가 수능을 뒷받침해 온 가장 유력한 논거였다. 수능의 공정성은 기계적 공정성을 의미한다. 모두가 한 날 한시에 같은 조건에서 같은 문제로 평가하기 때문에 공정성 시비로부터 비교적 자연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변별력은 학생을 한 줄로 세우는 가장 유용한 방법이기도 하다. 상대평가는 변별력을 보장하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사교육 시장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건 수능이다. 정시 모집 인원을 늘리겠다는 언론 보도가 있던 날 유명 사교육 업체의 주가가 12% 급상승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수능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동일한 규칙을 적용하는 불공정한 게임인 셈이다. 공정하다고 모두 정의로운 것이 아니다.
▲ 김영란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 위원장 (사진=교육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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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은 불공정하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다. 학종 불공정성의 근거는 수능의 기계적 공정성을 맹신하는 데서 비롯된다. 실제로 수능 2등급 학생이 수시모집을 통해 소위 SKY대학에 합격하는 사례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정시 전형으로는 수능 2등급으로 서울의 10개 대학도 합격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정시 모집인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양상이다.
학종에 대한 오해부터 벗어보자. 대입제도는 크게 정시와 수시로 나뉜다. 정시는 수능점수가 절대적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수시 전형에는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논술전형, 특기자전형 등이 있다. 2018학년도 전형별 모집인원 비율은 수시 교과전형 40%, 학종 23.6%, 실기위주 5.3%, 논술전형 3.7% 순이다. 수능 위주 정시모집은 22.8%였다. 학생부교과전형은 교과성적 위주로 학생을 선발한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대체로 1단계 서류평가와 2단계 면접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1단계 통과를 위해 다양한 스펙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금수저 논란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학종이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는 선호도가 높은 대학의 학종전형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상위 4%의 학생(3만 2천 명)만이 논란의 중심에 있고, 나어지 96%의 학생응ㄴ 이번 논란에도 소외되어 있다. 공교육의 정상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번 논란의 배경 자체가 불손하기까지 하다. 여기서도 심한 차별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학종이든 수능이든 절대선도 없고 절대악도 없다. 나에게 유리하면 공정하고, 나에게 불리하면 불공정할 뿐이다. 대입제도 논란에서도 내로남불은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번 논란의 중심에 교사와 학생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이해 당사자들 간 이해타산만 난무할 뿐이다. 심지어 ‘진보는 학종, 보수는 수능정시 식’의 진영논리로 확산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심히 우려할 일이다. 교육의 본질에서 한참 벗어났기 때문이다.
대입전형 유형별 비율이 조정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서글픈 일이다. 학생의 처지에서 보면 비율 조정은 아무 의미가 없다. 학생들은 어느 것 하나를 쉽게 포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입제도 개편의 교육의 본질에서 접근해야 한다. 나는 대입제도 개편의 방향은 평가패러다임의 변화를 향해야 한다고 늘 주장해왔다.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이 하나의 유기적인 체계를 유지한다면 고등학교 수업의 정상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고등학교 교실에서는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수업이 확산되고 있다. 공교육 정상화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이를 발전시켜 나갈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평가방법에 절대적으로 옳은 방법은 없다. 평가의 목적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학생들에게 한 문제 더 맞히기 공부가 필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향상하는 일이다. 학생들의 역량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학생들의 미래를 중심으로 오늘을 고민하는 공론의 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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