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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혁재 칼럼] 붉은 색안경
 
손혁재 경기시민사회포럼 대표   기사입력  2018/05/01 [12:20]
▲  손혁재 경기시민사회포럼 대표

전 세계가 놀랐다. 그리고 감동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년 만에 분단의 상징 판문점에서 만났다.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한다.” ‘판문점 선언’은 예측과 기대를 뛰어넘어 세계사에 한 획을 그었다.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평화 공존 번영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북한의 정상이 남쪽 땅을 밟은 건 처음이다. 군사분계선 이쪽저쪽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눈 두 정상은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함께 넘나들었다. 소떼길도 거닐었고, 도보다리에서는 전 세계가 숨죽이고 지켜보는 가운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완전한 비핵화 선언’도 나왔다. 북미정상회담도 틀림없이 잘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마뜩찮아 하던 아베 일본 총리도 회담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대표의 반응은 달랐다. 아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판문점 선언이 ‘김정은이 불러준 걸 받아썼다’는 주장이다. 아베 일본 총리에게 ‘좌파만 정상회담을 지지한다’고 했던 홍 대표로서는 당연한 반응일 수 있다. 현재 자유한국당과 홍 대표가 이념의 스펙트럼에서 가장 오른 쪽에 서 있다. 홍 대표에게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모든 시민이 다 좌파로 보일 수밖에 없다. 붉은 색안경을 쓰면 세상이 다 빨갛게 보일 수밖에 없다.

 

홍준표 대표는 판문점 선언이 ‘김정은과 우리 안의 주사파의 합의’라는 근거 없는 주장도 했다. 선언문의 ‘민족 자주의 원칙’이 주사파의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민족 자주의 원칙’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그 뿌리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2년의 ‘7.4 남북공동성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남북한 당국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합의한 7.4 남북공동성명에서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을 통일의 3대 원칙으로 삼은 것이다.

 

노태우 정부 시절의 ‘남북기본합의서’도 ‘7.4 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된 평화통일 3대원칙을 재확인’했다. 김대중 정부의 6.15선언도, 노무현 정부의 10.4선언도 마찬가지이다. 다시 말하면 판문점 선언은 그 동안의 남북대화 노력의 산물인 1972년의 7.4공동성명, 1992년의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의 6.15선언, 2007년의 10.4선언의 효력을 되살려 낸 것이다.

 

▲ 남북 정상회담 (사진=한국공동취재단, 청와대·한국인터넷기자협회 제공)    

 

판문점 선언의 최대성과라 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서도 홍준표 대표는 비판적이다. 핵 없는 한반도라는 모호한 문구로 미국의 핵우산 정책을 무너뜨릴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정작 트럼프 미 대통령도 ‘한국전쟁이 끝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북한은 선언에 그치지 않고 북한주민들에게도 비핵화 합의사실을 알렸고, 5월에 핵 실험장을 공개적으로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비핵화 의지를 확실히 드러낸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남북정상회담을 처음부터 못마땅해 했다. 6.15 공동선언과 10.4 공동선언은 체제붕괴위기의 북한 정권을 살려준 ‘남북위장평화 쇼’라고 깎아내렸다. 정상회담 직전에 나온 북한의 핵실험중단선언도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미국을 끌어들인 남북평화 쇼로 ‘위험한 도박’이라는 표현을 썼다. 홍준표 대표가 왜 이렇게 거칠게 나가는지 시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자유한국당 안에서도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죽하면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몰상식한 발언이 당을 더 어렵게 만들어 가고 있다”는 당내 비판까지 나오겠는가. 백보 양보해서 판문점 선언에 문제가 있더라도 긍정적인 것은 제대로 평가하고, 문제는 날카롭게 지적하되 대안을 내놓는 방식이 제1야당다운 자세일 것이다. 평화와 통일의 열차를 막으려 할 것이 아니라 궤도를 벗어나지 않고 더욱 빨리 달리도록 돕는 게 자유한국당에게도 홍준표 대표에게도 유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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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5/01 [12:20]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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