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호 지리적표시 수산물-보성벌교 꼬막 제20호 지리적표시 수산물-여수 여자만 새꼬막
“외서댁을 딱 보자말자 가심이 삐르르허드란 말이여/ 고 생각이 영축없이 들어맞어 부렀는디/ 쫄깃쫄깃헌 것이 꼭 겨울 꼬막 맛이시.“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에서 청년단 감찰부장 염상구가 외서댁을 겁간하며 내뱉은 말이다. 전남 보성 벌교는 이 소설의 실제 무대이고 주먹질과 부녀겁탈을 일삼던 염상구는 악한의 표상이다. 그런 그가 여자 맛을 겨울 꼬막 맛에 빗댈 정도이니 이곳에선 꼬막 맛이 힘의 상징임에 틀림없다. ‘벌교에선 주먹자랑 하지 말라’는 옛말이 빈 말이 아닌 것이다.
이를 반증하듯 보성벌교 꼬막이 지리적표시 수산물 제1호로 지정되었다. 이로써 보성군은 농산물 제1호인 보성녹차와 함께 농수산물 두 분야에서 국내 최초의 지리적표시 특산품을 보유하게 되었다. 꼬막 중에서도 벌교산이 최고로 대접받는 것은, 고흥반도와 여수반도가 감싸는 벌교 앞바다 여자만(汝自灣)의 갯벌이 모래가 섞이지 않은데다 오염되지 않아 꼬막 서식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인근 ‘여수 여자만 세꼬막’도 뒤이어 지리적표시 등록을 마쳐 이곳 일대가 꼬막의 본산임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한국, 일본, 인도양, 서태평양 연안에 분포하는 꼬막은 사새목 꼬막조개과에 속하며 조간대에서 수심 10m까지의 진흙 바닥에 서식한다. 자웅이체이며 산란기는 지방에 따라 다르나 8-10월 사이이다. 다 자란 껍데기의 길이는 약 5cm, 높이는 약 4cm, 나비는 약 3.5cm로 피조개나 새꼬막보다 크기가 작다. 모양은 사각에 가깝고 매우 두꺼우며 각피에 벨벳 모양의 털이 없다. 껍데기는 흰색이고 각피는 회백색이며 살은 붉은 편이다.
꼬막은 크게 참꼬막과 새꼬막, 피조개로 나뉜다. 진짜 꼬막이란 의미로 ‘참’자가 붙은 참꼬막은 표면에 털이 없고 쫄깃쫄깃한 맛이 뛰어난 고급품종으로서 제사상에 올린다 하여 ‘제사꼬막’으로도 불린다. 이에 반해 껍데기 골의 폭이 좁고 털이 나 있는 새꼬막은 조갯살이 미끈한데다 다소 맛이 떨어지는 하급품으로 취급받아 ‘똥꼬막’으로 불린다. 성장기간도 참꼬막은 4년이 걸리지만 새꼬막은 2년이면 충분하고, 잡는 방법도 배를 이용하여 대량 채취하는 새꼬막과 달리 참꼬막은 갯벌에 사람이 직접 들어가 채취한다.
일반적으로 조개는 봄이 제철이다. 바지락을 비롯한 대부분의 조개가 5월 무렵 살이 통통하게 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합과 함께 꼬막은 겨울이 제철이다. 산란기를 넘긴 11월부터 맛이 들기 시작해 설을 전후하여 속이 꽉 찬다. 이듬해 초봄까지가 제철인데, 겨울철 이곳을 찾으면 길이 2m에 폭 50cm 정도 되는 널배에 꼬막 채를 걸고 종횡무진 갯벌을 누비는 아낙들을 보게 된다. 허리까지 푹푹 빠져 드는 갯벌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이루어지는 고된 작업 끝에 걷어 올리는 참꼬막은 쫄깃짭짤한 감칠맛으로 새꼬막보다 서너 배 비싸게 유통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인 김려 선생의 <우해이어보>에는 껍데기 표면의 17-18가닥 골모양이 기왓골을 닮았다 하여 와농자(瓦壟子)라 하였고,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살이 노랗고 달다고 했으며,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전라도의 토산물로 기록되어 있는데, 서민들은 물론 궁궐에도 8진미 중 1품으로 진상될 만큼 사랑을 받아왔다.
일반적으로 꼬막은 23%의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이 함유되어 있고 조혈성분인 철분과 각종 무기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조혈강장제로 안성맞춤이며 풍부한 필수 아미노산으로 인해 어린이 발육에도 도움을 준다. 특별히 헤모글로빈과 철분, 비타민B군이 많아 빈혈이나 현기증에 효과 만점이다.
주요 성분의 효능을 정리해 보면, 1. 다른 조개류에 비해 단백질이 많다.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고단백 저지방 저칼로리의 알칼리성 식품으로 소화가 잘 되므로 병후 회복식으로 적당하다. 2. 비타민B12와 철분이 많아 빈혈 예방에 효과적. 자주 섭취하면 혈색이 좋아지고 특히 칼슘이 많아 어린이의 성장발육에 도움을 준다. 3. 타우린과 베타인이 음주로 인한 간 해독 및 숙취해소에 도움을 주므로 겨울철 남성들의 술안주로 좋고 철분, 코발트 등이 겨울철 여성이나 노약자에게 보양식 역할을 한다. 4. 철분과 아연은 미각 장애 개선에 효과가 있고, 풍부한 타우린이 담석을 용해하거나 심장기능 향상, 체내 콜레스테롤 저하작용을 나타내어 당뇨병, 동맥경화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꼬막은 씻고 삶는 것이 일의 전부이다. 온통 뻘투성이인 꼬막은 물에 넣고 여러 번 씻어야 한다. 씻으면서 흙만 찬 빈 꼬막도 골라내야 한다. 삶는 것은 더 중요한데, 물을 팔팔 끓여 꼬막을 넣자마자 휘휘 몇 번을 저어 꺼낸다. 이때 조개가 입을 벌리면 벌써 늦은 것이다. 껍데기를 깐 후에도 속살이 그리 많이 줄지 않은 채 촉촉하고 번드르르해야 하는데 입을 벌리지 않은 이 상태가 가장 맛있게 삶아진 것이다.
꼬막 까는 법은, 손가락을 누룽지 긁을 때처럼 잡고 꼬막 뒤편 양쪽 껍데기가 볼록 튀어나와 있는 사이에 숟가락을 넣어 돌린다. 그러면 딸깍 하고 껍데기 한 쪽이 떨어져 나간다. 속살이 남은 쪽에 고춧가루, 파, 마늘, 깨소금을 섞어 만드는 양념간장으로 조리하면 끝. 이때 간을 짜지 않게 하는 게 팁이다. 그래야만 짭조름하고 쫀득하고 싱싱하기까지 한, 갯냄새를 풍기는 꼬막 맛을 제대로 맛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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