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 제목들은 천박해서 보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mbc의 ‘전생에 웬수들’, ‘금 나와라 뚝딱’, KBS의 ‘같이 살래요’, SBS의 ‘살짝 미쳐도 좋아’, jtbc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등이 그러하다. tvN의 ‘라이브’, ‘시를 잊은 그대에게’, OCN의 ‘작은 신의 아이들’등과 대비된다.
SBS의 ‘키스 먼저 할까요?’도 그렇다. 제목을 얘기하며 이 드라마 본다고 말 꺼내기가 쉽지 않다. 대중문화 연구자들 외에 언론학자들은 드라마를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 왠지 수준 낮아 보인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인에게 드라마는 실천(習)의 현장이다. 현실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소설이나 영화보다 나은 드라마도 많다. 영화는 예술이고 드라마는 기술인가? 아니다. 예술도 본래는 기술이었다.
성인멜로니 뭐니 하며 화제가 되기에 보게 됐는데 감우성의 매력에 끌려 매주 본다. 중년의 중후함은 감우성이 장동건보다 낫다. 감우성은 ‘왕의 남자’외엔 본 기억이 없다. 배우 감우성의 발견이라고나 할까? 어쨌건 감우성 때문에 본다. 더불어 OST 폴킴의 ‘모든 날, 모든 순간’도 맘에 든다. 오랜만에 새 노래 하나 배워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 뭐, 변명은 이 정도로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감우성과 김선아는 둘 다 이혼하고 우연히 아래 위층에 산다. 그리고 둘은 역시 우연히 운명적으로 얽혀 있다. 우연이 반복되는 설정이 리얼리티를 떨어뜨리지만 어쨌건 그렇다. 감우성은 친구 김성수가 운영하는 광고기획사의 유능한 카피라이터다.
운명적인 스토리는 이러하다. 8년 전, 아폴론제과가 수입해 판매하는 분말 젤리를 먹고 김선아의 딸이 사망했다. 그런데 그 광고를 감우성이 만들었다. 김선아는 아폴론제과를 상대로 소송을 했고, 감우성을 찾아가 도움을 호소했지만 처절하게 외면당했다. 둘은 사귀어 결혼까지 했는데, 뒤늦게 8년 전 일을 기억해내고는 갈등에 빠진다. 여기서 광고회사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감우성은 김선아(안순진)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딸을 잃었다. 11년 전에, 당시에 애들이 좋아하던 과자가 있었는데 그걸 엄마가 사줬다. 위험한 과자였는데, 우리 애가 죽고 나서 그걸 알았다. 애가 죽었는데 아무도 잘못했다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 애 잘못이라고, 다른 애들은 멀쩡한데 우리 애만 죽은 거라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김성수(황인우)는 아폴론제과의 광고 의뢰를 받고는 기쁜 마음으로 감우성(손무한)에게 말하는데 받지 않겠다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 일이 상품을 담는 게 아니라 세상을 담는 일이라는 걸, 돈이 아니라 사람을 쫓아야 한다는 걸 알아버렸다. 내 광고가 누군가의 생명을 해치고 삶을 망가뜨릴 수 있다. 경고 문구만 넣었어도, 제조사 잘못 증언만 했어도, 멈추지 않고 삶은 이어졌을 거야.”
광고는 상품에 관한 정보다. 이건 교과서의 얘기다. 대학에서는 손무한과 같은 철학을 가르치지 않고, 광고 잘 만드는 기교만 가르친다. 광고는 단순히 상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광고의 목적은 소비자의 구매행위로 달성된다. 구매로 귀결되지 않는 광고는 실패다. 실패한 광고를 제작한 광고회사는 광고를 의뢰하는 기업이 없어 망한다.
그래서 광고회사는 구매로 귀결되는 광고를 제작하기 위해 사활을 건다. 카피라이터는 피 말리는 작업을 한다. 당연히 무리를 하게 되니 법적으로 허위 ·과장광고에 대해서는 처벌을 하기도 한다. 그러니 법의 테두리 내에서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손무한과 같은 생각을 하면 광고 못 만든다.
광고는 대량생산 시대에 대량의 소비를 창출해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상품은 필요한 만큼 만들어 소비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많이 만들어 많이 팔아야 한다. 이러한 구조는 자원의 낭비와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초래한다. 비닐 쓰레기 사태도 그 단면이다. 자극적인 광고와 과소비는 누군가의 생명을 해치고 삶을 망가뜨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구의 생명도 해칠 수 있다. 그나저나 둘의 슬프고 아픈 사랑은 어떻게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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