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범칼럼] 모라베크의 역설

조성범의 교육문화 이야기(9회)

조성범 경기도교육청 학생안전과장 | 기사입력 2018/04/06 [07:32]

[조성범칼럼] 모라베크의 역설

조성범의 교육문화 이야기(9회)

조성범 경기도교육청 학생안전과장 | 입력 : 2018/04/06 [07:32]
▲   조성범 경기도교육청 학생안전과장 

모라베크의 역설(Moravec's Paradox)이란 게 있다. 인간에게 쉬운 것은 컴퓨터에게 어렵고,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컴퓨터에게 쉽다는 역설이다. 이는 미국의 로봇 공학자인 한스 모라베크(Hans Moravec)의 이름에서 유래한 말이다. 모라베크는 “로봇 지능의 진화 속도가 과거 인류보다 약 1천만 배나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면서 “향후 50년 뒤에는 인간의 지능 수준에 버금가는 로봇이 탄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우리에게 어려운 일은 컴퓨터에는 쉽고, 우리에게 쉬운 일은 컴퓨터에는 어렵다”라고 했다. 즉 컴퓨터는 천문학적 단위의 수와 복잡한 수식 등 계산과 추론 능력이 뛰어나지만, 인간이 무의식중에 하는 걷기, 듣기, 보기, 인식하기 등의 감각 기능과 운동 기능은 시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감정과 맥락을 읽는 능력은 인간에게는 쉽지만, 컴퓨터에게는 어려운 부분이다.

 

4차 산업혁명이 교육계의 주요 화두다. 흔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AI(인공지능) 시대라고 일컫는다.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우리 교육이 이대로는 안 된다고 이구동성이다. 이들은 지식 암기 위주의 교육의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주장한다. 학생 개인의 창의성과 개성을 살리는 교육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4차 산업혁명 담론에서 유념할 게 있다. 이른바 ‘기술결정론’이 그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등장하는 유사검색어에는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바이오, 나노, 자율주행, 드론, 3D 프린터 등이 자주 등장한다. 물론 4차 산업혁명이 기술변화를 중심으로 전개되겠지만, 그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동안 산업의 구조변화에 따른 교육개혁은 기술결정론에 근거했다. 즉 자본이 요구하는 인력을 양성·보급하는데 필요한 교육내용과 교육과정으로 구성되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교육개혁이 기술결정론으로 흐른다면 경제 중심의 교육, 자본의 이익창출에 기여할 인력 양성의 교육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급변하는 산업구조와 노동환경의 변화에 대처할 인력 양성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람을 중심에 두는 교육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인간과 기계의 협업을 통해 사람이 기계에 종속되는 것을 미리 차단해야 한다. 코딩교육의 열풍이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가 모라베크의 역설에 주목하는 이유는 컴퓨터에게 어려운 문제가 오히려 우리 인간에게는 쉬울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다양한 감정의 흐름을 읽어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람의 기분과 감정을 파악하고 관계를 통해 사회적 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인간에게만 가능한 특권일 수 있다.

 

그렇다면 미래 우리의 교육은 오히려 본질에 접근해야 한다. 그것은 인문학적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이어야 한다. 인문학적 감수성은 상상력을 배가시킨다. 상상력으로 세상을 읽을 수 있어야 과학적 진실도, 사회적 현상도 살아있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교육을 통해 학생을 이미 정해진 길로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자신이 처한 현실의 맥락에서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 역량과 소양을 넓히는 교육이어야 한다.

 

미래사회는 노동의 유연성이 훨씬 강화될 것이다. 독일은 미래 인재상으로 디지털 포용력 있는 인재를 추구한다. 디지털 포용력이란 유연한 노동자들과 인공지능 로봇을 상황에 맞게 통합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뜻한다. 즉 리더의 네트워킹 능력, 소통 능력, 조정 능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소통능력과 조정능력은 로봇이 대신하기엔 분명 한계를 드러낼 것이다.

 

어려울수록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교육의 본질은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존중 없이 기술력만 갖춘 인재는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 독자가 내는 소중한 월 1천원 구독료는 군포시민신문 대부분의 재원이자 올바른 지역언론을 지킬 수 있는 힘입니다. # 구독료: 12,000원(년간·면세)/계좌 : 농협 301-0163-7916-81 주식회사 시민미디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