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천언] 봄나들이 나고야 여행

'초저가 나고야 항공권 행사’에 마음을 빼앗긴 나고야 여행길

신완섭 1천원독자 | 기사입력 2018/03/29 [08:31]

[일천언] 봄나들이 나고야 여행

'초저가 나고야 항공권 행사’에 마음을 빼앗긴 나고야 여행길

신완섭 1천원독자 | 입력 : 2018/03/29 [08:31]

3월 초 제주 한라산 등반 여행을 준비하던 중, 저가항공사에서 기획한 ‘초저가 나고야 항공권 행사’에 마음을 빼앗겼다. 항공사가 나고야 개항을 기념하여 딱 열흘간 편도 4만3천원~ 행사를 연 것인데, 초저가 미끼 상품은 짐짓 동이 나버렸지만 20만원가량이면 차상위 가격으로 왕복 티켓을 장만하겠기에 기어이 행선지를 제주에서 국외로 틀어버리고 말았다. 여행 일정은 3월 23일 금요일부터 25일 일요일까지 사흘간, 벚꽃 개화시기에 맞추었다.

 

출국
나는 해외여행에 나설 때면 철저히 초읽기에 돌입한다. 사전 숙소, 교통편 예약은 물론 맛집 검색도 챙겨두는 버릇이 있다. 출발 당일에도 새벽 4시 40분 일행 3명과 승용차로 군포 출발, 5시 반경에 차를 공항주차대행업체에 맡기고 바로 출국수속을 마치니 6시 반이 채 되지 않은 시각에 가서 마실 양주 1병을 면세점에서 구입하는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드디어 7시 15분에 이륙, 9시 20분경에 나고야 공항 착륙, 급행전철로 나고야역에 도착하니 오전 10시 반이 조금 지나 있었다. 오후 2시 게로행 버스에 탑승하기까지 짜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역내 백화점, 드럭스토어, 편의점, 인형가게 등을 기웃거렸다. 아무리 잃어버린 20년이라지만 백화점의 고급제품 가격은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나는 서점에 들러 일본의 트렌드를 살피다가 베스트셀러 한 권을 샀다. <未來の年表>, 국내에도 최근 번역본이 출간된 일본의 인구감소추세를 연표로 꾸민 책이다. 예를 들어, 2020년 일본 여성인구 절반 50대 이상, 2024년 전체인구 3명 중 1명이 65세, 2033년 가구 3채 중 1채가 빈집... 이런 내용들이다. 늙어가는 일본의 단면을 통해 우리나라의 연도별 추세를 가늠해 본다.

 

게로 온천
게로(下呂)는 나고야역에서 2시간 반 거리에 있는 기후현의 온천마을이다. 여기를 한 번 다녀온 적이 있는 P여사가 강력 추천하는 통에 첫날밤을 여기서 보내기로 했다. 시골길을 달리다보니 한적하다 못해 집들이 텅텅 비어있는 느낌이다. 중간에 한 번 쉬어간 휴게소에서 일본 말차와 된장맛의 꼬치떡을 맛보니 여기가 일본이라는 실감이 조금씩 들기 시작한다. 4시 40분 게로역 앞 승차장 도착, 숙소의 위치를 확인하여 천천히 걷다보니 오래된 일본식 전통주택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즈미-소(イズミ-ソ)>, 삼대에 걸쳐 료칸을 운영 중이고 1959년에 문을 열었다니 나와 동갑내기다. 여장을 풀자마자 인근 식당을 찾았다. 소고기찜 정식에 생맥주을 곁들이니 여행의 피로가 점차 가시는 듯하다. 속소로 돌아와 유카타로 갈아입고 욕장으로 직행, 온천물에 몸을 담그니 피로는 고사하고, 연이은 양주 파티도 모자라 사케 댓병을 더 사오는 해프닝을 자행케 만들었다.

 

이튿날 아침, 료칸식사 전후로 두 번 탕에 들락거렸더니 말끔히 숙취가 해소되는 기분이다. 10시 반 출발 나고야행 버스에 탑승하기 전에 잠시 마을을 가로지르는 히다 강변으로 산책을 나갔다. 강가의 자연노천탕(분천탕)에서 두 남자가 완전 알몸으로 온천을 즐기고 있다고 M이 언질을 주었지만 바로 옆에 여성 몇몇이 발을 담그고 있길래 설마설마 했다. 그런데 손으로만 그 부위를 가리고 일어서는 게 아닌가. 해소되었던 숙취가 다시 도져서 가던 내내 버스에서 구역질을 했다.

 

참고로 게로온천은 일본 온천 중 최고 명소 중 하나다. 400여 년 전 에도시대의 유학자였던 하야시 라잔이 효고현의 ‘아리나온천’, 군마현의 ‘구사쓰온천’과 함께 기후현의 ‘게로온천’을 3대 온천으로 꼽았고, 일찌기 승려 시인인 반리 슈쿠가 ‘일본 최고의 온천’이라 칭했기 때문이다. 알칼리성 온천인 게로온천은 피부염과 류머티즘, 신경통에 효험이 있고 약간의 점성으로 인해 피부를 매끄럽게 해 여성들 사이에선 ‘미인탕’으로 인기가 높다. 나고야로 가실 분들은 하루쯤 시간을 내어 꼭 가 보기를 강추 한다.

 

나고야 여행
다시 나고야 역으로 돌아온 시각이 24일 오후 1시경, 근처에서 간단히 라멘으로 점심을 때우고 예약해 둔 게스트하우스 <글로컬 나고야 백팩커스 호스텔(Glocal Nagoya Backpackers Hostel)>을 찾았다. 그런데 길 가는 사람에게 주소와 약도를 들이대고 물어봐도 누구 한 사람 속 시원히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다. 결국 어떤 사람이 휴대폰 검색을 하고서야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었다.

 

여장을 풀고 첫날은 택시를 타고 '나고야 TV탑'과 '오아시스21', '아이치문화예술센터' 등이 있는 사카에 역 근처를 방문했다. 공원 한 복판에서는 데모 중인 시민단체의 공연이 열리고 있었고, 하늘공원인 오아시스21 아래에선 한국 연예인 몇몇이 해외촬영 중인지 정준하 등 낯익은 얼굴들이 오고간다. 우리는 '히사야도오리 공원'을 따라 전철 2구간 거리에 있는 '오스 시장'까지 걸어갔다. 해질 무렵 도착한 오스 시장은 우리나라 남대문 동대문 시장 같은 재래시장이라서 아이쇼핑을 즐기기엔 안성마춤이었다. 슈퍼에서 야참거리와 다음날 아침거리를 산 후 골목 안 우동집에서 덴푸라우동 세트메뉴로 저녁을 떼웠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서는 간단히 맥주로 목을 축인 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5인실이었는데, 밤 11시까지 남아있던 침실에 사람이 없어 조용히 잠을 청하나 싶었더니 아뿔싸, 12시가 다 되어 갈 무렵 어떤 사내 하나가 입실하여 1시간 이상을 들락날락 하는 통에 드디어 P여사가 폭발, 상소리까지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급기야 사내가 새벽까지 자리를 비워서 더 이상의 불상사는 없었지만 게스트하우스에서 공공연히 벌어진다는 해프닝을 몸소 겪어보니 싼 게 비지떡이구나 하는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다음날 아침, 미리 사 둔 햇반에 낫도, 우메보시, 조리김, 절인반찬 등으로 Dining Room에서 식사를 직접 해 먹었는데, 생각보다 알차고 맛있는 식사였다. 9시경 체크아웃하고는 곧바로 나고야역 11게이트 승차장에서 '1Day 메구로 투어버스(인당 500엔)' 첫 차(09:30)에 탑승했다. 첫 행선지는 8분 거리의 ‘도요타산업기술기념관’, 1910년대에 일으킨 섬유산업을 필두로 자동차, 로봇산업까지의 역사를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귀한 자리였다(약 1시간 소요).

 

다음 행선지인 ‘노리타케의 숲’과 ‘시케미치’는 그냥 지나쳐 도착한 곳이 ‘나고야성’, 이곳에 기반을 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축조한 성으로 나고야의 상징인 천수각이 위용을 뽐내고 있고 주위를 둘러싼 벚꽃들이 한창 꽃망울을 벌리고 있어 수많은 상춘객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직 국내에선 이른 벚꽃구경을 여기서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니 한결 걸음이 가벼워진다.(소요시간 약1시간 반)

 

마침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라 성 바깥으로 나와서 ‘시케미치’ 근처까지 걸어 나왔다. 근처 유명하다는 스파게티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맛 본 스파게티는 이번 투어에서 맛본 최고의 면요리였다고 다들 엄지척 했으니 짧은 기간 다양한 요리를 맛 본 맛 기행으로도 기억될 법하다. 다음 행선지였던 ‘도쿠가와엔’은 다음 기회로 남겨두고 귀국을 위해 공항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행 후기

사실 이번 여행은 처음 방문하는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자 하는 내 나름의 꿍꿍이가 있었다. 그러나 35년 전 처음 일본을 방문했던 1983년 때와는 달리 설레임도 덜했고, 생경함도 덜했다.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인가. 서둘지 않고 찬찬히 둘러 본 일본의 풍광은 오히려 익숙함으로 다가온다.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배움보다 휴식을 맛 본 여행이었으니 분명 재충전의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래, 힘들지만 또 파이팅 해야지!, 함께 다녀온 K,M,P도 아마 나와 같으리라, 다들 힘내시라.

 

▲ 도요타산업기술관_나고야 성_오스시장_게로자유노천탕_게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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