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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산공愛와 짧지 않았던 여행을 마치며...
산본공고 협동조합 좌충우돌기
 
장윤호 산본공고 교사   기사입력  2018/03/12 [08:07]

2014년 3월 또는 4월로 기억이 된다. 새로 부임하신 교장샘께서는 당시 교무부장을 맡고 있던 필자에게 학교 매점에 대해서 말씀을 하셨다. ‘학교에 매점이 없는데 매점을 만들어보면 어떨까?’필자는 그냥 흘러들었다. 매점을 만들면 쓰레기는 물론이고 생각지도 않은 많은 일들이 발생할 것이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교무부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하루하루가 정신이 없던 필자에게 매점을 설치해보자는 말이 필자에게 들어올 리가 없었다. 

 

그런데 꼭 1년후 교장선생님께서는 다시 필자에게 말씀을 하신다. ‘나도 오후만 되면 달달한게 땡기네. 아이들도 달달한 것이 댕긴다는데...’같은 말씀을 또 하시는 걸 보고 고민을 하게 되었다. 큰 길 건너에 있는 편의점을 가기위해 무단횡단도 불사하던 학생들, 학생회장 선거 때만 되면 등장하는 매점을 만들겠다는 회장 후보들의 공약, 가끔 아이들이 ‘왜 우리학교에는 매점이 없어요?’라며 쏘아부치던 불만....

 

걱정이 되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일단 여럿이 모여 고민이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학생회장을 비롯한 학생회, 행정실, 학부모, 학생부 부장 및 학생회 담당 선생님까지 모아서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이때가 15년 5월이었다. 매달 1~2번씩 만나서 협동조합에 대해서 알아보고, 이미 협동조합 방식으로 매점을 운영하고 있던 학교를 방문해서 설립과정과 운영 등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2학기에는 협동조합 동아리(산공쿱바라기)를 급조하여서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였다. 동아리 활동이라야 책 보고, 강의하고, 몇 군데 견학가는 것이 전부였다. 협동조합에 대해서 학생들은 물론이고, 지도교사를 맡았던 필자 역시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활동을 하다 보니 어느덧 경기도교육청에도 소식이 전해졌다. 산본공고에서 협동조합을 추진하기 위해서 활동을 하고 있다고. 16년에는 계획서를 작성하여 사업신청을 하고,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 시청으로, 교육청으로 뛰어다녔다. 설계가 마무리되질 않아서 발을 동동 구르고, 힘이 들어서 사업비를 반납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하였다. 어렵사리 설계가 마무리되고, 17년 2월이 되어서야 공사가 시작되었다. 공사도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2개월이면 끝날 것이라던 공사는 8월이 되어서야 끝이 났고, 장비를 구입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장비 하나하나를 구입하는데 구구절절한 스토리가 따라 다녔다. 학교이다 보니 사설 인터넷을 설치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법에 대해서는 무지 그 자체였던 필자이다. 그런데 법을 알지 못하고는 할 수가 없는 것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영업허가이다. 마을주민에게 개방을 하기로 결정을 하고, 매점을 카페처럼 만들어서 커피와 차를 팔기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커피를 맘대로 팔 수가 없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청에 공문을 보내 시청을 정신없게 만들기도 하고, 결국은 시청과 교육지원청, 학교, 3개 기관이 업무협약을 맺어서 용도변경을 통해서 간이음식점으로 영업허가를 받게 되었다. 물론 이 과정 하나하나에도 한숨과 울분이 녹아들어가야만 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산공愛였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오픈을 할 때가 가까이 다가오자 걱정은 날로 커져갔다.

 

‘아이들이 줄은 제대로 설까?’,

‘쓰레기는 얼마나 나올까?’,

‘빵셔틀도 당연히 나오겠지?’.....

 

걱정은 끝이 없었고, 전혀 사라질 것 같지 않았다. 8월29일 오전 간단히 가오픈식을 하고, 오후에 학생들에게 첫 오픈을 하였다. 문을 열기 직전까지 걱정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생각외로 잘해주었다. 

 

이후 학생들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이 학교에 오기만 하면 산공愛를 그냥 지나치지를 못하는 것 같았다. 선생님을 비롯한 교직원들도 쉬는 시간만 되면 산공愛에 와서 차를 한 잔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산공愛가 정식으로 오픈을 하던 날-9월 29일 개소식-에는 100여명이 손님들이 오셨다. 기관장이나 정치인들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산공愛를 축하해주기 위해 오신 것이다. ‘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산공愛 덕분에 마을 주민들이 학교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산본공고 학생들을 소문으로가 아닌, 가까이서 직접 눈으로 보는 기회가 만들어졌다. 주민들의 눈에는 소문으로 듣던 산본공고 학생 말고,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본 산본공고 학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또 한편, 주민들이 차를 마시고 있다보면, 갑자기 덩치가 산 만한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내려와서 정신없이 무엇인가를 사먹고, 종이 치자 다시 우르르 몰려나가는 것을 이따금 목격하게 된다. 차를 마시는 손님의 입장에서는 정신없고 짜증을 낼 법도 하고, 학교 교실용 책걸상 -실은 예산이 부족해서 테이블을 제대로 갖춰놓지 못하고, 교실에서 사용하던 학생 책상을 테이블로 일부 사용하고 있다- 에 불편할 법도 하지만, 오히려 너그럽게 봐주고, 일부러 책걸상에 앉으며 학창 시절의 추억이 생각나서 좋다고 하시기도 한다. 

 

평생학습 강좌는 학교가 가지고 있는 시설과 장비, 그리고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서 마을에 문을 여는 것이다. 교육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마을 주민을 위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그리고 그 프로그램 운영에 학생들이 보조자로 참여를 할 수만 있다면 학생들에게도, 마을 주민들에게도 이 보다 더 좋은 교육은 없다는 생각에서 시작해보았다. 처음 해보는 것이라서 시행착오도 겪기는 하였지만, 마을주민들의 호응은 상상 이상이었다.

 

학생들에게 산공愛는 해방공간이다. 사방이 시멘트 덩어리로 꽉 막힌 학교는 마치 교도소와도 같다. 비록 10분의 시간만 허용되는 작은 공간이지만, 이곳은 제대로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다. 꼰대같은 선생들에게는 차마 하지 못하는 말을 산공愛 매니저-매니저의 아들은 산본공고 졸업생이다-에게 편하게 말을 하고, 매니저는 마치 아들, 딸의 이야기를 들어주듯 한다. 때로는 학생들의 일탈을 슬쩍 눈감아주기도 하고, 때로는 야단을 치기도 하면서, 학생들이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덕분에 학생들은 산본공고에서 얼굴이 밝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모든 것들이 산공愛라는 작은 공간에서 시작되었다. 비록 교실 두 칸의 작은 공간이지만, 학생들에게는 산본공고의 전부이기도 하고, 마을의 작은 자랑거리일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이 산본공고 식구들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동안 산본공고를 안쓰럽게 생각하며 지속적으로 관심과 애정을 보내주었던 많은 분들이 학교 주변에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 개소식때 만들었던 동영상 중에서    

 

필자는 가끔 지인들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우리 학교에서 협동조합이 만들어지면,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거야.’ 그런데 현실이 되었다. 산공愛가 우리 앞에 나타난 것 자체가 어쩌면 작은 기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산공愛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그 여정의 끝이 어디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기나긴 길을 가야한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그리고 긴 여정을 가기위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한 발 한 발 가야할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지만 필자는 여기까지만 동참을 해야할 것 같다. 18년 3월 1일자로 타지로 발령이 났다. 산공愛와 함께했던 지난 시간이 솔직히 좀 힘들기는 했다. 하지만 참 행복했던 시간이다. 그리고 능력이 부족하지만, 산공愛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글을 쓰는 시간 역시 행복했다.

 

산본공고 장윤호

 

그 동안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건강하시고, 평안하세요. 산공愛도 자주 이용해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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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3/12 [08:07]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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