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산공愛의 존재 이유는?

평생학습 강좌가 있기까지...

장윤호 산본공고 교사 | 기사입력 2018/03/09 [08:43]

[연재] 산공愛의 존재 이유는?

평생학습 강좌가 있기까지...

장윤호 산본공고 교사 | 입력 : 2018/03/09 [08:43]

적지 않은 돈-세금-이 투여된 산공愛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산본공고 학생들을 위한 매점!

 

그것이 산공愛의 존재 이유일 수도 있겠다. 거기에 협동조합에 대한 가치와 정신 등을 교육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협동조합의 가치를 확산하고 체험을 하게끔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현재 운영되고 있는 대부분의 학교협동조합이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산공愛는 여타의 학교협동조합과는 조금 다르다. 마을주민에게 공간을 개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학교 주변의 마을 주민들이 산공愛를 이용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그렇기에 학교의 담을 허물고, 커피를 판매하고, 북카페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리고 능력이 된다면 마을 주민들에게도 협동조합의 가치와 정신을 확산시켜야 할 임무도 수행하여야 한다.

 

하지만 필자는 여기서 끝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좀 더 확대해야한다고 본다. 학교라는 공간과 시설 등은 우리 사회의 공동 자산이다. 학교 고유의 임무를 수행하는데, 즉 학생들에게 교육을 하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학교의 시설과 공간을 마을과 주민들에게  개방하여야 한다. 물론 마을은 학교의 교육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어야겠지만.

 

그리고 개방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 개방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어느 학교든 하고 있다. 운동장을 개방하고, 체육관을 개방하고.... 산본공고만이 가능한 것. 학교가 가지고 있는 실습 장비와 인적 네크워크를 활용하여서 내용을 가지고 개방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한 아이를 키우는데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처럼 마을이 산본공고 학생들을 보듬어 안아주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은 바르게 성장해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마을과 학생들이 만날 공간이 거의 없다. 마을 주민들은 일부의-소위 잘 나간다는-학생들만 보고 전체 학생들이 그럴 것이라 판단한다. 학생들은 학교밖으로만 나가면 학교에서는 잘 하지 못했던 행동들을 한다. 학교밖에서는 제지하는 사람이 없고, 길을가다 만나는 사람 거의 모두가 남이기 때문에 그들의 시선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산공愛는 마을 주민들을 학교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역할을 한다. 학교안으로 들어온 주민들은 좀 더 다양한 학생들을 보면서, 그 동안 가지고 있던 학생들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편 학생들은 산공愛를 들락날락하면서 마주치는 마을주민들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의식하게 될 것이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르는 사람이지만, 학교밖에서 지나치면 만나게 되는 사람과는 달리, 학교안에서 마주치는 사람에게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처럼 산공愛는 학교가 자원을 마을에 개방하고, 마을과 학생들이 접촉을 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가능하게 하도록 하는 단초를 제공하는 곳이다. 필자는 이것이 산공愛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 만일 이런 것을 지향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에게는) 그저 매점이고, (마을주민들에게는) 또 하나의 카페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그런 용도의 공간이라면 적지않은 예산을 들여가며 조성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학교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하면서 단순히 매점이나 카페만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매점은 학생들만을 위한 것이고, 카페는 굳이 산공愛가 아니어도 지천에 널려있다. 솔직히 커피 전문점에 비해서 산공愛의 커피 맛이 우수한 것도 아니다. 산공愛는 커피 맛으로 주민을 감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다가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강좌라고 생각했다. 앞에서 말했듯이 학교의 실습장비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서 산본공고만이 할 수 있는 장좌를 개설하여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것. 이것이 산공愛가 다른 학교협동조합과는 차별을 둘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욕심을 낸다면, 학교에서 개설한 강좌에 산본공고 학생들이 보조강사로 활동하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또는 동아리 시간에 배운 기술이나 기능을 마을 주민들에게 뽐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학생들은 자신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고, 마을 주민들은 해당 학생뿐만 아니라 산본공고 학생 전체를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협동조합을 추진하고자 했던 진짜 이유였다.

 

산공愛를 정식으로 오픈하기로 결정한 후에 진자 바뻣다. 평상시 워크홀릭이라고 생각했던 필자였다. 일하는 것을 즐기고, 아무리 많고 어려운 일도 거뜬히 해낸다고 생각했는데, 이때는 많이 힘들었다. 필자의 입에서 가끔 욕이 나왔다. 대단한 욕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평상시의 언어가 아닌 단어들이 나왔던 것이다. 그 이유는 평생학습 강좌 때문이었다.

 

정식 오픈에 즈음하여서 평생학습 강좌도 개강을 하려고 계획을 세웠다. 강좌를 정하고, 강사를 섭외하고, 강사와 프로그램과 일정을 조율하고, 홍보물 디자인을 기부 받고, 재료와 장소를 준비하고.... 그러면서 관내-군포, 의왕, 안양, 과천-학교와 시청에 공문을 보내서 홍보를 하고, 지역의 단체에도 홍보물을 만들어서 알리고, 산공愛 앞에도 현수막을 붙였다. 홍보가 시작되자마자 신청자가 나타났다. 메일로 받은 신청은 즉시 회신을 해주지 않으면 안되었다. 신청접수를 했다는 메일을 일일이 보내고, 신청자들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명단을 확정하면서 신청에서 탈락한 분들에게까지도 정성들여 메일을 보냈다. 산공愛와 산본공고에 대한 좋은 감정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평생학습 프로그램에서는 5개의 강좌를 기획하였다. 나름 고민을 해서 만든 강좌였다. 체험위주의 강좌는 ‘가족’을 생각하며 기획하였다, 가족이 같이 참가할 수 있는 것으로 고민했다. 엄마가, 아빠가 자녀와 같이 우리 학교를 방문하게 만들고 싶었다. 부모뿐만 아니라 어린 자녀에게도 산본공고를 친숙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어차피 마을 주민들이 다수 신청을 할텐데, 어린 학생들에게 산본공고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 주고 싶었던 속내도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가족들이 함께 강좌에 참가하여서 무엇인가를 만들면 그 기쁨이 배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  마을주민들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평생학습 강좌이다. 정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주셨고, 다행히도 참가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군포시와 교육부의 예산으로 강좌를 개설하였다.   

 

강의 형태의 강좌는 학교가 마을주민들과 고민해보았으면 하는 주제들을, 즉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 사회적경제, 협동조합, 마을, 이런 것들을 같이 고민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강의 위주의 2개 강좌는 신청자가 적어서 폐강을 하였다. 3개 강좌는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탈락자가 나와서 뒤처리를 하느라 애를 먹었다. 

 

각 강좌의 첫 시간에는 무조건 산공愛에서 첫 모임을 하였다. 그리고 약 20분 정도 산공愛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산공愛를 만든 취지와 배경, 그리고 평생학습 강좌를 개최한 취지까지도 설명하였다, 마을 주민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산공愛와 평생학습 강좌를 알려서 혹시라도 있을지도 모를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고, 산공愛를 많이 이용함은 물론이고 홍보도 부탁을 하기 위해서였다.

 

▲  평생학습 프로그램에서 화장품과 도자기를 만들고 있는 모습   

 

다행히도 평생학습 강좌는 마을 주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준 것 같다. 지역의 (인터넷)카페에 산본공고를 칭찬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고, 이 글을 본 신문사에서 직접 취재까지 나온 것을 보면, 좀 힘들었지만 잘한 일이었던 것 같다. 

 

▲ 산본공고의 변화에 대해서 경향신문 2면에 걸쳐서 기사가 실렸다. 그 변화에 협동조합이 중요한 부분이었다.   

 

협동조합에 대한 가치를 마을에 확산하는 작업은 산공愛의 중요 임무중에 하나이다. 그래서 경기도교육청의 예산 지원을 받아서 사업을 하나 추진하였다. 관내 교직원과 마을 주민들을 모아서 협동조합과 마을 공동체로 유명한 홍성군을 탐방하였다. 하루짜리 탐방으로 끝내기에는 아쉬운 면이 있기는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가 없으니 일단 시작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기획했던 것인데, 다행히도 참가자들이 만족해하는 눈치였다.

 

▲  지역의 마을주민과 교직원들이 협동조합과 마을공동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홍성군을 방문했다.

 

학교가 가지고 있는 힘(?)은 의외로 크다. 학교에서 뭔가를 해보겠다고 하면 마을에서 관심을 가지고 도와줄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학교가 힘이 있다는 것은 마을의 인적자원을 끌어들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동안 보여왔던 학교는 마을과 소통하지 않고 단절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산본공고는 산공愛를 통해서 어렵사리 살짝 문을 연 것이다. 마을은 학교를 반갑게 맞이해주고 그 문이 좀 더 크게 열릴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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