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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물품 공급의 원칙
산본공고 협동조합 좌충우돌기
 
장윤호 산본공고 교사   기사입력  2018/03/08 [01:30]

당연한 얘기겠지만, 산공愛에서 파는 물건들은 모두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 판매물품을 선정할 때 조건이 몇 가지 있었다.

 

첫째는 친환경제품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물론 100% 친환경 제품만을 판매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친환경제품은 학생들에게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맛도 없다. 비싼데다가 맛도 없으니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친환경제품을 포기할 수는 없다.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일반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것만을 판매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친환경제품을 판매하는 목적은 첫째, 아주 현실적이지만 산공愛를 만들 당시의 계획이었다. 학생들에게 친환경제품을 판매하겠다는 것이 일종의 공약이었던 것이다. 그 공약을 최대한 지키는 것이 산공愛를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마을 주민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마을 주민에게 산공愛를 오픈하였는데, 일반 편의점에서 취급하는 품목만 판매를 하는 것은 공적자금 -교육청과 지자체의 예산으로 만든 것이므로- 의 영역에서는 용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 협동조합 동아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먹거리 교육   

 

그런데 문제는 학생들과 친환경 제품을 어떻게 친숙하게 만들 것인가이다. 그래서 동료선생님들께 부탁을 하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간식을 자주 구입한다. 외부 사업비나, 학교 예산으로 간식을 구입하는 경우가 흔치않게 있다. 이때 간식을 산공愛에서 구입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왕이면 조금 비싸더라도 친환경제품으로 구입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이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충분한 양을 구입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그래도 가급적이면 친환경제품을 구입해서 학생들에게 제공한다면, 서로 좋지않겠냐고 하면서 선생님들에게 은근히 압박을 하기도 하고, 읍소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학생들이 친환경제품을 맛볼 기회를 가진다면,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서라도 친환경제품을 낯설지 않게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판매물품 선정시 고민했던 두 번째 조건은 협동조합의 정신이다. 협동조합의 7대 원칙 중에는 ‘협동조합 간의 협동’이라는 정신이 있다. 말 그대로 협동조합끼리 힘을 합치고 도우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힘을 합치고 돕는 방법 중에 가장 현실적인 것이 그들의 제품을 구매해주는 것이다. 오래전에 보았던 기사 중에 ‘가장 최상의 연대는 입금이다’라는 글이 있었다. 그 기사에 빗대어서 말을 한다면 ‘협동조합간의 최상의 협동은 구매’라고 생각한다.

 

▲  협동조합 7원칙   

 

당연히 친환경제품의 공급처를 정할 때 협동조합 업체를 선정하였고, 가능하다면 더 많은 협동조합의 제품을 취급하기를 원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제품이 학생들에게 노출이 되면 될수록 협동조합을 홍보하는 효과를 가지게 된다는 것은 협동조합의 가치를 확장하는데,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본다.

 

판매물품 선정시 고민했던 세 번째는 지역의 업자에게 공급을 받겠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우리 조건-조건이라봐야 좋은 물건을 싸게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이겠지만-에 맞는 업체를 선정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유통업체 선정할 때 문제가 생겼다. 법인(본점)에서는 공급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 몇 개 학교를 묶어서 물품을 공급하는 방안을 강구했다. 한 학교만 상대를 할 때보다는 여러 학교를 상대로 한다면 공급 단가를 낮출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본점에서 유통업체를 선정하고, 지점에게 소개를 해주었다. 산공愛도 가능하면 그 업체에서 물건을 공급받으려고 하였지만, 한 번 거래를 하고는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물품의 배송 시간이 문제였다. 물품 배송 시간이 야간이었던 것이다. 일반 편의점이야 24시간 영업이니까 야간에도 가능하겠지만, 우리는 불가능하였던 것이다. 업체와 배송시간에 대해서 논의를 하였지만, 우리의 조건을 만족시켜 줄 수는 없어서 거래를 포기한 것이다.

 

그래서 유통 업체를 수소문했고, 마침 군포 지역에서 업체를 찾을 수가 있었다. 물품도 아침에 받을 수 있게 해주어서 우리로서는 금상첨화였다.

 

네 번째 조건은 이웃과의 상생이다. 우리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을 최대한 줄이고자 하는 것이었다. 산공愛 오픈준비를 할 때 있었던 일이다. 일반 사무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학교에는 야쿠르트 아줌마라고 불리우는 여사님들이 오셔서 유제품을 배달해주고, 판매도 한다. 그런데 이 분이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학교에 매점이 들어온다는 소문은 들었을 터이고, 매점이 들어오면 거기서 유제품도 판매를 할 것이 분명하니, 본인은 더 이상 산본공고에서 장사를 하는 것은 어렵겠다라고 생각을 하신 것 같다.

 

산공愛 오픈을 며칠 앞두고 매니저와 같이 만났다. 우리는 유제품은 여사님(회사의 상품)이 공급을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래서 그 회사의 제품을 공급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불행히도 며칠 만에 중단되었다. 공급 단가를 맞출 수가 없는 것이 이유였다. 여사님께서 먼저 ‘우리 회사 것은 여기서 팔 수 있을 정도로 공급 단가를 낮추기가 어려운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고, 우리도 가격이 비싼 것 -실은 공급 단가를 낮출 수가 없어서 판매가가 조금 비싸질 수 밖에 없었다- 이 부담이었다. 마진율을 최대한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산공愛와 여사님과의 거래는 중단되었지만, 여사님은 이후에도 계속 학교에 유제품을 배달해주고 계시고, 우리는 제품이 겹치지 않도록 노력을 하고 있다. 만일 여사님과 거래를 시도하지 않고 비슷한 유제품을 판매했더라면, 여사님에게 산공愛는 불편한 존재였을 것이다.

 

아직 법적인 문제 때문에 공급을 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 빵집이나 장애인작업장의 빵도 취급해보고자 노력하였다.

 

물론 이런 나름대로의 원칙을 세워놓기는 하였지만, 아직은 미약하기만 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 지도 잘 모르겠다. 그저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고, 원칙을 지키고자는 의지를 잃지 않도록 애쓰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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