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여행전설, 네비없이 운전하기8

조성무의 자동차와 여행

조성무 메이트학원 원장 | 기사입력 2018/03/06 [08:26]

자동차 여행전설, 네비없이 운전하기8

조성무의 자동차와 여행

조성무 메이트학원 원장 | 입력 : 2018/03/06 [08:26]

<여행의 끝>
여행 9일차
오늘이 여행 마지막 날이다. 내일이면 파리 드골 공항에서 오후 1시 15분에 비행기를 타야한다. 여행 마지막 날의 아침은 아쉬움으로 시작했다.
 
7시 30분 기상. 샤워 후 8시 20분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다. 몽셍미쉘이 잘 보이려나....
 
9시 55분. 몽쉥미쉘. 자욱한 안개 속에 그 자태를 드러냈다. 정말로 불가사의하다. 바위 위에 수도원을 지은 것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바위섬을 깎아내어 지은 것 같았다.  수도원과 그 앞의 부속 건물들이 하나의 건축물을 이루는 것 같다. 우리 부부도 어느 항공사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삼각대를 세워 놓고 사진을 찍었다.

 

▲ 안갯 속의 몽생미셀  

 
10시 05분 누적 킬로수 6968km에서 오늘의 여행을 시작했다. 넘 짧은가?  14시간에 걸쳐서 운전해서 와서 딱 10분 보고 돌아간다. 아쉽다.
 
올 때와는 달리 갈 때는 북쪽 고속도로를 타기로 했다. A84번 고속도로. CEAN을 거쳐서 A13번 고속도로를 타면 파리를 북서쪽에서 들어간다.
 
11시 32분 7106km. A13번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파리가 232km 남았다. 이제 거리에 대해 무감각해졌다. 이 정도면 서울-대구 거리인데. 무척 가까워 보인다.

생각해보니 어제 1121km의 대장정 속에서도 단 한 번도 헤맨 적이 없다. 이제 유럽 지리에  대해 도통했나보다.
 
1시 29분. 파리에 거의 다 들어온 지점. 기름을 넣으러  휴게소로 들어갔다.
7223km에서 38.47리터. 30.01유로어치 넣었다. 이번에도 못맞췄다. 딱 1센트 오버.
 
다시 출발. 길이 점점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별 두려움이 안 생겼다.
 
2시에 파리에 들어갔다. 이제 어찌 갈까? 렌트카 반납은 내일 아침이었지만 일단 차부터 반납하고 싶어졌다. 그래야 한결 자유로워질 것 같았다. 일단 공항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면 대충 라데팡스쪽으로 가야한다. 라데팡스 표지판이 보인다.
 
라데팡스. 파리의 신도시로 모든 교통수단이 지하로 다니는 곳이다. 통행도, 주차도. 지상에는 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는 곳이다. 여기를 들를까, 말까.... 길도 복잡한데 렌트카 반납하고 택시타고 올까, 말까... 하는데, '어어' 하다가 그냥 라데팡스 지하도로로 들어가 버렸다.
 
라데팡스 지하구역. 정말로 구역질이 날 정도로 지저분했다. 냄새하며....마치 백조 같다. 우아한 자태의 백조. 그러나 그건 물 밖으로 드러난 모습일 뿐이고 물 속에서는 두 발을 경망스럽게 허우적거린다는 백조. 라데팡스가 딱 그 꼴이었다. 겉으로는 최첨단, 미래형 도시, 꽃과 분수가 어우러진 도시니 뭐니 하지만 지하는 정말 지저분했다. 하긴 파리가 깨끗한 도시는 아니다. 웬갖 꽁초에 더구나 개똥에...

2시 27분 P7번 주차장 125번 자리에 주차를 시켜 놓았다. 이거 잊으면 나중에 차 못찾을 것 같았다. 지하가 온통 주차장이니.
 
엘리베이터 타고 한 층 올라갔다. 그러면 여기가 몇 층? 아직 지하. 에스컬레이터 타고 또 한 충 올라가니 바깥이 보인다. 나가 보니 거기가 바로 신개선문 앞이었다. 찾아오긴 제대로 찾아왔다. 지하에서 올라가는 통로가 워낙 많아서 조바심이 났었다. 

 

신개선문, 엄청난 조형물이다. 신개선문 딱 중앙에서 파리 중심가를 보면 오리지날 개선문이 어렴풋하게 보인다. 그 개선문 정중앙을 통해 콩코드 광장의 오벨리스크가 보인다. 그 세 개의 건축물을 일직선으로 배치한 것이다. 정교한 도시설계였다.
 
그렇게 얼떨결에 라데팡스 구경을 하고 오후 3시. 다시 주차장으로 갔다. 번호를 잘 기억해둔 덕에 차는 잘 찾았다. 그러나 이 미로같은 지하도로를 어떻게 빠져나가 공항으로 가느냐? 이게 문제였다. 그러나 조급해지지는 않았다, 못가면 말고.....
 
마음을 비우면 통한다고 아무 출구로 나갔다. 파리 순환고속도로를 타야했다. 그런데 진입로를 못찾아 이리 저리 헤매다 보니 저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것이 개선문!  내가 그 복잡한 파리 시내 한복판을 운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파리 첫날, 시내를 걸어 다니다 보니 퇴근 러시아워를 만났는데 정말 파리에서 운전하기는 장난이 아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옛날 도시 구조를 유지하려니까 도로가 말이 아니게 좁고 제대로 된 사거리가 하나도 없다.
 
대체적으로 삐딱한 사거리, 삼거리. 이런 곳에서 운전하려면 제일 헷갈리는 것이 나한테 해당하는 신호등이 어떤 것이냐 하는 것이다. 다행이 앞 차가 있다면 따라가면 되지만 재수없이 제일 앞에 서게 되면 난감하겠다 싶었다. 그런데 내가 그 복잡한 파리 시내 한가운데에 서있다니 순간 긴장감이 돌았다.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복잡한 도심에서 안전하게 운전하려면 그냥 가는 것이다. 목적지라든가 방향을 생각하면 무리한 차선 변경, 무리한 좌, 우회전을 해야 해서 사고 위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목적지 없이, 방향 감각 없이 물 흐르듯이 차가 많이 가는 쪽으로 같이 따라가는 것이 대수. 어차피 파리 도심은 순환고속도로로 둘러싸여 있으므로 어디로 가도 순환고속도로를 만나리라. 이런 방침으로 아무 생각 없이 운전을 했더니 결국 기다리던 이정표가 나왔다. 바로 파리 공항으로 가는 파리 순환고속도로 진입 이정표였다.


여기서부터는 아는 길! 파리 도착하는 날 민박집 가는데 길을 잘 못 들어서 순환도로를 한 바퀴 돌면서 가 본 길이었다. 순환 고속도로를 타고 능숙하게 공항을 향해서 갔다. 이제 마지막 하나의 관문만 남았다. 렌트카 반납 장소를 찾는 일. 파리 도착했을 때 너무 설레여서 그런지 렌트카를 받은 터미널이라든가 주요 지형지물 등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다.
 
파리 드골 공항, 광활하다. 이 넓은 곳에서 렌트카 반납하는 곳을 어찌 찾을까?
 
대충 공항구역으로 들어온 것은 같은데 잘 모르겠다. 맨 트럭만 있었다. 화물터미널 같았다. 차 세우고 트럭 기사한테 물었다. 그런데 영어가 깡통. '렌트카 리턴, 리턴‘하니 이제 알아듣는 모양인데 그 다음, 그 트럭 기사의 답변을 내가 못알아 들었다. 또 다시 번쩍하는 아이디어. 차로 달려가서 수첩하고 펜을 가지고 와서 내밀었다.
 
트럭 기사 아저씨 대단한 달필이었다. 외국 사람들 글씨 되게 못쓰는데...무척 친절하고도 자세하게 약도를 그려주었다. 약도 덕분에 터미널 2는 잘 찾았다. 그런데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입구가 다 그게 그거 같아 가지고 아무 입구나 들어 가보면 아니었다. 그렇게 몇 번의 시도 끝에 눈에 확 띠는 이정표 속의 그림. '차 위에 열쇠 그러진 그림'. 저게 바로 렌트카라는 뜻일 것이로다!
 
그림이 가리키는 화살표 방향으로 해서 다시 지하로 가니 그 곳이었다. 렌트카 주차장!
 
5시 17분. 드디어 차를 반납하고 나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8일간 우리의 애마 노릇을 듬직하게 해 준 차. 차량등록번호 66ABC60번 재규어. 누적 거리계에 7394km가 표시되있다. 4006km에 받았으니까 정확히 3688km를 탔다. 하루 평균 461km의 강행군에도 불만 한 번 나타내지 않은 우리 차. 잘있어라.  안녕~~
 
원래 다음 날 아침 10시에 반납하기로 했는데 전날 5시에 반납했으니까 좀 깎아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대신 기름을 가득 채워 온 대가로 20유로 디스카운트했다. 이건 원래 계약 조건이었다. 512유로. 어쨌든 참 싸게 빌린 것 같다.
 
차를 반납하고 나니 몸이 하늘로 붕 뜨는듯하게 가벼워졌다. 배낭 둘러메고 캐리어 끌고 공항으로 올라갔다. 홀가분하다. 뭔가 해낸 기분이었다. 3688km를, 그 낯선 땅에서, 접촉사고 한 번 없이 무사고로 운전을 해낸 내 자신이 듬직했다.
 
이제 잘 곳을 찾으러 공항 인포메이션으로 갔다.
 
“공항에서 가깝고 싼 호텔?”
“포물 1을 추천합니다.“
둘이 35유로. 지난 밤도 포뮬에서 잤는데, 좀 싫었다.  ”조금 더 비싼 것으로!“
”아이비스 호텔을 추천합니다“
둘이 89유로 아침식사 둘이 12유로. OK!
 
아이비스 호텔은 공항 제3터미널 구내에 있었다. 무료 셔틀 버스타고 터미널 3에 내리면 아이비스 뿐만 아니라 힐튼, 등등의 호텔도  같이 몰려 있었다. 방은 비록 좁은 편이었지만 시설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6시 32분 체크인. 모든 긴장이 다 풀린다. 그만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그런데 아내가 파리 시내 구경 가잔다. 오페라극장 쪽 쁘렝땅백화점 있는데 가자고 조른다.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면도도 다시 하고 오랜만에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이제 사람처럼 보인다. 파리 중심가로 가는 광역 전철(RER)역으로 가고 있는데 문득 지나가는 버스가 있었다. ’오페라극장 직통‘이라 쓰여 있었다. 
 '타, 타!'
버스 이름은 로지버스(Rossy Bus) 오페라극장까지 직통. 8.9유로. 대충 15분에서 20분마다 한 대씩 온다고 써있다.
 
8시 24분 오페라극장역 도착. 그러나 무진장 썰렁했다. 쁘렝땅백화점은 벌써 문 닫았고 그 근처의 복작 복작거리던 좌판들도 다 철수했다. 황량한 가을바람만 스산하게 불고 있었다. 오페라 극장의 그 화려한 야경도 을씨년스러웠다. 행인도 별로 없고, 여기 강도 많다는데, 겁이 날 정도로 한산했다.
 
비록 문은 닫았지만 쁘렝땅백화점 쇼윈도우는 불을 환하게 밝혀 놓고 있었다. 무슨 테마인지, 뭘 팔겠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기계에 의해 작동되는 수많은 인형들이 춤추고, 북치고, 난리 부르스였다.
 
적당한 레스토랑. 메뉴에 영어 써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저녁을 먹었다. 와인을 아예 병째로 시켰다. 무사고 운전을 자축하고자 좀 취해 볼 요량이었다. 그렇게 파리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하고 다시 거리로 나와  찬바람을 맞으니 알딸딸해졌다. 로지 버스 막차는 밤 11시에 있었고 우리는 10시 40분 버스를 탔다. 승객이라고는 우리 단 둘뿐.


단 20분 만에 공항 구내로 들어가 호텔로 복귀.
유럽에서의 마지막 밤. 홀가분함과 함께 아쉬움이 생겼다. 마지막 밤을 마음 편하게 늦게까지 잤다.  아이비스 호텔은 10시 체크 아웃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부지런히 샤워하고 짐 정리하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진수성찬. 빵에, 우유에, 시리얼에, 과일에 잔뜩 먹고. 터미널 2B로 갔다. 항공사 카운터에서 10시 54분에 짐 부치고 탑승권을 받았다.

 

출국장에서 동전 모두 모아서 자질구레한 선물도 사고, 시가 한 갑 사가지고 피우다가 독해서 죽는 줄 알았다. 주머니 속에 남은 파리 전철표가 6장이나 있었다. 10묶음 카르네 사고서 4장 밖에 안 썼다.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께 드리니까 좋아서 팔짝 팔짝 뛰신다. '땡큐, 땡큐'를 연발하면서...'아리가또 고자이마스' 했으면 다시 뺏어버리려고 했다.

 

오후 1시 15분 이륙. 아예 이륙하자마자 시간을 8시간 앞당겨 놓았다. 한국 시간 밤 9시 15분.

그런데 올 때는 홍콩-파리 비행시간이 12시간 30분이었는데 갈 때는 11시간 20분이라고 모니터에 나온다. 낮이라 좀 빨리가나? 그렇게 밤새도록 날라서 11월 13일 오후 2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무진장 피곤했다. 리무진 버스타고 집으로 오는데 비록 11일간의 외유였지만 우리나라 모습도 좀 낯설게 보였다. 계속되는 아파트, 아파트. 우리가 유럽 농촌의 목가적인 풍경을 감탄하면서 보듯이 외국인의 눈에는 저 수많은 아파트가 경이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좋건 싫건 아파트는 한국을 상징하는 건축 양식이 되어 버린 것같다.  가끔씩 보이는 학교 체육관이나 교회 건물도 나름대로 예뻐보였다. 여행은 낯설음과의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들 앞에서 방황하는 것이 여행이지 않을까.


그렇게 헤매고, 당황하고, 실망하고, 희망을 찾고, 안도하고...
이렇게 기승전결이 있는 여행이 여행의 참 맛이 아닐까?
나는 또 언젠가의 여행의 준비하며 다시 또 익숙한 일상속으로 들어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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