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범칼럼] 컬링 여자대표팀 선전의 교육적 함의조성범의 교육문화 이야기(8회)
평창 동계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화제를 몰고 다닌 팀은 ‘갈릭걸스’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여자컬링 국가대표팀이다. 내전으로 고통 받는 보스니아 아동을 지난 8년간 후원해온 선행도 뒤늦게 밝혀졌다. 이래저래 컬링여자대표팀의 출구 없는 매력은 올림픽이 끝나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컬링열풍이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온 국민이 컬링에 푹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미~”, “영미 헐”, “영미, 기다려” 등은 국민 유행어가 되었다. 각종 패러디도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로봇청소기를 스톤 삼아 던져 컬링을 재현하는 영상은 압권이다. 얼음 위의 호박스톤, 냄비스톤, 어린이 보행기스톤까지 등장했다.
컬링은 스코틀랜드에서 16세기 이전부터 시작돼 영국 및 영국 식민지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스포츠 종목으로 발전하였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컬링의 역사는 일천하다. 컬링의 불모지나 다름없다. 1994년 대한컬링경기연맹이 창설되고, 같은 해 4월 세계연맹에 가입하여 본격적인 동계스포츠 종목으로 등장했다. 일천한 역사와 열악한 환경에서도 2007년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남자팀 금메달, 여자팀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메달효자종목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대표팀의 선전에 열광하고 그들에게 어떤 찬사를 보낸들 아깝지 않을 것이다. 내가 컬링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컬링을 통해 교육적 함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컬링’이라는 종목 자체가 가지는 교육적 함의가 있고, 대표팀이 선전하는 과정에도 그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동계스포츠 종목은 속도 경쟁을 한다. 그러나 컬링은 이와 다르다. 컬링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다. 방향이다. 하우스 한가운데 있는 버튼에 스톤을 누가 더 가까이 놓느냐를 놓고 겨루는 경기의 특성 때문이다. 스톤이 천천히 미끄러져도 정확히 타깃에 위치하는 게 중요하다. 상대방의 가드를 피해서 목적하는 위치로 스톤을 보내기 위해서는 정교한 힘의 조절과 방향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교육은 가치와 방향이 중요하다. 지식의 습득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지식을 통해 끊임없이 사유하고 성찰해야 지식이 비로소 의미를 지닌다. 학생 스스로 사유와 성찰을 통해 참여하고 실천하는 사람으로 거듭나도록 돕는 게 교육의 본질이다. 사유와 성찰이 없는 지식은 자칫 사회적 괴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최근의 국정농단 사태에서 직접 목도한 현실 아닌가!
컬링 경기에서 내가 주목하는 두 번째 가치는 소통과 협력이다. 매순간 위기가 닥칠 때마다 팀원들은 작전회의를 한다. 작전회의를 통해 투구의 방향을 정한다. 경기도중 이루어지는 소통 능력도 경기력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혼자 유능하다고 승리하는 게 아니다. 협력이 중요한 관건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그간 쉼 없이 1등만을 위해 달려온 경쟁교육에 대한 집단적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준다. 협력을 강조하는 교육은 비고츠키 교육학의 영향을 받았다. 비고츠키 교육학은 요체는 협력을 통한 발달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그는 협력이야말로 가장 효과적 발달 과정을 이룬다고 본다. 인간의 고등정신기능 발달의 토대는 ‘사회적 관계’이며 문화역사적 발달의 토대 위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발달해 나간다.
여자컬링 대표팀 선수들은 그 성장배경이 이색적이다. 우리나라는 엘리트체육 정책을 통해 국가대표 선수를 육성한다. 어릴 때부터 집중적 훈련과 투자를 통해 선수를 양성해왔다. 그러나 컬링 대표선수들은 학교의 방과 후 스포츠클럽 활동을 통해 운동을 시작한 이례적인 사례다. 이는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체육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학생 신분으로서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면서 여가시간을 활용해 자신의 취미와 특기를 계발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다는 얘기다.
모두에서 밝혔듯이 내가 컬링 대표팀의 선전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교육적 함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학생 한 사람이 지닌 모든 가능성을 최대한 실현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드는 노력에 힘을 쏟자.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대표선수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교육적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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