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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웅칼럼] 황혼의 미학
사물의 질서를 아는 현자
 
김진웅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기사입력  2018/01/03 [07:40]
▲  김진웅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서울을 오가는 수도권 지하철은 노인들이 애용하는 노선이다. 때론 노약자석 뿐 아니라, 일반석도 꽉 채울 정도로 붐빈다. 종로 파고다공원에 가거나, 온양온천역에 가서 목욕하기도 하고, 춘천에서 막국수 먹고 오기도 한다.

 

별다른 소일거리가 없는 노인세대가 하루를 잘 보내는 방법이기도하다. 이런 현상들은 고령화된 우리사회에서 누구나 생각해 볼 문제를 던진다. 노년을 어떻게 아름답게 영위할 것인가? 어떠한 삶이 ‘황혼의 미학’일까?

 

아름답게 나이 드는 데는 나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독일 신부이자 작가인 <안셀름 그륀>은 노년의 덕으로 다음을 꼽았다: 평정심을 유지하라. 인내하라. 온유한 자세를 갖아라. 매사에 감사해라. 모든 것을 사랑해라. 자유로워져라 등. 그리고 각자 노년을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승화시키라고 한다.

 

즉 자신만의 고유한 멋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작품’이 되어야 한다. 그 길은 스스로 찾아야만 한다. 대신 늙어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백년을 해로한 부부사이라도 삶의 여정을 대신해 줄 수 없다. 

 

현대사회는 젊음이 유일한 이상처럼 간주되는 세상이다. 노년세대도 젊은이처럼 행동하거나 열정적이고,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지배한다. 그러나 안셀름 그륀은 이런 현상을 일종의 ‘문화도착(文化倒錯)’이라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는 노인성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일과 능력을 통해 자신을 확인할 수 없을 때, 즉 스스로 무기력한 존재라고 인식되거나, 자신의 실존을 스스로 규정하지 못할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 외에 자신의 생각이나 말이 늘 과거로 회귀하곤 한다면 잘 사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이다.

 

노인세대에 이르면 나름의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 노년은 육체와 정신의 힘이 약해지는 인생의 겨울이다. 이런 현실을 우선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 그동안 붙잡고 있던 많은 것들을 내려놓아야 한다. 재산, 권력, 건강, 욕망 등에 좀 더 느긋해져야 한다.

 

나아가 주어진 한계상황을 넘어서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육체가 약해질수록 정신을 더 높이 고양시키고, ‘외적 자아’에 치중하기 보다는 내면세계가 성숙해지도록 힘써야 한다. 그러면 이상적 삶의 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 즉 ‘사물의 질서를 아는 현자’또는 ‘삶의 조각들을 퍼즐처럼 짜 맞출 수 있는 자’가 될 수 있다.

 

과거 전통사회에서 노인은 풍부한 삶의 경험과 지식을 겸비한 현자(賢者)였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노인들에게 이런 역할을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고한 존재로서 노인상은 여전히 다른 세대가 도달할 수 없는 이상적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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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1/03 [07:40]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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