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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철칼럼]타인의 토지상에 설치된 분묘,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심규철의 일상법률 이야기(18회)
 
심규철 변호사   기사입력  2017/12/21 [11:41]
▲  심규철 법무법인 에이팩스 변호사   

원고 소유의 토지 상에, 피고의 선대인 갑의 분묘가 1733년 경에 설치되어 있고 1987년 경 피고의 아버지 분묘가, 1990년 경에 피고의 어머니의 분묘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는데 원고는 이의 移葬(이장)을 요구하고자 하고 있다. 피고가 이를 거부할 수 있겠는가?

 

종래 우리나라엔 매장이 장례문화의 주류를 이루어 왔고 또한 매장은 주로 임야에 하여 왔다. 그럼에도 임야는 종중이나 나라를 제외하고서는 개인이 소유한 경우가 많지 않아 필경 종중이나 타인 소유의 임야에 분묘를 쓰는 것을 부득이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소유권과 등기를 중심으로 한 근대의 물권법제도가 시행된 이후에 타인 소유의 토지에 설치된 분묘에 대한 처리를 둘러싼 법리가 문제되었는데 이에 대하여는 일제 강점기 한반도에서의 최고법원이었던 조선고등법원이 1927.3.8.선고한 판결에서 “타인의 승낙을 받아 그 소유지 내에 분묘를 설치한 사람은 이를 소유하기 위해 타인의 토지에 대해 지상권과 유사한 일종의 물권을 취득하고, 타인의 토지에 그 승낙을 받지 아니하고 분묘를 설치한 사람이라도 20년간 평온,公然(공연)하게 분묘기지를 점유한 때에는 시효로 인하여 타인의 토지에 대해 지상권과 유사한 물권을 취득하며, 이 권리에 대하여는 증명 또는 등기 없이도 제3자에 대하여 대항할 수 있는 관습”이라고 판시하여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였고 이후 우리의 대법원도 같은 취지의 판시를 계속하여 왔다.

 

그러나 매장문화가 많이 변화되어 이제는 화장이 장례문화의 주류로 자리 매김 되고 하여 이에 관한 판례도  변경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이로 인하여 대법원은 2017.1.19.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였는 바(2013다 17292판결) 결론은 종전의 조선고등법원 이래 인정되어 온 분묘기지권에 대한 관습법상의 법정지상권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에는 유력한 반대의견이 제기되어 대법원의 입장이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나 어쨌든 현행법과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위와 같은 사례의 경우 어떠한 법적 결론에 이를 것인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종래 매장 중심의 장례문화가 최근 화장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과 매장제도가 좁은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자연경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여 2001.1.13.부터 시행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법률 제6158호)”을 시행하였고 동 법은 2007.5.25.에 전면 개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는데 동법의 큰 틀은 토지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된 분묘에 대하여 토지 소유자가 이를 개장하는 경우에 분묘의 연고자는 당해 토지의 소유자에게 토지사용권 기타 분묘의 보존을 위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규정의 적용시기는 위 법 시행 후 최초로 실치되는 분묘부터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어서 2001.1.13.이전에 토지소유자의 승낙 없이 設置(설치)되었으나 20년의 점유취득시효가 2001.1.13.이후에 완성된 분묘의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가 위에서 본 사례와 같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분묘기지권에 관한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나 종래의 법원의 판결의 태도는 설사 타인 소유 토지임을 인식하면서 심지어는 타인이 자신의 소유토지 상에 분묘를 쓰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 분묘를 썼다 하더라도 20년 이상 평온,공연하게 분묘를 유지,관리하여 왔다면 그 분묘의 유지,관리에 필요한 범위에서 분묘기지에 대하여 일종의 지상권과 유사한 물권을 등기 없이도 취득하는 것이어서(관습법상의 법정지상권)토지소유자로서는 분묘의 소유자(통상은 피매장자의 장손)에게 분묘의 이전을 요구할 수 없는 제한을 받게 되는 것이다.

 

다만 연고자가 없는 분묘에 대하여는 토지소유자 등은 2001.1.13.이전에 설치된 분묘라 하더라도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제27조와 제28조에 의해 관할 시장 등의 허가를 받아 이를 개장할 수 있다.

 

참고로 토지소유권의 점유취득시효에 관하여 민법은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예컨대 지상권 등)의 취득시효에도 준용되고 있다(민법 제248조)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일반 부동산 물권의 경우엔 20년의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등기하기 않으면 등기상의 소유권자에게 대항할 수가 없어서 예컨대 아무리 수십년을 평온,공연하게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점유하여 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기 전에 등기부상의 소유권자가 이를 타인에게 매도 등을 원인으로 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게 되면 새로 등기부 상의 소유권자가 된 사람에게 취득시효완성을 주장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취득시효완성을 이유로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로부터 해당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넘겨 받으려면 (취득시효가 완성하였다고 하여 순순히 등기부상의 소유자 명의를 넘겨주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므로) 먼저 등기부상 소유자 명의를 바꾸지 못하도록 처분금지가처분을 하여 놓고 등기상의 소유명의자를 상대로 점유취득시효완성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소를 제기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관습법상의 분묘기지권에 대하여는 분묘를 설치한 이래 20년 이상 (현행법상으로는 2001.1.13.이전부터) 평온.공연하게 분묘를 유지,관리만 해 왔으면 따로 등기를 하지 않고도 관습법상의 법정지상권인 분묘기지권을 취득하는 것이다(분묘의 형태인 봉분이 일종의 등기부와 같은 공시의 기능을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분묘의 형태를 쉽게 알아 볼 수 없는 平土葬(평토장)의 경우엔 분묘기지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태도이다.) 

 

또한 점유취득시효에 관하여 대법원은 1997.8.21.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한 판례변경을 하면서 종래엔 민법 제197조의 점유자의 소유의사점유(自主점유)추정 규정에 근거하여 점유자가 타인 소유의 토지를 무단으로 점유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원의 성질상 자주점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여 왔지만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임이 증명된 경우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로써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은 깨어졌다고 판시함으로써 소유권원이 없는 무단점유자의 소유권취득을 부정하였다. 쉽게 말하면 종래엔 아파트입주권(소위 딱지)을 바라고 무허가주택을 짓고 그 장소에 20년 이상을 살게 되면 어떤 경위로 그곳에 무허가주택을 짓고 점유하게 되었는지를 묻지 않고 점유취득시효를 인정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든가 신설 공공주택에의 입주권을 주었는데 위 1997.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엔 명백히 국공유의 땅 위에 무단으로 집을 짓고 (아니면 무허가주택인 줄 알면서 전에 살던 사람으로부터 양도받아) 20년 이상을 그곳에 살아도 점유취득시효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므로 점유자로서는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주장하려면 애초에 점유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예를 들어 그 땅을 샀다든가 증여받았다든가 하는 등의 자주점유개시의 원인관계)를 입증하여야만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점유취득시효에 관한 변경된 대법원판례에 의하면 타인의 토지상에 설치된 대부분의 분묘는 자주점유개시의 원인관계를 입증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에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할 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 될 터인데 대법원은 분묘기지권에 대해서는 점유취득시효에 관한 위 대법원판례의 적용을 하지 않고 타인의 토지인 줄 알면서도 분묘를 설치하고서 20년간 평온,공연하게 분묘를 유지,관리하여 왔으면 지상권에 유사한 (관습법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며 이는 등기하지 않고도 해당 토지소유자에게 주장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와 같은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문제는 “장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2001.1.13.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한하는 것이고 그 이후에 타인의 토지에 무단으로 설치된 분묘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위와 같은 법리에 입각하여 앞서 본 사례를 살펴  볼 것 같으면 위 3기의 분묘 모두 2001.1.13.이전에 설치된 것이고 20년 이상 평온,공연하게 유지 관리되어 온 것이어서 점유취득시효의 완성을 원인으로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였음을 주장하여 토지소유자의 墳墓堀移(분묘굴이)청구를 배척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다수의견에 대하여는 현재의 장묘문화가 화장위주로 바뀌었고 대법원의 다수의견이 토지소유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해하는 것이어서 점유취득시효에 관한 위 1997.대법원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에 따라 명백하게 타인 소유 토지상에 무단으로 묘를 쓴 경우엔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강력한 소수의견이 있었고 소수의견에도 타당한 면이 많아 필자의 견해로는 수 년 내에 대법원의 입장이 바뀔 수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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