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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와 미디어, 그리고 대야미
[김동민칼럼] 미디어와 정치(6)
 
김동민 한양대학 신문방학과 외래교수   기사입력  2017/12/14 [11:18]
▲  김동민 한양대학 신문방학과 외래교수   

며칠 전 청주의 한 철물점에 멧돼지가 들어와 난동을 부리다가 사살되었다. 불과 몇 해 전에는 농촌의 논밭에 나타나서 화제가 되곤 했는데 이제는 도시의 편의점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작년 도심지역의 멧돼지 출현 횟수는 무려 1,093회였다고 한다. 특히 서울이 279회로 가장 많았다. 산에 있어야 할 멧돼지가 왜 도시에 내려와 활보하는가?

 

우선 멧돼지의 개체수가 급증한 것을 들 수 있겠다. 멧돼지는 번식력이 강해서 한 마리가 7~8마리의 새끼를 낳고, 그 새끼들은 2년 후 각기 또 7~8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 멧돼지의 천적은 호랑이 표범 등 맹수들인데 그들은 숲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인간이 모두 포획했거나 동물원에 가두어놓은 것이다. 그래서 멧돼지의 천적은 인간이 유일한 셈인데 급증하는 개체수를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차다. 사냥으로 개체수를 조절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음으로 개발로 인한 멧돼지 서식지의 상실이다. 개발의 원인은 인간 종(種)의 개체수 증가다. 자연 상태에서 개체 수는 먹이사슬에 의해 조절되는 게 생태계의 법칙이다. 그러나 인간은 생명을 위협하는 맹수들을 완벽하게 퇴치하여 먹이사슬을 붕괴시켰다. 천적이 없는 멧돼지는 개체 수가 급증하는데 서식지가 잠식되어 가고 먹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되었다. 인간은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다.

 

전염병도 거의 완벽하게 퇴치되어 인구증가는 멈출 줄을 모른다. 인구가 늘어나면 대규모의 택지가 필요하고, 그에 따른 상가와 도로와 철로와 공원도 필요하다.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를 잠식하게 되는 것이다. 비단 멧돼지뿐만이 아니다. 로드 킬 당하는 동물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작년 한 해 로드킬 처리가 무려 7,438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인구가 증가하면 그만큼 먹거리도 조달되어야 한다. 자연 상태의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니 유전자 조작이 필요하고 치맥용 닭을 양산하기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을 한다. 그 결과 조류인플루엔자가 연례행사로 발생한다. 돼지와 소에는 구제역과 광우병이 발생한다. 바다는 횟감의 물고기 양식장이 점령하고 있다. 

 

입는 옷도 엄청나게 많은 동물들의 희생을 필요로 한다. 요즘 유행하는 롱패딩 한 벌을 만들려면 오리나 거위 20마리가 필요하다. 밍크와 여우도 인간이 입을 옷과 목도리를 위해 희생된다. 인구가 증가할수록 의식주의 필요에 의해 자연생태계가 파괴되고 동물들이 죽어나가는 것이다. 악어 가방과 코끼리 상어 등 유한계급의 사치를 위해 희생되는 동물들도 부지기수다. 코끼리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검은머리촉새는 식용으로 잡아먹는 바람에 30만 마리에 달하던 개체수가 600마리로 줄어들어 절멸 바로 전 단계인 위급 단계에 직면해 있다. 한겨레신문 12월 7일자 기사 <“그만 잡아먹으세요”..30년만에 절멸위기>에 따르면 “교통과 통신 수단이 발전하면서 전문적인 새 밀렵꾼이 곳곳을 다니면서 검은머리촉새를 남획하고 있다”고 한다.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파악해 잡으러 다닌다는 얘기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진화하거나 개발된 미디어는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편의를 제공하지만 어떤 동물들에게는 재앙일 수 있다. 미디어는 미식가를 양산하기도 한다. 이른바 ‘먹방’들은 오죽 많은가. 지금으로부터 1만 3,000년 전에 대형동물들이 대거 멸종했다. 구석기시대 인간들이 모두 잡아먹은 것이다. 그 시기 인간은 지금과 같은 체형을 가지고 있었으며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었다.

 

발달된 도구와 언어의 원활한 소통은 대형동물들의 계획적인 사냥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불을 이용해 추운지방까지 이동할 수 있게 된 인간은 지구 전역에 살면서 대형동물들을 멸종시킨 것이다. 상대적으로 걸음걸이가 느리고 민첩하지 않은 대형동물들을 멸종시킨 인간은 작은 동물들을 잡아 가축으로 기르면서 농사를 짓는 신석기시대로 이행하게 된다. 

 

마셜 맥루언은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이라는 통찰을 남겼다. 특히 무선전신과 라디오 등 전기 미디어는 빛의 속도로 정보를 유통시킨다. 인터넷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맥루언은 전기 미디어의 속도에 의해 지구가 하나의 촌락 수준으로 응축되었다는 의미에서 ‘지구촌’이라는 탁월한 용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특수상대성이론의 적용이었다.

 

미디어는 인간의 감각기관이 되어서 지구촌 정보를 시시각각 획득하여 반응하게 한다. 그 도움으로 1만 3,000년 전처럼 다시 동물들을 대대적으로 멸종시키고 있는 중이다. 하루에도 수 십 종의 동물들이 지구촌에서 사라지고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그 피해는 인간에게 돌아온다. 결국에는 인간이 멸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군포 대야미의 청정지역에 대규모의 주택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12월 11일 ‘사) 자연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서울대 환경생태계획연구센터 임봉구 박사는 대야미의 주택단지를 생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건강한 환경생태복지 중심의 힐링 주거라는 생태도시(Eco-City)로 건설할 것을 제안했다.

 

자본주의는 인구의 증가를 반긴다. 시장이 확대되고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지됨으로써 생산과 개발 요인이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에 미디어는 광고 수입을 위해 개발을 부추기고 소비주의를 조장하는가 하면 온실가스 문제에 침묵하면서 지구촌 생태계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자본은 대야미와 같은 청정지역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서식지가 잠식되고 먹거리가 부족하게 된 멧돼지는 도심을 질주하면서 인간에 도전하는 것이다. 결국은 인간이 멧돼지의 신세로 전락할는지도 모른다. 대야미에 들어서게 될 아파트 등 대단위 주택단지는 어떻게 꾸며 놓더라도 생태도시가 될 수는 없다. 개발은 생태계를 파괴할 뿐이다.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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