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양당의 후보라야만 당선될 수 있는 선거, 일당독점이 횡행하는 지역정치. 수도권에 살고 있는 국민들은 잘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실제로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에서 선거 때마다 반복되고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이상한 선거제도가 자리잡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선거(투표)는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수렴하기 위한 방법이고, 여러 사람들의 연구를 통해 탄생한 발명품이다. 사회적으로 합의만 된다면 다양한 선거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후보들에게 점수를 매기면 어떨까? 또는 도저히 당선돼서는 안 될 것 같은 사람에게 반대를 표시하는 ‘부(負)의 투표’는 안될까? 투표용지에 ‘뽑을 사람 없음’이라는 칸을 만들어도 재미있지 않을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선거가 무슨 애들 장난이냐, 나라 일 할 중요한 사람을 뽑는 일이다’며 반박할 것이다. 최악의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막으려면 차악(次惡)이라도 선택해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다양한 선거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을 뽑을 때는 지지하는 모든 후보에게 투표하게 한다. 룩셈부르크에서는 선거구에서 선출하도록 되어 있는 수만큼 투표를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한 명에게는 두 표까지도 허용한다. 남태평양의 나우루공화국에서는 후보의 순위를 매기는 투표법을 40년 이상 사용하고 있다. 호주에서도 이와 비슷한 방식을 사용한다. 일본의 많은 지자체에서는 시의원 전체를 단일 선거구로 뽑는데, 당선자가 30명이 넘는 대선거구도 흔하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선거제도는 한 표라도 많이 득표한 후보가 당선되는 단순다수제 선거를 적용한다. 올해 있었던 프랑스 대선의 결선투표 같은 것은 해 본 적이 없다. 결선투표제는 항상 과반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당선되도록 보장해 준다. 호주에서는 한 선거구에서 복수의 당선자를 배출하면서도 항상 과반의 지지를 보장하는 제도를 사용한다. 모든 후보에게 순위를 매겨서 집계하는 방식이다. 일본처럼 한 선거구에서 30명을 뽑으면서 한 명에게만 투표하게 하면 아주 적은 득표로 당선되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인데, 순위투표는 이런 폐단을 막을 수 있다. 어떤 선거제도가 나은지는 그 나라의 상황과 문화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소선거구 단순다수제가 최선이라는 말은 못하겠다.
우리나라 선거제도의 더 큰 문제는 득표율과 의석수가 불일치하는 것이다. 2012년의 19대 총선의 사례를 보면 새누리당은 영남에서 54.7%의 득표를 하고도 영남 의석의 94%를 차지했으며, 민주당은 호남에서 53.1%를 득표했지만 호남 의석의 83%를 차지했다.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영남에서 18.2%를 차지했지만 지역구 당선자는 한 명도 내지 못했고, 호남에서는 47.97%만 득표하고도 호남 전체의석 28석 중 23석을 차지했다.
득표율과 의석수가 일치하지 않는 이런 이상한 선거제도는 양당정치를 고착시킨다. 한 표만 많아도 당선되기 때문에 정당들은 중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쟁하고, 그러다보니 정당들의 정체성 구분이 어려워지며, 결국 1~2등을 할 수 있는 거대정당만 살아남는다. 이런 단순다수제 소선거구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 일본, 영국, 그리고 우리나라다. 양당제가 고착돼 있는 나라들이다.
반면 유럽 선진복지국가들은 대부분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적용하고 있다.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수를 일치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런 나라에서는 다당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단독으로 과반을 차지하는 정당이 나오기 힘들어 연정을 통해 협상하고 양보하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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