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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鷄肋)으로 만들어진 방송법 개정안, 뒤바뀐 공수(攻守)
[김동민칼럼] 미디어와 정치(5)
 
김동민 한양대학 신문방송학과 외래교수   기사입력  2017/11/09 [11:28]
▲  김동민 한양대학 신문방송학과 외래교수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의 방송장악을 저지하겠다며 몸부림치는 모습은 매우 어색하다.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방송관련법 개정안의 통과를 요구하며 각종 회의에서 노트북에 ‘방송장악 저지’라고 써 붙여놓고, 심지어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서 현수막까지 펼쳐들고 시위를 했다. 국회가 개그콘서트 공연장이 된 듯하다.


여기에 바른정당과 국민의당까지 가세하여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겨냥한 방송법 개정안의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당연히 민주당은 반대하고 있다. 문제의 방송법 개정안은 원래 민주당이 박근혜 정부의 방송장악을 저지하겠다며 만든 것이다. 정치권이 총체적으로 블랙코미디가 되었다. 뿐만이 아니다.


MBC 노조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 11월 3일 <정치권은 공영방송에서 완전히 손을 떼라 - 야 3당의 방송법 개정 정치 야합을 규탄한다> 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 또한 코미디다. 야 3당이 입법 처리를 요구하고 있는 방송법 개정안을 만들어내고 통과를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한 단체가 MBC 노조이기 때문이다. 같은 법을 두고 하루아침에 입장이 바뀐 것이다.


그 다음날인 11월 4일에는 민언련이 <野3당은 ‘방송 적폐 청산’ 발목잡기를 멈춰라 - 국민의 손으로 공영방송 사장 선출하는 ‘언론장악 방지법’이 필요하다> 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 또한 코미디다. 민언련은 공식적으로 방송법 개정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대표와 정책위원회 소속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발언을 해왔기 때문이다.  


MBC 노조는 성명에서 “지난 1년 넘게 방송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며 상임위 의사진행을 방해하던 자유한국당이 이제 와서 법안 처리를 서두르겠다니 기가 막히다.” 라고 했다. “방송법 개정안은 (당시) 야당과 노조의 방송장악으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던 한국당이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도 했다. 민언련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성찰 없이 뻔뻔하게도 몇 달 만에 똑같은 법안에 대한 자신들의 종전 주장을 180도 바꿔 말하는 야당들의 모순적 태도에 국민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꾼 모순적 태도를 따지자면 오십보백보다. 공영방송 이사의 수를 13인으로 늘려 여야 비율을 7대 6으로 하고 사장 선임은 3분의 2 이상 찬성의 특별다수제로 하기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내고 추진했던 주체는 MBC 노조와 민언련, 그리고 민주당과 정의당이었다. 당연히 자유한국당은 반대했다. 해당 상임위 간사인 당시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은 피해 다녔고 노조는 추적에 나섰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공수(攻守)가 바뀐 것이다.


‘방송장악방지법’이라는 어마어마한 이름이 붙은 방송법 개정안의 내용은 애시당초 모순덩어리였다. MBC 노조는 성명에서 “이 법안은 박근혜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과 파괴라는 비상 상황에서 우선 심폐소생이라도 하자는 응급 처치 목적의 법안이었다.” 라고 밝혔다. 옹색하다. 변명보다는 반성이 먼저가 아닐까? 파업은 지지하지만 따질 건 따져야 한다.


그 법안은 기껏해야 계륵이었다. 그런 것을 조조처럼 현명하게 포기하지 않고 올인했다가 입장이 난처하게 되었다. 거기에 통과될 경우 생기게 되는 6명의 야당 몫 이사 중 두 자리를 탐내는 국민의당까지 가세했다. 국민의당이 이사 2인을 확보하면 특히 사장 선임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사실상 국민의당 결정에 달려있게 된다. 코미디의 절정이다. 야 3당의 표를 합치면 과반을 훌쩍 넘으니 장난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문제의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정말이지 문 대통령의 한마디는 신의 한수였다. 그토록 간절하게 소위 방송장악방지법의 통과를 앙망했는데 야당이 된 3당이 모두 찬성하고 있으니 어떡할 뻔 했나? 만약 통과된다면, 여야 추천 비율이 7대 6이니 일반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대체로 여당의 의사가 관철될 것이다. 7대 4나 7대 6이나 달라질 게 없다.


문제는 사장 선임이다. 특별다수제라고 하니 13인중 9인이 찬성해야 결정될 수 있다. 야당이 반대하면 선출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공영방송에 필요한 사장은 정치권의 압력으로부터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켜줄 소신으로 충만한 사람이다. 특별다수제로는 그런 사람을 선임할 수 없다. 야 3당이 법부터 개정하고 난 후 사장을 선임하자고 주장하는 까닭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방송법의 개정은 어떤 안을 고안해내도 계륵일 것이다. 법은 현실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지 현실의 변화를 이끌지는 못한다. 그래도 꼭 해야 한다면 이사회를 대폭 확대하여 무보수 명예직으로 하고 국민배심원단이나 공론화위원회처럼 운영하는 것은 생각해볼 수 있겠다. 그러면 좀 나을까? 나는 조조의 선택을 따르겠다.


11월 8일 KBS 고대영 사장은 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퇴하겠다고 했다. 조롱하는 것이다. 이렇게 방송법 개정안은 애물단지가 되었다. 끝으로, 그 법안의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정당성을 강변해온 언론학자들의 자성과 자숙을 촉구한다. 이 나라 방송과 사회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사안에 대해 학자가 과학적 근거도 없이 그렇게 가볍게 처신해서야 되겠는가? 그게 아니고 소신이었다면 야 3당과 함께 ‘방송장악저지법’의 통과를 위해 투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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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09 [11:28] ⓒ 군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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