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부모 간담회를 진행할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아이들의 게임 중독 문제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남학생들의 경우 하나 둘씩 게임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실제로 갈수록 게임에 중독되는 청소년의 비율이 높아진다는 통계자료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게임 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뉴스 기사도 자주 접한다. 이러한 자료들은 주로 게임으로 인해 학업 성적이 떨어진다거나 학교 폭력이 더 많이 발생하게 된다는 등의 주장과 연결된다. 게임과 성적, 게임과 학교폭력 사이의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성적 하락이나 학교폭력을 일으키는 원인은 게임 말고도 다양할 수 있다. 그래서 모든 문제의 원인을 너무 쉽게 게임의 탓으로 돌리는 견해에는 반대한다. 하지만 게임에 빠져들었을 때의 폐해는 분명 만만치 않기 때문에 게임 중독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대처해야 한다.
게임 중독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처방하는 방법을 전달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게임 중독에 빠졌다가 탈출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와 아이들을 만나면서 겪었던 사례들을 엮어 부모가 시행할 수 있는 몇 가지 기본적인 방안을 제시해보려고 한다. 게임 중독이라고 해서 아주 특별한 해결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다른 중독 문제들처럼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게임 중독을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독된 사람 스스로가 게임을 충분히 했다는 만족을 느껴야 한다. 자신의 욕구가 충분히 충족되었다고 생각될 때 그만해도 되겠다고 마음먹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무작정 자유롭게 내버려두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율성과 여유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게임에 대한 자율성을 부여했을 때 결과를 변화시킬 수 있는 세부적인 방법은 소통과 신뢰를 잘 유지하는 것이다. 평소에 부모와의 소통이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 또 서로를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일상에서부터 서로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그 의사를 적절한 방식으로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하고,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의 욕구가 합리적으로 협의될 수 있어야 하며, 한 번 결정된 것은 성실하게 이행된다는 신뢰가 쌓여야 한다. 이러한 소통 구조 자체를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것은 이 소통의 통로를 망가뜨리지 않으면서 계속해서 대화와 타협의 과정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원래는 관계가 좋았다가도 게임과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시기부터 언성을 높이기 시작해서 결국은 서로 무슨 말을 해도 이해하거나 믿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이렇게 되면 결국은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신뢰하면서 소통할 수 있는 구조가 유지될 수 있으려면 부모와 자녀 모두 내적으로 성숙해야 한다. 자녀는 자신의 욕구를 적절히 충족시키면서도 제어할 수 있는 기준을 스스로 만들 수 있어야 하고, 부모는 자녀의 결정을 존중하고 약속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할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비합리적으로 느껴지거나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게임 중독을 해결하기 위한 접근법이 제도 개선만을 중시하거나 게임 중독자를 징벌하는 형태로만 나타나면서 오히려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내적 성숙을 바탕으로 한 원활한 소통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저작권자 ⓒ 군포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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