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칼럼] 문과 ·이과 분리 ‘적폐’ 사라진다

미디어와 정치(4)

김동민 한양대학 신문방송학과 외래교수 | 기사입력 2017/10/12 [20:21]

[김동민칼럼] 문과 ·이과 분리 ‘적폐’ 사라진다

미디어와 정치(4)

김동민 한양대학 신문방송학과 외래교수 | 입력 : 2017/10/12 [20:21]
▲ 김동민 한양대학 신문방송학과 외래교수     

내년 고등학교 입학생(현재 중3)들은 문과 · 이과 구분 없이 통합교육을 받는다. 그 일환으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과목이 신설되었고 9월 18일 그 교과서가 소개되었다. 현 체제로 보면 문과생이 자연과학 공부를 하고, 이과생이 인문 · 사회과학 공부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한 교과서에는 이육사의 시 <광야>를 우주의 시작을 의미하는 빅뱅과 연계하여 생각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 성인들은 예외 없이 文科 아니면 理科 공부를 했다. 모두 지적 장애인들이다. 이렇게 문 · 이과 분리교육을 하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한 · 중· 일 세 나라뿐이다. 문 · 이과 분리는 박정희가 집권했을 때인 1963년부터의 일로 일제시대의 잔재로서 진즉에 청산했어야 할 적폐다.

 

교육백년지대계(敎育百年之大計)의 차원에서 정상교육이 반세기 이상 지체되었으니 적폐 중의 적폐다. 문 · 이과 분리교육은 1995년 공식적으로 폐기되었지만 대학입시에서 인문 · 사회계열은 사회탐구, 자연계열은 과학탐구 과목의 수능 점수를 요구했기 때문에 관행으로 남아있게 되었다. 최고의 교육기관인 대학이 그 잘못된 제도를 관행으로 유지해왔다는 것도 한심하기 짝이 없는 작태다. 그 굴레를 이제야 비로소 벗어나게 된 것이다.

 

문 · 이과 분리교육을 ‘당한’ 사람들은 이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를 것이다. 그런 교육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통사람들은 물론이고 전문가와 학자들, 특히 인문 · 사회과학 연구자들도 이 사회가 자연과는 무관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콘크리트와 철근과 플라스틱에 둘러 쌓여있어서 보지 못하는 것이다.

 

자연은 그저 건강과 힐링의 차원에서 주말에 등산가고 낚시 다닐 때나 찾는 대상이다. 그러니 자연현상의 법칙을 규명한 자연과학에 대해서는 몰라도 된다고 생각한다. 문학과 예술은 알아두면 교양인으로 대접받지만 자연과학의 지식은 몰라도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대단한 착각이다. 자연과학에 무지한 교양인은 없다.

 

중앙일보는 9월 17일자 <학교의 종말, 다시 ‘전인교육’의 시대가 온다> 라는 기획기사에서, 19세기 이래 산업노동자 양성을 위한 교육체제인 현재의 대학은 2030년이 되면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인공지능(AI)이 노동의 종말을 가져옴으로써 산업화교육이 쓸모가 없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인문학 교육을 부활시켜 르네상스 시대의 전인교육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앙일보가 대학평가를 한답시고 대학을 줄 세움으로써 대학교육을 결정적으로 망가뜨려놓은 책임이 막중하다는 점을 전제하고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다. 기사의 내용에 대체로 동의한다. 초등학교보다도 못한, 콩나물시루와 같은 교실에서 일방적 주입식 받아쓰기 교육을 통해 하나만 아는 전문가 양성 교육을 하는 대학은 사라져야 한다. 대학에서 추방당한 인문학을 다시 세우는 것도 전인교육 차원에서 절실하게 요구된다.

 

다만 인문학을 문사철(文史哲)과 예술로 국한하는 통념은 재고되어야 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교육으로 돌아가자고 했는데, 르네상스란 그리스 학문과 예술의 부활이다. 그리스 학문은 문과와 이과를 분리하지 않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는 이과에 해당하는 자연학(physics)과 문과에 해당하는 형이상학(metaphysics)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고대의 그리스 철학이 부활한 게 르네상스이며, 르네상스는 유럽에 과학의 발전을 가져다주었다.

 

철학이 분과학문으로 나눠지기 전에는 아이작 뉴턴도 아담 스미스도 칼 마르크스도 모두 철학자였다. 닐스 보어,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 등 양자역학의 대가들과 아인슈타인은 분과 이후에도 철학에서 연구의 자양분을 얻었다. 만약 이들이 문과와 이과를 분리해낸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받았다면 지금 인류는 여전히 자연현상의 법칙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 머물러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와 더불어 대학교육도 혁신되어야 한다. 전문가와 산업인력 양성교육에서 탈피하여 전인교육을 통해 융합형 지식인을 양성하는 통합교육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학과체제부터 허물어야 한다. 통합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했을 때 편협한 한 분야 공부만 하게 하는 학과체제로 편입시켜서야 되겠는가?

 

끝으로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 21세기 지능정보사회 내지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는 통합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정상참작을 해줄까? 천만의 말씀이다. 이미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강제로 분리되어 상실된 반쪽의 공부를 채우도록 해야 한다. 반쪽 지식으로 100세 시대를 견디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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